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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간읽기 Apr 11. 2016

자본 시대에 나타난 도깨비팀

[행간읽기] 2016. 04. 11. by F.C. Snake

자본 시대에 나타난 도깨비팀 by F.C. Snake 


Snake : 최근 유럽축구는 전 세계적인 인기에 힘입어 어마어마한 중계권료를 벌어들이고 있습니다. 그중에서 특히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는 압도적으로 높은 중계권료와 공정한 분배 방식으로 순위가 낮은 팀들도 네임베류가 있는 선수들을 영입할 수 있게 됐습니다. 영국 현지 언론들은 중동과 아시아 등을 포함한 EPL의 해외 중계권료 총액이 이미 20억 파운드(약 3조 6천억 원)를 넘어선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쩐의 전쟁’에서 이번 시즌 최고의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팀이 있습니다. 바로 ‘레스터 시티’

혼돈의 EPL? 이유는 '중계권료 대폭↑' [인터풋볼]      


레스터 시티의 우승 도전 

"시즌 초 이들의 우승 가능성은 외계인이 우주선을 타고 달에 착륙할 확률과 같았다."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가 7일(한국시간)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레스터 시티를 두고 한 말입니다. 

기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불과 1년 전인 2015년 4월 3일에  꼴찌 잔류권과 7점 차로 강등 걱정을 하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레스터 시티가 2016년 4월 3일 선두를 달리고 있습니다.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올 시즌도 전문가들은 시즌 전에는 레스터시티를 강등권으로 평가했습니다. BBC는 레스터시티의 순위를 19위, 스카이스포츠는 14위로 예상했습니다. 레스터 시티는 남은 6경기 중에서 4경기를 승리하면 자력으로 우승합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월요일에 1경기의 결과가 더 나옵니다)

레스터 시티의 역대 최고 성적은 1928~29시즌 정규리그 준우승입니다. 이번에 우승을 하게 되면 무려 56년 만에 우승을 하는 것입니다. 프리미어리그가 출범한 이후로 레스터 시티보다 큰 클럽들도 이루지 못했던 우승을 이뤄내는 것입니다. 

이해하기 쉽게 이번 레스터 시티의 우승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배당률입니다. 시즌 전 영국 도박업체들이 전망한 레스터시티의 우승 확률 고작 5,000분의 1입니다. 텔레그라프는 1992년 프리미어리그 출범 이후 23시즌 동안 6경기를 남겨 놓은 시점에서 1위였던 팀이 최종 우승을 차지한 건 16번이나 된다고 전했습니다. 

이러한 돌풍과 비슷했던 결과는 오직 단 한번, 1994/95 시즌 블랙번 로버스의 우승입니다. 1992년 프리미어리그 출범 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13회)·첼시(4회)·아스널(3회)·맨체스터 시티(2회) 등 빅클럽이 아닌 팀이 우승한 사례는 블랙번이 유일합니다.


출처 : 다음스포츠  

1% 미만 확률에 도전한 레스터시티, 132년만에 우승? [한국일보]

레스터시티 우승하면 선수 이름으로 도로명 변경 [스포츠서울]

레스터의 고공 질주, 21년 전 블랙번은 어땠을까 [일간스포츠]      


인생역전 제이미 바디 

이런 레스터 시티의 공격을 이끌고 있는 제이미 바디 선수의 인생역전 스토리 또한 주목받고 있습니다. 그는 과거 치료용 목재 공장에서 일하며 아마추어 8부 리그 선수로  살았습니다. 당시 그가 받던 주급은 30만 파운드(4만 8,000원)였습니다. 하지만 그는 꿈을 버리지 않고 일과 축구를 병행해 7부와 6부, 5부 선수로 점차 발전했고, 2012년 당시 2부 리그였던 레스터 시티로 이적했습니다. 2013~14 시즌 16골을 터뜨리며 인생역전 스토리를 쓴 바디는 팀을 1부 리그인 프리미어리그로 승격시켰고 올 시즌 현재 19골로 해리 케인(23ㆍ토트넘ㆍ22골)에 이어 득점 2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심지어 그는 이런 기세를 몰아 잉글랜드 대표팀에 발탁되는 영광을 누렸고, 최근 평가전에서 연속 득점에 성공했습니다. 한 때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살기도 힘들었던 그의 주급은 재계약을 통해 8만5,000파운드(1억3,700만원)까지 치솟았습니다. 그의 스토리를 담은 영화까지 만들어진다고 하니 우리나라에서 유행했던 진정한 ‘청춘 FC’의 성공형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감독 경력 40년' 퍼거슨도 푹 빠진 제이미 바디 [스포탈코리아]

'인생역전' 레스터 시티의 제이미 바디, 영화 나온다 [해럴드경제]      


발등에 불 떨어진 배팅업체 

이러한 레스터 시티의 돌풍이 반갑지 않은 유일한 곳은 아마 배팅업체일 것입니다. 베팅 업체들이 시즌 전 레스터 시티의 우승 배당 확률을 무려 5000대 1이라고 봤기 때문입니다. 레스터 시티 우승에 1파운드(1,646원)를 걸어도 5,000파운드(약 823만 1,300원)를 따낼 수 있기 때문이죠. 영국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윌리엄 힐이 지난 2월 38세의 목수 리 허버트에게 협상을 시도했다고 합니다. 대대로 레스터 시티 팬이었다는 허버트는 팬심으로 시즌 개막 전 레스터 시티의 우승에 5파운드(8,200원)를 걸었고, 레스터 시티 우승이 점점 현실화되자 윌리험 힐이 발등에 불이 떨어져 2월 기준 배당률을 적용해 3,200파운드(약 526만 8,300원)를 주겠다고 제안한 것입니다. 하지만 허버트는 이 제안에 당연히 응하지 않았습니다. 시즌 개막 전 베팅한 허버트는 최대 2만 5,000파운드(약 4,115만 원)이라는 거액을 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영국은 이러한 배팅이 합법이기 때문에 전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더 재밌는 사실은 레스터 시티 돌풍 덕에 행운을 잡은 인물들이 더 많이 있다는 것입니다. 윌리엄 힐은 레스터 시티가 우승을 확정 지을 경우 1,400만 달러(약 230억 원)이라는 엄청난 손실을 볼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습니다. 대부분 레스터 시티를 향한 팬심으로 시즌 개막 전에 재미로 소액 베팅을 한 인물들이 대부분인데, 워낙 우승 배당률이 컸던 탓에 이런 금전적 출혈이 불가피하게 됐습니다.

환호하는 레스터 시티 팬, 절망하는 베팅 업체 [베스트일레븐]      


돈이 무조건 성공을 보장하지 않기를...

 레스터 시티와 함께 우승 도전을 하려고 했던 맨체스터 시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첼시, 아스널 등은 천문학적인 이적료를 투입하면서 좋은 선수들을 영입했습니다. 이러한 빅 클럽들 뿐만 아니라 웨스트햄, 스토크시티 등의 팀들도 어마어마한 EPL의 중계권 수익을 바탕으로 많은 돈을 투자해서 선수들을 사들였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팀들 중에 이번 시즌 레스터 시티를 상대로 승리한 팀은 오직 아스널과 리버풀뿐입니다. 아직 우승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레스터 시티의 돌풍은 자금이 성공을 보장해주는 축구판에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3. 필진 코멘트

Snake: 최근 우리나라는 돈이면 뭐든지 해결된다고 믿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금수저, 흙수저처럼 돈으로 마치 계급이 나누어지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축구가 전 세계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많은 이유 중의 하나는 단 한 명의 선수에 의해 경기의 결과가 좌지우지되는 경우가 적고, 언더독인 팀이 강 팀을 잡아내는 모습을 볼 수 있는 빈도가 높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런 축구도 어느 순간부터 투자를 많이 하는 팀, 즉 돈으로 좋은 선수를 사들이는 팀이 항상 이기고 우승하는 모습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레스터 시티의 이번 돌풍은 이러한 축구판에 정말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축구를 넘어 많은 스포츠에서 이러한 일이 많이 발생했으면 좋겠습니다. 

by F.C. Snake

fc.hoon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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