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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간읽기 Apr 06. 2016

분노사회

[행간읽기] 2016. 04. 06. by 누들  

"분노사회" by 누들


1. 이슈 들어가기

누들 : 요즘 신문이나 방송, 인터넷을 통해 뉴스를 보다 보면 마음이 답답합니다. 친족 살해, 영아 살해, 묻지마 살해 등등 하루가 멀다 하고 각종 범죄가 쏟아져 나오고 있죠. 청년실업, 노인빈곤 등 사회문제도 너무 많습니다. 여혐·남혐 등 성별과 계층, 세대를 가리지 않고 서로에 대한 증오를 드러내는 신조어들도 우후죽순으로 생기고 있고요. 도대체 어떤 것부터 문제를 해결해야 할지, 또 이런 문제들을 해결할 수나 있을지 의문이 들 때가 많습니다. 이렇게 답답한 마음은 곧 짜증이나 분노, 허무함 등으로 변하게 되어 이유 없이 짜증이 나기도 하고, 우울한 감정이 지속적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푸른 싹이 돋아나고 꽃이 피어나는 봄이 왔건만 우리 사회는 아직도 꽁꽁 얼어 붙어 있는 것 같습니다. 오늘의 행간읽기는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분노’에 대해 짚어봤습니다.   


2. 이슈 디테일

우리 사회, ‘분노 사회’로 접어들고 있다


실제로 집단 간에 내재된 ‘분노’가 실제 고소·고발 등 ‘단죄’로 이어져 심각한 사회적 낭비가 발생하고 있다. 사법연감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고소·고발은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며 2014년 기준 전국 법원에 접수된 소송사건은 약 650만건을 기록했다. 국민 1인당 연간 0.12건의 소송을 진행한 것으로, 이는 일본보다 인구대비 60배가 더 많은 수치다. 최근 층간소음·주차분쟁 등 이웃 갈등과 가족 문제가 폭력과 범죄로 이어지고 있다. 작은 문제에도 인내심이 부족해지며, 타인을 전혀 배려하지 않고 보복과 단죄에 나서려는 성향이 강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평범한 중산층에서 우발 범죄가 발생하고 가장 보호받아야 할 존비속 간의 범죄도 증가했다. 우리사회가 분노조절 장애에 의한 강력범죄와 묻지마 우발 범죄가 증가하고 인터넷 막말과 마녀사냥이 확산되면서 ‘분노 사회’로 치닫고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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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가하는 분노범죄

최근 순간적인 '화'를 참지 못해 범죄를 저지르는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10월 17일 오후 7시께 광주 북구 문흥동 한 8층 건물 옥상에서 김모(39)씨는 지름 12㎝, 무게 700g 상당의 돌을 아래로 던졌다. 이 돌에 맞아 건물 아래 주차된 승용차가 파손돼 1000여만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김씨는 화가 날 때마다 옥상으로 올라가 이런 방식으로 약 두달간 5차례에 걸쳐 불특정 다수를 향해 돌을 던졌다.

평소 화를 억누르고 있다가 술을 마신 상태에서 범죄를 저지른 경우도 있었다. 지난해 10월 1일 밤 광주 서구 농성동 한 주점 앞 도로에서 이모(53)씨가 주점 업주 권모(53·여)씨의 가슴을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이씨는 범행 직후 택시를 타고 화정동의 다른 술집으로 찾아가 흉기를 들고 행패를 부리다 술집 종업원 김모(53)씨를 찔러 다치게 하기도 했다. 경찰에 검거된 이씨는 만취한 상태로 "사람들이 평소에 날 무시했다.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고 진술했다.

'욱'하는 마음을 참지 못한 70대 노인이 조카 2명에게 총을 쏜 사건도 있었다. 지난해 11월 23일 전남 고흥군 영남면 한 폐교 인근에서 조상묘 이전 문제로 조카 2명과 다투던 박모(72)씨가 엽총을 발사했다. 박씨는 경찰 조사에서 "조상묘 2기를 옮기는 문제를 의논하던 중 조카들에게 순각적으로 너무 화가 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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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들 : 전문가들은 이러한 범죄가 증가하는 이유가 사회 변화와 관련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특히 경제적 양극화를 가장 주된 원인으로 꼽았는데요.


경찰청 치안정책연구소는 올해 초 발간한 '2016 치안전망' 보고서에서 반(反)사회적 성향의 보복 범죄에 대해 심각한 경고음을 냈다. 2003년 발생한 대구 지하철 참사와 2008년 숭례문 화재처럼 상상할 수 없는 인적·물적 피해를 야기한 범죄가 모두 개인의 사회적 불만으로 발생했고 사회 불평등과 불안·분노 심리가 보다 많은 반사회적 보복 범죄를 야기할 수 있다고 염려했다. 치안정책연구소는 "사회경제활동 기회를 얻지 못한 계층 중 일부는 사회 불만 세력이 돼 외로운 늑대 등 고립된 자생적 테러리스트가 되고 무동기 범죄 행위를 저지를 염려가 상대적으로 높다"고 진단했다. 묻지마 범죄는 아니더라도 부양을 거부하는 자녀들의 패륜 범죄나 보험료 목적의 고의 교통사고, 도로 위 보복운전 등 경제적 격차로 축적된 각종 불만이 사회 범죄로 다양화하고 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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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분노 사회 해결하기 위한 포럼 출범

대통령 직속 국민대통합위원회가 사회갈등과 국민통합 문제를 논의할 ‘화합과 상생 포럼’을 출범시킨다. 이 포럼은 계층화합과 세대화합·이념화합·지역화합 등 4개 분과로 구성되며, 학자·전문가·언론인 등 33명을 위원으로 위촉했다. 포럼 회장은 이영훈 서울대 교수가 맡는다. 윤평중 한신대 철학과 교수는 오는 26일 발족식 기조발제를 통해 “한국사회에 만연한 불안과 불신, 불만이 총체적 분노사회로 향하고 있다”며 “그 해법으로 ‘공평·공정·정의’가 기본을 이루는 사회 지향과 시민정신 회복이 필요하다”고 강조할 예정이다. 계층화합 분과는 계층간 물질적·의식적 격차를 좁히고, 중산층 강화를 위한 정책적·사회적 해법을 모색한다. 세대화합 분과는 세대별로 다른 이해를 풀어 공존할 수 있는 방법론을 탐색하고, 이념화합 분과는 이념 대립과 진영 갈등을 넘어 생산적이고 건강한 담론이 형성되는 사회를 구축하는 방안을 모색할 방침이다. 지역화합 분과는 지역 내부와 지역간 갈등을 극복할 사회통합 방안을 탐색해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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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필진 코멘트

누들 : 분노 사회의 가장 큰 문제점은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동력을 상실하는 대신, 상실감에서 오는 화를 불특정 다수에게 해소하며 무고한 피해자를 만들어 내는 데 있습니다. 개인이 사회를 변화 시킬 수 있는 첫 번째 방법은 바로 ‘투표’ 아닐까요? 다가오는 총선, 변화의 새 바람을 불러일으킬 만한 후보에 소중한 한 표 꼭 행사하시면 좋겠습니다. 오늘 행간읽기는 김수영 시인의 시로 마무리 하겠습니다.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 - 김수영


왜 나는 조그만 일에만 분개하는가

저 왕궁 대신에 왕궁의 음탕 대신에

오십 원짜리 갈비가 기름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고

옹졸하게 분개하고 설렁탕집 돼지 같은 주인년한테 욕을 하고

옹졸하게 욕을 하고

한 번 정정당당하게

붙잡혀간 소설가를 위해서

언론의 자유를 요구하고 월남 파병에 반대하는

자유를 이행하지 못하고

이십 원을 받으러 세 번씩 네 번씩

찾아오는 야경꾼들만 증오하고 있는가

옹졸한 나의 전통은 유구하고 이제 내 앞에 정서로 가로놓여 있다

이를테면 이런 일이 있었다

부산에 포로수용소의 제14야전병원에 있을 때

정보원이 너어스들과 스폰지를 만들고 거즈를

개키고 있는 나를 보고 포로경찰이 되지 않는다고

남자가 뭐 이런 일을 하고 있느냐고 놀린 일이 있었다

너어스들 앞에서

지금도 내가 반항하고 있는 것은 이 스폰지 만들기와

거즈 접고 있는 일과 조금도 다름없다

개의 울음소리를 듣고 그 비명에 지고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애놈의 투정에 진다

떨어지는 은행잎도 내가 밟고 가는 가시밭

아무래도 나는 비켜서 있다.

절정위에는 서 있지 않고 암만해도 조금쯤 옆으로 비켜서 있다

그리고 조금 옆에 서있는 것이 조금쯤

비겁한 것이라고 알고 있다!

그러니까 이렇게 옹졸하게 반항한다

이발쟁이에게

땅주인에게는 못하고 이발쟁이에게

구청직원에게는 못하고 동회직원에게도 못하고

야경꾼에게 이십 원 때문에 일 원 때문에

우습지 않으냐 일 원 때문에

모래야 나는 얼마큼 적으냐

바람아 먼지야 이것아 나는 얼마큼 적으냐

정말 얼마큼 적으냐

by 누들

breezynodul@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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