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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간읽기 Jan 08. 2016

비긴어게인, 영철버거!

[행간읽기] 2016. 1. 8. by누들

" 비긴어게인, 영철버거! " by 누들

1. 이슈 들어가기

누들 : ‘영철버거’. 다들 아시나요? 대학을 다닐 때 가끔 고려대에 놀러 갈 일이 생기면 꼭 영철버거를  사 먹곤 했습니다. 가격이 저렴해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은 대학생들의 식사 대용으로 참 좋았고, 사장님과 학생들 간에 느껴지는 정이 따뜻했던 공간이었습니다. 지난해 느닷없는 영철버거의 폐업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무리한 사업 확장과 마케팅 전략 실패가  주원인으로 지목되었는데요. 길거리 노점으로 시작하여 성공한 사업가로 탄탄대로를 달렸던 이영철 사장님의 몰락은 ‘배경과 상관없이 누구나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희망의 좌절로 느껴져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했습니다. 그랬던 영철버거가 고대생들이 주도한 ‘크라우드 펀딩’으로 지난 1월 6일, 영업을 재개했다고 합니다. 폐업 소식이 전해진 지 7개월 만의 일입니다. 새해 훈훈한 소식으로 시작하시죠.


2. 이슈 디테일

길거리 노점, 가맹점 80개, 그리고 폐업까지

그의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 4학년 중퇴. 열한 살 혈혈단신으로 서울에 올라와 공사판을 전전하며 막노동을 자신의 천직으로 생각하면서 살아왔던 이 대표다. 일을 하다가 사고로 허리를 다쳐 좌절하기도 했고, 도박에 손을 대 경마로 하루에 수백만 원을 날려보기도 했다. '인생 막장'의 기로에서 초심으로 돌아간 그는 수중에 남아 있던 돈과 지인에게 빌린 돈을 합쳐 노점을 차렸다. 그때 나이 서른두 살, 고려대 앞 리어카에서 팔기 시작한 영철버거는 이 대표의 인생 궤적을 바꿔놨다. 주머니가 가벼운 대학생들에게 단돈 1000원으로 근사한 한 끼 식사를 할 수 있게 해 준 영철버거는 어느새 고려대의 명물을 넘어 서울 대학가의 명물로 자리 잡았다. 2007년에는 스트리트 버거로 가맹점 80개를 낼 정도로 성공 가도를 달렸다.

[mk뉴스] 2015.07.27 고대 앞 명물 `영철버거`의 좌절


고려대 명물이 된 영철버거였지만 2008년 위기가 찾아왔다. 원재료 값이 올라 1000원으로는 수지를 맞출 수 없게 된 것. 1000원은 영철버거의 상징과도 같았기에 고민이었다. 가격을 1500원으로 올리자 예상대로 매출이 급감했지만 위기를 극복할 수 있게 도와준 것도 고려대와 학생들이었다. 이기수 고려대 총장이 2010년 졸업식과 입학식 때 영철버거 1만 개를 주문한 것. 이 대표는 “학교에서 햄버거 주문만 한 것이 아니라 2000만 원이 넘는 위생 컨설팅까지 같이 해줘 다시 일어서는 힘이 됐다”고 말했다. 이후 영철버거는 고급화 전략으로 4000~6000원대의 수제버거를 팔고 있다.

[한국경제] 2013.07.21 이영철 대표 "아프지 않고 얻은 성취는 모래성일 뿐…성공스토리 집착 말고 몸으로 부딪쳐라"


누들 : 2008년 위기가 시작된 이후 이영철 대표는 고급화 전략을 구사하며 좋은 재료를 사용해 신메뉴를 개발하고 가격을 올렸습니다. 대학생들이 커피 한 잔에 4~5000원의 돈을 쓸 정도로 소비 수준이 높아진 시대 흐름을 반영했으나 이 시기를 기점으로 적자는 급속도로 진행되었습니다.


영철버거 창업자 이영철(48)씨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소문은 잘못됐으며, 실제로 폐업의 직접적인 원인은 무리한 직영점 운영”이라고 털어놨습니다. 2007년부터 프랜차이즈 사업을 본격화하면서 가맹점이 80여 개로 늘어났고 이 과정에서 자연스레 제품이 늘어나 가격도 오르게 됐다는 이야깁니다. ‘1000원 버거’라는 이름은 생각보다 떨쳐내기 어려웠습니다. 고객들은 영철버거를 고급 수제버거로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적자는 계속됐습니다. 이씨는 “(영철버거가) 싸니까 사람들이 쉽게 생각했다”며 “그러나 우리는 고객들이 ‘아, 이건 가치 있는 음식이구나’하고 인정해주길 바랐다. 또 나와 우리 직원이 햄버거를 만들 때 자부심이나 자긍심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쿠키뉴스] 2015.11.13 [친절한 쿡기자] 영철버거는  ‘1000원짜리’ 아닌 ‘장인  버거’입니다.

누들 : 적자가  계속되자 이영철 대표는 지난해 7월, 어렵게 폐점을 결정했습니다.


영철버거는 ‘고대 가족’입니다

누들 : 기적은 그 후에 시작됐습니다. 2004년부터 적자가  계속되는 동안에도 매년 고려대에 장학금을 내며 학생들을 먼저 생각했던 그를 위해 고려대 재학생과 졸업생, 교수들이 직접 발을 벗고 나선 것입니다.

(2015년 9월) 16일, 고려대 정경대 학생회는 영철버거 재개업을 위한 '비긴 어게인 영철버거  프로젝트'를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와디즈'에 개설했다. 크라우드 펀딩은 아이디어가 있지만, 자금력이 부족해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창업자에게 자금을 도와줄 수 있는 장을 마련해주는 '핀테크'(금융과 기술의 합성어)의 일종이다. 이어 고려대 재학생 커뮤니티인 ‘고파스’에 펀딩 소식을 알렸다. 펀딩 목표 금은 2천만 원. 제도상 마감 시한 전까지 목표액을 채우지 못하면 말짱 도루묵이 될 판이었다. 하지만 곧 목표 금의 두 배가 넘는 금액이 모였다. 48시간 만이었다.

[아주경제] 2015.09.18 "고대人을 울리는"…영철버거 펀딩으로 본 '감성 핀테크'


경영난으로 문을 닫았던 고려대 앞 명물 ‘영철버거’가 학생들과 크라우드 펀딩의 힘으로 다시 살아난다.  고려대 정경대 학생회는 13일 영철버거를 되살리기 위한 크라우드 펀딩에 총 2579명이 참여해 6811만 5000원을 모금했다고 밝혔다. 영철버거는 이 자금으로 다음 달 초 다시 문을 연다.

[동아닷컴] 2015.11.14 고대 학생들이 되살린 ‘영철버거’


12월 임시 재개업을 거쳐 드디어 비긴어게인, 영철버거!


(2015년 12월) 지난 20일 6개월간 폐점 기간을 딛고 고려대 앞 '영철버거'가 임시 재개업했다. 아직 간판도 못 달았지만 예정보다 보름가량 일찍 문을 열었다. 손님들의 기다림 때문이었다. 이씨에게 고대생은 '손님' 이상이다. 16년 동안 버거를 팔면서 만난 학생들을 이씨는 '동생'이자 '친구'라고 말한다. 영철버거의 전성기는 2000년대 초반. 싼 가격에 배를 채울 수 있는 영철버거는 돈 없는 학생들의 간식이자 식사였다. 그 정이 이어져 영철버거를 다시 세웠다. 이씨는 새 가게 한쪽 벽면에 투자자 2700여 명의 이름을 새겨 고마움을 전할 계획이다. 이씨의 재기 목표는 단순화. 메뉴를 늘리고 고급화를 하면서 가격을 높인 것이 패착이었던 점을 감안해 새 가게에선 메뉴를 4~5가지로 축소할 예정이다. 가장 저렴한 버거는 2500원인 '스트리트 버거'. 가장 비싼 메뉴도 5000원으로 1만 원을 넘었던 이전 가게의 절반으로 낮췄다.

[뉴시스] 2015.12.22 '학생 크라우드펀딩'으로 되살아난 高大앞 '영철버거'…'추억의 맛 이어간다'


서울 안암동 고려대학교 앞 명물인 ‘영철버거’가 6일부터 다시 정식 영업을 시작한다. 지난해 7월 경영난으로 점포 문을 닫은 지 6개월 만이다. 매장 위치는 달라졌다. 2005년부터 유지해온 안암동 96번지 1층 매장을 떠나  맞은편 건물 2층으로 옮겼다. 졸업생들의 도움도 컸다. 통계학과 출신의 김진엽(30)씨를 비롯한 신한카드 빅데이터 센터 직원들은 고대 주변 상권 분석과 향후 마케팅 전략 등을 조언했다. ▶영철버거와 함께 자주 방문하는 점포 ▶특정 계층·세대가 매장을 자주 찾는 시간대 ▶1회 구입 당 평균 구매 비용 등 카드 전표를 통한 데이터 분석이 대표적이다. 이 대표는 “‘선한 일에는 선한 보답이 있다’는 뜻의 선유선보(善有善報)의 법칙을 요즘 절실히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점포 영업이 궤도에 올라서면 다시 학생들에게 장학금도 지급할 생각이다. “2016년 새해에는 더 열심히, 학생들의 응원에 보답하고 싶습니다.”

[중앙일보] 2016.01.06 고려대 앞 ‘영철버거’ 따뜻한 디지털이 살렸다


3. 필진 코멘트

누들 : 영철버거가 다시 재기하도록 도움을 준 것은 고대 학생들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그가 성공가도를 달리며 재능기부로 청년들에게 강연을 해주었던 비영리단체, 종암동 일대 지역 주민들까지 십시일반 성금과 마음을 모았습니다. 이영철 대표는 그의 전성기 시절에도 늘 돈보다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경영철학을 고집했습니다. 영철버거가 문을 닫는다고 했을 때도 ‘착해서 망했다’는 소리가 나돌 정도였으니까요.
“내 꿈은 부가 아니라 이 친구들이 키워줬으니까 나도 이 친구들을 키워줬으면..” 이영철 대표가 재개업을 앞두고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입니다. 어려운 학생들에게 무료로 버거를 주기도 하고, 적자를 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빚을 내서 까지 장학금을 주려고 했던 그의 마음이 잘 담겨 있는 말인 것 같습니다.
갈수록 팍팍해지는 삶이지만 2016년 새해에는 가슴 따뜻해지는 소식이 더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오랜만에 영철버거 한 번 다녀와야겠어요!

by 누들

breezynodul@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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