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간읽기] 2016년 1월 11일 by 베이비핑크
‘aLL까기’ : 애정이 있기에 깐다. 애정이 없으면 관심 조차 없다. aLL까기에는 좌우, 상하, 분야가 따로 없다. 그냥 우리가 사는 이야기다. B급을 지향한다.
#08 by 베이비핑크
기존의 막장 드라마와 차별화된 ‘내 딸 금사월'
한국 드라마의 본질은 ‘막장'에 있다. 특히 아침 드라마와 일일 드라마 등은 방송사들이 누가 누가 더 막장인지 내기를 하는 것처럼 시청자의 뇌를 자극할 고민만 한다. 사실 ‘막장' 이란 단어의 의미는 부정적인 의미의 단어는 아니었다. (모 커뮤니티에 올라온 좋은 글 링크를 하나 건다. 시간 되시면 꼭 읽어 보시길... 정말 좋은 글이다.
[출처 : pgr21] ‘막장'을 아십니까?
우리가 요즘 막장 드라마에 익숙한 것은 단순하게도 ‘자극적'이기 때문이다. 어지간한 감동이나 재미는 이제 다가오지도 않는다. 계속 강력한 조미료를 갈구할 뿐이다. 겹사돈도 이제 진부하고,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뒤 바뀌어도 감흥이 없다. 얼굴에 물 뿌리는 건 아주 구시대적 표현이다. 최소한 김치를 얼굴에 집어던져야 한다. 소리는 지를 데로 지르고, 상대방이 나에게 피해를 준다면 죽이는 일도 기꺼이 하게 된다.
그런데 요즘 한창 방영 중인 ‘내 딸 금사월' (이하 ‘내 딸')을 가만히 보면 이건 막장의 진수를 제대로 선보이고 있다. 자기 부인 얼굴도 못 알아보고(이 드라마 작가의 전작에서도 남편이 아내를 못 알아 봄. 얼굴에 점 하나 찍으걸로…), 악역 1 강만후는 시도 때도 없이 개그맨이 할 법한 괴성을 지른다. 재벌 총수다운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약역 2 오해상은 특유의 한국 막장드라마 특징인 ‘우연히 보기', 우연히 듣기', ‘아주 재수 좋음' 등으로 수차례 위기를 극복하고, 심지어 큰 행운을 얻기까지 한다. 물론 나중의 통쾌함을 위해 억지스러움을 덕지덕지 붙이고 있긴 하지만…
악역 3 임시로는 뭐 거의 개그 캐릭터다. 구수한 사투리(?)는 없어 보이는 역할을 더욱 빛나게 해 준다. 기타 악역 아닌 악역들을 보면 비도덕적에 머리도 너무 나빠서 우리의 주인공 신득예에게 늘 당하기 일수다.
‘내 딸'은 기존 한국의 막장 드라마와 흡사한 면이 많으면서도 그 이야기 구조나 인물 관계는 굉장히 신선하다. 이렇게 복잡하게 얽힌 관계는 작가의 얕은 내공으로는 쌓기 어렵다. 작가의 내공이 얼마나 심오한지 반증할 수 있다. ‘내 딸'은 금사월과 신득예가 주인공인 드라마처럼 보이지만 절대 그렇지가 않다. 각각의 캐릭터 모두가 매우 주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굉장히 수평적 구조를 갖고 있는데, 요즘 분량은 금사월과 강찬 빈보다는 금오 월의 주인공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그의 친아빠와 친오빠와의 만남이라는 미끼를 드라마 제작진은 아주 잘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너무 울겨 먹으면 짱나니 정도껏 하시길….
또한 ‘내 딸' 은 기존 ‘콩쥐팥쥐' 나 ‘신데렐라' 이론을 철저히 깨 부셨다. 매번 연약한 주인공은 힘들고 험난한 하루하루를 극복하며 드라마 막판에 통쾌하게 복수하며 행복해지는 게 일수인데, ‘내 딸' 은 순간순간 통쾌하다. 그런데 이 통쾌함이 악역끼리 서로 얽히면서도 발생한다는 점이다. 오해상은 강만후 때문에 망하기도 하고, 그 반대도 비일비재하다. 이런 솔솔한 통쾌함은 시청자로 하여금 빠른 극 진행이라는 긍정적 피드백을 받을 수 있게 만든다.
마지막으로 ‘내 딸'에 나오는 배우들의 연기력은 정말 박수 쳐 줄 만하다. 어느 누구 하나 뒤 떨어지는 연기자가 없다.
신득예의 처절한 울부림,
금사월의 순진 발랄,
강찬빈의 찌질함,
오해상의 독기와 가식,
강만후의 천박함과 광기,
주세훈의 사람 볼 줄 모르는 눈 등등
하지만 이런 명작 드라마도 50부작이라는 말도 안 되는 분량 때문에 좋았던 점들을 희석시키고 있다. 금오월의 갑작스러운 죽음 아닌 죽음이나…(금사월은 둘만 있을 때만 오월이라 부름. 남들 있을 때도 오월이라 불러보시길)
마지막으로 떡밥 몇 개 좀 풀어본다.
- 오월은 죽었나? (오해상,주세훈 결혼식장에 휠체어 타고 나올까? )
- 신 사장 정말 죽었나? (정말 죽었다. 하지만 진짜 설계도 찾으면 그 비밀은 누가 알려주나?)
- 신득예의 친딸이 금사월이라는 사실을 신득예 말고 누가 가장 먼저 알게 될까? (오해상 보다는 한지혜(도지원)가 먼저 알듯.)
- 오해상과 주세훈은 절대 이루어지지 않는가? (이루어진다. 오해상은 미쳐서 정신병원에 입원하고 어릴 적 기억만 남게 됨. 이를 지켜보는 주세훈은 모든 걸 용서하고 화해를 한다)
- 강만후와 임시로는 감옥 가다. 임시로는 자신의 장인에게 거의 죽기 직전까지 당할 듯.
- 금사월과 강찬빈은 천비궁을 짓는다. 결혼하는 건 안 보여준다. 친엄마가 시어머니가 되는 건 이미 한국 막장드라마에 자주 나온 레파토리. 보금그룹은 강찬빈이 맡는다.
- 오월이야 멋지게 살겠지.
by 베이비핑크
realbabypin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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