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행간읽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행간읽기 May 30. 2016

[팬다] 조영남 대작, 예술계 관행이라고 넘어갈 만한가

[행간읽기] 2016. 5. 30. by 베이징팬다

"조영남의 대작, 예술계의 관행이라고 해서 넘어갈 만한가 " by 베이징팬다


조영남의 작품 대작, 대작해준 송 모 화백의 폭로로 밝혀져

불현듯 나타난 송기창이라는 화백. 그는 자신이 2009년부터 가수이자 화가로 이름을 알린 조영남의 그림을 대신 그려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故 백남준 밑에서 일했던 조수이며 28년 동안 뉴욕에서 작품 활동을 했었다. 그가 조영남과 인연을 맺은 건 뉴욕에서였고 한국으로 온 송 씨는 지낼 곳이 없어 조영남 집에 머물렀다고. 그는 조영남과 인연을 맺은 이후 8년 동안 조영남의 작품 300여 점을 대작했다.

“빈 컨버스를 가져왔다. 아무 것도 안 그렸다”며 “(조영남은)서명하는데 그림 위에 하얀 물감 이용해서 살짝 칠한다. (그림값은)10만 원도 안 쳐줬다. 차비도 안 주고 성질을 냈다”

(작품 중 하나인 ‘여친용갱’에 대해서)“연예인 사진 받으면 그 사진을 합성해서 내 아이디어로 꾸민 거다. 조영남은 아무 것도 안 했다”

“많이 그려본 것은 열 점, 스무 점까지도 그렸다. 똑같은 그림을 그려 놓아야 주문하면 다른 곳에서 또 전시할 수 있다”

(화투 시리즈도 처음에는 화투장을 오려 붙였으나 2009년 이후엔 화투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화투장을 오려 붙이니 잘 안 사갔다. 오리지널로 내 그림으로 그리니까 팔리는 거다. 옛날에는 판로가 별로 없었다. 내가 그린 이후로 그림이 잘 팔렸으니까. 나를 이용한 거다”

23일자 MBC '리얼스토리눈' 송기창의 인터뷰 중(링크 없음)


송 모 화백의 폭로에 대한 조영남의 반응

조영남은 대작 논란에 대해 “내가 눈이 침침해서 그 친구는 디테일한 걸 그린다. 화투 쪽 그림을 부탁했다. 시간이 촉박해서 몇 점을 그려오라고 소속사 대표가 송 화백한테 찍어서 보내면 그려온다. 조수, 알바 그런 개념이다. 헬퍼, 어시스턴트 개념. 일에 대한 보수는 알아서 (준다)”

23일자 MBC '리얼스토리눈' 조영남의 인터뷰 중(링크 없음)


어쨌든 관례라는 사실과는 관계없이 조영남은 검찰의 조사를 받았다. 혐의는 사기.

조영남 씨 대작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조영남 씨 매니저를 소환해 강도 높은 조사를 벌였습니다. 검찰은 매니저 장 씨가 조영남 씨 그림 대작을 의뢰하는 과정에서 대작 화가인 송기창 씨와 자주 연락을 취한 것으로 파악했습니다. 매니저가 중간에서 구체적인 그림 크기와 개수까지 지정한 카톡 메시지 등을 근거로 조영남 씨와 마찬가지로 사기 혐의를 적용했습니다.

[YTN/5월 24일] '대작 의혹' 조영남 실어증?...매니저도 사기죄 적용


엇갈린 반응 - “대작은 관례이다, 모르는 소리 하지마라”

베이징팬다: 평소 블로그를 운영하며 조영남을 예술가로서 전혀 인정한 적 없었고 오히려 까내렸(!)던 평론가 반이정도 이번만은 조영남의 대작이 문제 될 게 없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조영남 소동과 관련해서라면 조영남이 남달리 비판받을 위치에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생존하는 동시대 유명 작가들 가운데 상당수가 조수를 고용하며, 그들의 작품 대부분도 조수들의 손에 의해 완성된다. 이번 일이 뉴스를 타게 된 건, 미술계에 굳은 관행에 대해 외부에서 너무 몰라서 생긴 일이라고 본다.”


    미술평론가 반이정 블로그  

<썰전>에서 전원책 변호사는 "내가 듣기로는 조수로서 노력을 보탠 것은 맞는데, 상시조수가 아니라 사라졌다가 나타나서 일도 주고 그랬다더라"며 "돈도 주고 뭘 할 때도 있다고 하더라. 그림 한 점당 10만 원으로 준 건 아니라고 하더라. 경제적으로 부족한 것을 도와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영남이 무명화가인 송 모씨의 경제적인 어려움을 도와주었다는 것. 이어 "우리가 회화를 볼 때 전통적인 터치나 화풍, 표현 등이 중요시 된다. 구상이라고 부르는 전통적인 그림들을 대작을 했다면 그것은 사기"라면서도 "그런데 팝아트의 경우 앤디워홀도 그렇고 워낙 유명하니까 실크스크린으로 대량으로 찍어내기도 한다"고 전통회화와 팝아트의 성격 구분했다.

26일자 jTBC <썰전> 중에서(링크 없음)


엇갈린 반응 - “관행이라고해서 앤디 워홀과 조영남을 동일 선상에 놓지 마라”

헌데 그림들 상당수가 바쁜 그를 대신한 한 무명화가의 것이었다는 점이 밝혀졌다. 그는 그를 적대하는 여론에 당황해서 미술계의 ‘관행’이라고 변명했지만 그를 향한 비난이 잦아들기는커녕 더욱 들끓는다. 그의 항변을 요약하면 이렇다. ‘화투’ 그림의 아이디어는 그의 것이고, 무명화가는 그저 시키는 대로 그렸을 뿐이다. ‘독창적인’ 것은 화가의 몫이고, 무명화가는 ‘기술적인 부분’만을 도왔으니, 그 작품의 소유권은 전적으로 제 것이라 했다. 아마 그는 앤디 워홀이라는 미국의 팝아트 작가를 떠올리며 ‘관행’을 들먹였을지도 모른다. 앤디 워홀은 저를 대신해 사람들에게 그림을 제작하게 시킨 뒤 자기 사인을 넣어 팔았다. 심지어는 사인하는 것마저 귀찮다고 더러는 제 ‘엄마’를 시켜 대신하게 했던 괴짜 화가다. 그건 세상이 다 아는 사실이다. ‘조영남’과 ‘앤디 워홀’은 예술적 기법과 철학의 차이뿐만 아니라 한 사람은 대작 사실을 숨겼지만, 한 사람은 그걸 만천하에 다 알게 했다는 점에서도 다르다. 나는 그림 한 점당 대가로 지급한 ‘10만 원’ 때문에 기분이 상했다. ‘10만 원’이라니! 너무 어이없이 약소한 액수가 아닌가? 그렇게 값싸게 얻은 그림은 유명인의 사인이 새겨지자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 호가(呼價)하는 ‘작품’으로 둔갑한다.

[조선일보/5월 27일, 장석주의 일요일의 문장] 조영남, 그는 왜 더 많은 돈이 필요했을까?


엇갈린 반응 - 대작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게 아니다, 대작을 숨긴 게 문제다

그럼에도 조영남의 대작 논란 후폭풍이 거센 이유는 그동안 조영남이 브라운관을 통해 보여줬던 모습과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았던 진실 사이 괴리감이 크기 때문이다. 그동안 조영남은 각종 방송을 통해 붓을 잡고 그림 작업에 몰두해 왔던 모습을 종종 보여 왔다. 심지어 자신의 그림이 2천만 원을 호가한다고 고백한 이 또한 조영남 본인이다. 과거 MBC 예능프로그램 ‘황금어장-라디오스타’에 출연했던 조영남은 자신의 그림을 언급하며 “내 작품은 2천만 원을 호가한다. 그림 선물은 결혼 선물로 주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이 뿐 안티라 지난 1월 방송됐던 KBS2 예능프로그램 ‘나를 돌아봐’에서는 세배를 위해 자신을 찾은 쯔위와 잭슨에게 세뱃돈 대신 “내가 전날 그림을 그렸는데 주겠다”며 자신이 그린 그림을 선물한 바 있다. 당시 조영남은 “내가 죽게 될 경우 이 그림 값이 올라간다”고 자부하기까지 했다.

[매일경제/5월 18일] ‘대작논란’ 조영남, 더 큰 문제는 ‘무책임한 윤리의식’


번외 : “송 화백이 더 나쁜 놈 아니냐” - 알린 것은 송화백이 아니라 집주인이다?

(송화백은) 내가 알린 게 아니다. 뭐냐하면 집주인이 기자분한테 이야기를 해서 그 기자분이 검찰에 제보한 것이다라고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지금 알고 있는 그 부분은 뭐였냐 하면 아, 이분이 송기창 화백이 검찰에 제보를 했구나. 그런데 그게 아니라는 것이거든요. 그건 어떻게 된 겁니까? [인터뷰] 검찰의 수사, 경찰이 수사하는 방법도 여러 가지 있습니다. 신고나 고발이 있을 뿐더러 이건 소위 말해서 내사, 인지수사를 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니까 아마 송기창 화백이 여러 군데 가서 이런 얘기를 한 것으로 보여요. 특히 집주인은 많은 것을 알고 있고 조영남 씨 그림을 사실 내가 그리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했고 이 얘기가 어떤 지역 언론에 갔고. 지역 언론이 신고를 했다기보다는 지역 언론에서 그런 얘기가 도니까 아마 검찰에서 이것은 사건 거리가 된다. 사기죄 가능하다고 생각을 해서 인지수사를 하면서 가장 첫 번째 한 것이 압수수색을 하는 거거든요. 그때부터 검찰이 수사를 시작한 것이고 아마 지금 송기창 화백도 조사가 곧 돼야 될 것으로 보입니다. 최초 우리가 언론에서 알기로는 본인이 신고, 고발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본인 주장 대로라면 본인은 전혀 관여한 바가 없고 본인은 소문을 냈을 뿐인데 그 소문을 지금 조사를 한다라는 것이거든요. 결국 송희창 화백이 가서 직접 어느 정도 대작을 했고 어느 정도 관여를 했고 이런 것들도 조사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YTN/5월 24일] '대작 의혹' 조영남 실어증?...매니저도 사기죄 적용


3. 필진 코멘트

베이징팬다: 예술과 예술 아닌 것의 경계가 모호한 시점에서 뭐든 “예술이다"라고 해버리면 할 말이 없어지는 문제라서 검찰에게 조사를 받았다 하더라도 조영남에게 불리한 판결은 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러면 본인이 붓을 들고 방송에 나와서 자기가 그리는 것인 마냥 시늉을 하질 말든지요 -.-; 대작이 아무리 예술계 관행이어도, 그게 대놓고 본인이 직접 작업하지 않았다는 걸 암묵적으로 알고 있는 다른 예술 형식(팝아트, 레디메이드, 콜라주 등)이 아니라면 대작이 부끄러워질 게 아닌 미술 문화를 만들어나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다 그러는데 나만 갖고 뭐라 그래! 라 그러면 예술가로서 더더욱 존중해주기 힘드네요.  그냥 만인에게 본인이 직접 모든 작업을 하는 마냥 예술가 코스프레를 해왔던 조영남이 스스로 그동안 벌여온 사기행각을 부끄러워하고 자숙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by 베이징팬다

layla.goes.far@gmail.com

행간읽기, 하나만 읽으면 안 됩니다


행간읽기는 '이슈별 프레임 비교'와 '전문 분야 해설', 두 방향으로 행간을 읽어드리는 비영리매체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카르디]구글 IO 2016 - 구글의 관심사 살펴보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