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행간읽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행간읽기 Jun 01. 2016

[익명] 옥시 사건의 새로운 시각: 유한회사

[행간읽기] 2016. 6. 1. by 익명

 “옥시 사건의 새로운 시각: 유한회사” by 익명   

1. 이슈 들어가기

익명: 옥시 가습기 사건으로 인한 국민들의 분노가 불매 운동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제조업체의 안일한 대응, 정부의 소극적 대처 등 국민들의 목숨이 걸린 중대한 사안이 이렇게 다뤄지는 세태가 안타깝기만 합니다.
행간읽기에서 가습기 사건에 대해 한 번 다룬 적이 있는데요. 뉴스 기사를 보다 보니 옥시 사건에 따른 새로운 시각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옥시 뿐만이 아니라 국내에 있는 다양한 외국계 기업에 적용되는 문제일텐데요. 바로 “유한회사”라는 개념입니다. 상법에 익숙하지 않으신 분들은 이게 옥시 사건과 어떤 영향이 있냐고 여쭤보실 수 있는데요. 옥시 사건이 발생하게 된 다양한 요인 중에 하나라고 볼 수도 있는 이 문제점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2. 이슈 디테일

    책임 회피를 위한 유한회사  

가습기 사건은 2011년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됩니다. 그 이후 2012년 형사 고발을 시작으로 피해자들의 적극적인 노력이 있었으나, 정부의 소극적 대응 등으로 문제는 지속되어 왔습니다. 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진 2011년 말 옥시는 주식회사에서 유한회사로 조직의 형태를 변경하였습니다. 즉, 가습기 살균제를 만들어 팔아온 기존 법인을 해산하고 주주와 임원, 상호는 모두 넘겨 받은 다른 법인으로 탈바꿈을 한 것입니다.

우리나라 형사소송법에서는 피고인인 법인이 존속하지 않을 때 공소기각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결국 옥시는 문제가 되는 가습기 살균제를 팔아 온 기존 회사를 없애고 새로운 회사를 통해 영업을 함으로써 일부 책임을 회피하고자 한 것입니다.

[국제신문: ‘옥시’는 왜 주식회사에서 유한회사로 바꾼 것일까?]

[미디오오늘: 주식회사 옥시가 유한회사로 바꾼 진짜 이유는?]


    회계정보를 감추려는 유한회사  

유한회사로의 변경은 또 다른 이유를 가지고 있습니다. 주식회사와 유한회사는 사실상 매우 유사한 회사의 형태입니다. 다만 주식회사는 다수의 주주가 회사를 소유하는 반면, 유한회사는 소수의 사원이 회사를 경영하게 됩니다. 쉽게 말하면 주식회사보다 작고 폐쇄적인 회사 형태가 유한회사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주식회사의 경우 주식발행 및 자기주식 판매 등을 통해 자기자본 조달이 용이하여 추가적인 사업 확장 등에 용이하나, 주주총회 개최, 이사회 개최 등의 행정적인 절차와 공시 의무가 다수 존재합니다. 반면, 유한회사의 경우 지분 인도는 가능하나 그 절차가 복잡한 단점이 있으나 공시 의무가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즉, 다양한 주주가 존재하고 많은 사람들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주식회사는 공시 의무를 강하게 부여하고, 소수의 사원이 회사를 소유하고 있는 유한회사는 공시 의무를 약하게 부여하는 것입니다.

옥시는 이러한 회사 형태를 이용한 것입니다.

2011년 말 유한회사로 전환한 옥시는 그 때까지 공시하던 재무제표 공시를 멈췄습니다. 만약 재무제표를 공시했었다면 가습기 사건을 어떻게 처리하였는지 대략적으로라도 알 수 있었을 것입니다.

단적인 예로, 문제가 된 가습기를 전량 폐기했었어야 합니다. 가습기는 회사의 자산으로 기록되어 있었을 것입니다. 이러한 자산을 폐기한다면, 회사는 손실을 처리해야 했으며 이것은 재무제표 공시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또한 소송 등의 내역도 재무제표에 공시하게 되어 있습니다. 소송의 진행 상황, 소송번호 등이 공시되기 때문에 이러한 사건이 외부에 알려지기 쉬웠을 것입니다.

[이데일리: 유한회사 전환한 옥시, 회계정보 감춰준 규개위]


     외국계 기업들의 조세회피 기법  

옥시는 당기순이익보다 더 큰 금액을 배당한 적도 있으며, 레킷벤키저 싱가포르 등 관계회사와 경영자문 계약을 맺어 수십억원의 수수료를 지급하여 왔습니다. 또한 특수관계자들에게 빌려준 대여금과 이자도 수백억에 이릅니다.

유한회사로 전환한 외국계 기업은 옥시 뿐만이 아닙니다. 루이비통코리아, 구찌코리아 등 외국계 명품 회사들과 애플코리아, 한국마이크로소프트 등 외국계 IT회사들도 2010년을 전후로 주식회사에서 유한회사로 전환했습니다.

[경향신문: 글로벌IT기업 ‘ 코리아 유한회사’의 미스터리]

[주간경향: 옥시는 왜 유한회사로 전환했나]


유한회사는 공시 의무가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매출액에 대한 정보를 파악하기가 어렵습니다. 공인회계사의 외부감사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국세청의 입장에서도 회사에서 신고하는 매출액과 비용 내역에 의존하여 세금을 부과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에 따라 조세회피 기법으로 사용될 여지가 충분한 상황입니다.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할 필요성이 적은 대형 외국계 기업들은 한국의 영업을 유한회사로 할 유인이 많아지는 것입니다. 그들의 입장에서 비용이 드는 다양한 공시 의무를 이행할 필요도 없고, 매출액 등의 정보를 공개할 필요도 없기 때문에 자금 회수 등이 수월해 지는 것입니다.

한국피자헛은 당기순이익이 40억원에 불과했으나, 본사로 배당금을 315억원이나 송금한 해도 있다고 합니다.

[뉴시스: ‘유한회사’ 뒤 속내는... 배당금 315억원 미국 본사로]


    참고: 상법상 회사의 종류  

주식회사와 유한회사는 회사법에 규정되어 있는 회사의 종류입니다. 회사의 종류는 합명회사, 합자회사, 주식회사, 유한회사가 있으며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대규모 회사들은 주식회사로 보시면 됩니다.                     

구분


쉽게 이야기 하자면, 합명회사 합자회사는 회사에 대해서 무한정 책임을 지는 구조이며, 유한회사 주식회사는 자신이 투자한 금액 만큼만 책임을 지는 유한책임 구조입니다. 대부분의 회사는 주식회사와 유한회사 형태를 띄고 있으며,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는 유한회사로 대기업은 주식회사 형태를 보입니다.


    유한회사 공시의무 개선 움직임  

옥시 가습기 사건 등으로 외국계 기업의 유한회사 전환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 및 비난이 커지고 있는 시점입니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외감법 개정 등을 통해 회계 투명성을 높이고자 노력하고 있으나 변화가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물론 소규모의 유한회사에 다양한 공시 의무를 부과하여 기업 경영에 걸림돌이 되게 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회사 형태를 조세회피 등의 본래의 취지와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는 기업들이 많아지고 있는 시점에서 변화는 필요할 것입니다.

[NTN: 유한회사 투명성확보 개선방안 속빈강정]

[뉴스원: 옥시같은 유한회사 많은데...책임회피 개선 규제개선 委에 발목]


3. 필진 코멘트

익명: 옥시 사건은 매우 안타깝습니다. 건강을 위해서 사용한 가습기.. 특히 아이들의 건강을 위해 사용한 가습기 때문에 수 많은 아이들이 고통 받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다양한 제품의 검사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왜 언제나 문제가 일어난 후에 대처하는 것일까요? 사건이 일어난 후에 대처하는 것도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닌 순간을 모면하기 위한 대책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것은 사건을 해결하는 것일 뿐, 사건을 발생하게 만든 원인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은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유한회사의 투명성 확보는 이러한 맥락에서 의미를 가집니다. 기업은 내부의 정보를 외부에 공개하지 않으려고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기업의 정보가 외부에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미래의 불필요한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지만, 결국은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사회와 조화롭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정보에 대한 공개를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합니다.

by 익명

ksy0816@gmail.com

행간읽기, 하나만 읽으면 안 됩니다.


행간읽기는 '이슈별 프레임 비교'와 '전문 분야 해설', 두 방향으로 행간을 읽어드리는 비영리매체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팬다] 조영남 대작, 예술계 관행이라고 넘어갈 만한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