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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간읽기 May 04. 2016

[누들] 너는 쉬고 나는 못 쉬는 임시 공휴일

[행간읽기] 2016. 5. 4. by 누들 

"너는 쉬고 나는 못 쉬는 임시 공휴일" by 누들


1. 이슈 들어가기

누들 : 내일 모레인 5월 6일이 임시 공휴일로 지정됐습니다. 황금연휴를 맞아 카톡 단체 채팅방에서는 ‘6일 날 쉬는 사람?’ ‘그날 만날 사람?’ 등의 대화가 오고 갔죠. 쉬는데 애인이랑 놀러 가기로 했다는 친구가 있는가 하면, 미리 연차 냈었는데 취소하기 눈치 보인다는 친구, 6일은커녕 어린이날도 못 쉰다고 푸념하는 친구도 있어요. 정부가 침체된 경제를 활성화 시키겠다며 임시 공휴일을 지정했지만, 너무 급작스럽게 논의가 진행되는 바람에 임시 공휴일 지정에 대한 찬반 여론이 다른 때보다 더욱 거세게 일고 있습니다. 너는 쉬는데 나는 못 쉬는 임시 공휴일, 오늘은 이번 임시 공휴일 지정에 어떤 문제점들이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2. 이슈 디테일


왜 너는 쉬고 나는 못 쉬는걸까?

정부가 오는 5월 6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는 방안은 대통령령인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에 법률적 근거를 두고 있다. 해당 규정 제2조에 따르면 관공서의 휴일은 매주 일요일, 3·1절, 광복절(8월 15일), 개천절(10월 3일), 한글날(10월 9일), 신정(1월 1일) 설 연휴(음력 12월 말일, 1월 1일, 2일) 석가탄신일(음력 4월 8일), 어린이날(5월 5일), 현충일(6월 6일). 추석 연휴(음력 8월 14일, 15일, 16일) 기독탄신일(12월 25일) 그리고 공직선거법 제34조에 따른 임기만료에 의한 선거의 선거일 등이다. 이밖에도 법령은 '기타 정부에서 수시 지정하는 날'을 관공서의 휴일로 명시하고 있다. 이번 임시공휴일의 지정 근거가 이에 해당하는 셈이다. 그러나 법령이 '관공서의 휴일'이라고 명시하고 있는 만큼, 민간 기업은 정부의 방침에 따를 법적 근거가 없어 기업 근로자들은 사측의 결정에 따라 출근 여부가 결정된다.

[데일리안/160429] 임시공휴일 지정, 좋아할 줄 알았는데…'불만' 왜?


공무원 등 관공서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은 임시공휴일에 무조건 유급휴일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임시공휴일이 대통령령인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에 따른 것이기 때문이다. 반면 민간기업은 사정이 다르다. 정부는 민간기업에게는 임시공휴일을 강제할 수 없다. 민간기업은 노사합의로 임시공휴일에 쉴지, 안 쉴지가 결정된다. 노조가 강한 민간기업들은 보통 취업 규칙에 '관공서의 공휴일에 대한 규정'을 넣고 있다. 노사 합의에 따라 임시공휴일을 유급휴일로 인정해주는 것이다. 노조가 없는 작은 업체, 비정규직 등은 임시공휴일에 유급휴일 혜택을 누릴 수 없다.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에 ‘관공서의 공휴일에 대한 규정’을 넣지 못해 경영자에게 임시공휴일을 요청할 근거가 없다. 경영자가 임시공휴일을 유급휴일로 결정할 수도 있지만, “일을 해라”라고 해도 반박할 수 없는 것이다. 정부도 임시공휴일에 일을 시키는 경영자들에게 제재를 가할 방법이 없다. 

[조선비즈/160429] [이슈분석] 3명 중 1명 "5월6일 일하죠"…기업이 건의했는데 '임시공휴일' 왜 못 쉬나


누들 : 이런 이유로 실제 중소기업중앙회가 중소기업 350곳을 대상으로 임시 공휴일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휴무에 참여한다는 업체는 36.9%밖에 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6일 임시공휴일 지정을 반대한다는 의견이 46.4%로 찬성한다는 의견 41.6%보다 5%가량 더 높게 나타났습니다.


휴일이라니, 너무 갑작스럽다

5월 6일 임시공휴일 지정으로 직장인들에게는 5월 5~8일까지 4일간의 황금연휴가 생긴다. 일단 휴일을 반기는 분위기지만 갑작스럽게 휴일을 지정함에 따라 곤란하다는 사람도 많다. 정부가 기대했던 소비 진작 효과가 미진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여행사는 임시공휴일 지정 소식에 상담과 문의가 폭주하고 있고, 기존 주말(7~8일) 예약자와 충돌 현상이 빚어졌다. 6일 부동산 거래를 예정한 사람들도 혼란을 겪고 있다. 휴일이 되면 은행이 쉬니 잔금 치를 큰돈을 미리 찾아둬야 하고 등기소가 쉬게 되면 소유권 이전 등기도 당일에 안되기 때문이다. 평일과 휴일 요금이 크게 차이 나는 골프장 등 휴양시설도 6일 요금을 평일로 할지, 휴일로 할지 고민에 빠졌다. 6일이 휴일로 지정되더라도 출근하는 회사도 적지 않다. 하지만, 어린이집이 쉴 경우 맞벌이 직장인은 아이 맡길 곳이 마땅치 않아 오히려 부작용이 예상된다. 갑작스런 휴일 결정에 쉴 사람도, 일할 사람도 4일 연휴를 준비할 시간이 부족한건 마찬가지다.

[헤럴드경제/160428] 갑작스럽게 임시공휴일 지정…쉴 사람도, 일 할 사람도 ‘혼란’


서울의 한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김모(27)씨도 이미 이달 초 공지한 위탁사업 일정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다음달 2~6일 방문접수만 가능하다고 공고를 냈는데, 6일을 쉬게 돼 업무가 뒤죽박죽 돼 버린 것이다. 김씨는 “하루를 당기거나 연장하는 게 모두 불가능해 결국 접수 일자를 9일까지 미뤘다”며 “전체 일정도 사흘이나 재조정해야 해 업무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말했다. 뒤늦은 임시공휴일 지정에 문제를 제기하는 온라인 여론도 들끓고 있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에 “민간기업도 일주일 전에 즉흥적으로 휴무를 발표하지 않는데 국가공휴일을 이렇게 빨리 결정한다는 게 아무래도 이상하다”는 글을 남겼다.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과 교수도 “휴가 자체가 적은 나라에서 공휴일 확대는 찬성. 그런데 무슨 이런 결정을 일주일 앞두고 하죠? 무슨 국가비상사태인가요?”라고 일침을 가했다.

[한국일보/160429] 일주일 앞두고 뚝딱... 희비 갈린 임시공휴일


3. 필진 코멘트

누들 : 정부가 이번 샌드위치휴일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한 것은 침체된 소비를 살려 사회를 좀 활기차게 만들어 보겠다는 목적이 제일 컸습니다. 고속도로 통행료와 고궁 입장료가 면제되고, 유통업, 여행업은 모처럼 맞은 특수에 대비해 각종 이벤트를 쏟아내며 고객을 끌어모으고 있죠. 하지만 국민의 반응은 생각보다 냉담한 모양새입니다. 
휴일에 쉬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새로운 갈등이 불거지는가 하면, 너무 갑작스러운 휴일 지정 때문에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지 못하게 된 워킹맘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상황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놀고 싶어도 여행 계획을 세울 시간이 부족해 그냥 휴일 내내 집에만 있겠다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정부가 애초에 기대한 소비 활성화는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할 거라는 예측이 가능하죠.
총선을 통해 국민의 심판을 받은 정부가 상황을 반전 시키고 지지율을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공휴일을 지정한 것 아니냐는 음모론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정부가 어떤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려고 할 때는 충분한 논의와 리스크 검토 등을 통해 진행해야 사회 내 갈등을 최소화 할 수 있습니다. 더구나 ‘노동’문제와 직결될 때는 더욱 그렇죠. 
경제 문제는 공휴일을 하루 늘린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닙니다. 노동자의 노동 환경 개선 등 여러 각도에서 문제를 검토해 보다 지속적인 내수 활성화를 이끌어 내는 것이 먼저겠죠. 먼 미래를 내다볼 줄 아는 지도자의 모습은 언제쯤 볼 수 있을까요?

by 누들

breezynodul@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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