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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간읽기 Jun 29. 2016

[팬다] 영광스러운 고립을 고수하는 영국

[행간읽기] 2016. 6. 29. by 베이징팬다

“영광스러운 고립을 고수하는 영국, 앞으로 더 잘살길 바래 봅니다" by 베이징팬다

1. 이슈 들어가기

브렉시트 국민투표 결과는 “Leave EU”이지만 브렉시트 국민투표는 법적인 강제성이 없습니다. 투표 결과가 그리 나왔다고 해서 진짜로 영국이 EU를 탈퇴할 법적 의무는 없는 겁니다.


2. 이슈 디테일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재투표는 없을 거라고 못박았습니다. 그런데 투표를 다시 하자는 청원에 서명한 국민은 27일 400만 명에 육박합니다.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리그렉시트'(Regrexit)라는 신조어가 나왔습니다. '후회'(Regret)와 '브렉시트'(BREXIT)를 합친 영어 단어입니다. 인스타그램에서는 리그렉시트 해시태그(#·hashtag) 운동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EU와 영국의 처지(?)

여기서 잠깐 과반수가 넘는 영국 국민이 EU 탈퇴를 원한 이유를 짚어보면 대략적으로 다음과 같습니다.


하나, EU 집행부의 결정을 따라야 하는 영국의 자주성이 훼손됨 - EU는 독일 것이니까

영국이 EEC에 가입한 중대 요인 중 하나가 독일의 유럽 지배를 막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EU 집행부는 메르켈의 입이 좌우하고 있어 영국은 독일의 득세를 막지 못했다. 이대로 가다간 더욱 독일의 아류 국가가 될 판이다. 영국이 질질 끌려가느니 수출 45%를 의존하는 EU를 박차고 나온 용기에는 역사 속에서 무적함대, 나폴레옹, 히틀러 군대를 깨부순 기상이 숨어 있다. 결국 영국-독일 간 유럽세(勢)를 건 모험이다.

6월 28일 매경 오피니언 김세형 칼럼 '영국은 누구인가'


둘, EU 국가 소속이라면 영국에 일하러 가기가 자유롭다 - 영국 : 오지마, 우리 일자리도 없어!

Freedom of movement for labour is one of the key principles of the EU, and with more than 14 million citizens, from footballers to fruit pickers, living in an EU country which they weren't born in, it affects a lot of people. This ease of movement has been attacked in the U.K., which had an unexpectedly high level of migration from several old Soviet bloc states after they joined the EU.

Just what is the UK’s problem with Europe?


셋, EU는 웃기는 규칙들을 강요한다

8살 이하 어린이는 풍선도 불면 안되고, 홍차 티백은 재활용하면 안되고, 1600와트 이상의 청소기는 만들면 안되고 등등.


Myth-busting Boris Johnson’s EU claims: Teabags, balloons and coffins


영국의 EU 탈퇴가 현실화되면 독일의 EU 지배력은 더 커질것

독일 프랑스와 함께 EU의 삼각 축이었던 영국이 독자 노선을 걷기로 결정해 유럽 대륙에 힘의 공백이 생겨나면서다. 그 공백은 유럽 최대 경제대국인 독일이 메울 수밖에 없다. 미국 상원 외교위원회의 벤 카딘 의원(민주당)은 “독일의 EU 지배력은 훨씬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럽인들은 1·2차 세계대전을 주도한 독일의 호전주의와 팽창 정책을 늘 경계해왔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경제대국인 독일이 맏형 노릇을 해주길 바란다. 이른바 ‘독일 딜레마’다. 미국은 영국의 영향력 약화를 우려해 독일과의 관계를 강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자의든 타의든 EU에서 독일의 목소리와 덩치는 더 커질 전망이다.

브렉시트가 확정되자마자 EU 고위 관료와 회원국은 “당장 나가달라”며 영국을 압박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일성은 달랐다. 그는 “재빨리 결론을 내려서는 안 된다”며 속도 조절론을 내세웠다. 외교가에서는 메르켈 총리의 이런 반응을 단순히 독일 5대 교역국인 영국을 배려했기 때문만으로 풀이하지 않는다. BBC방송은 “EU에서 영국이 사라지면 독일이 EU를 지배할 정도로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유럽 사회 저변에 깔려 있다”며 “이를 감안한 판단”이라고 전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독일 경제가 EU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분의 1에 달한다. 2위인 영국이 빠져나가면 독일 비중이 4분의 1까지 커진다. 앞으로 탈퇴국이 늘어나 EU가 소수정예 국가 집단으로 전락하면 독일의 역할은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유럽인들은 독일이 세계대전에서 패할 때마다 독일을 쪼개놨다. 덩치가 커지면 언제 다시 침략 야욕을 드러낼지 모른다는 ‘독일 트라우마’다.

한경 6월 28일자 "또 불거지는 '독일 트라우마'…독일, 지배력 커질수록 '경계론' 확산"


영국의 ‘영광스러운 고립' 고집은 처음이 아님

영국이 지난 23일의 국민투표에서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를 선택한 것은 특유의 ‘홀로서기’ 전통이 부활한 것인가. 브리튼 섬나라인 영국은 전통적으로 유럽 문제에 개입하지 않거나 거리를 두겠다는 생각이 강했다. 심지어 자기 나라를 유럽의 일부로 생각하지 않고 별개로 여기는 관습이 언어에서도 나타난다. 영어의 ‘콘티넨트(Continent)’는 ‘대륙’과 ‘유럽 대륙’을 동시에 의미하는데 여기서 말하는 ‘유럽 대륙’에 영국은 포함되지 않는다.

영국은 역사적으로 유럽의 주류가 아니었다. 이 때문에 수틀리면 유럽 주류와 과감한 거리 두기를 불사했다. 대표적 인물이 튜더 왕조(1485~1603)의 헨리 8세(1509~47)다. 그는 자신의 이혼(정확하게는 혼인 무효) 문제로 대립하던 교황청과 1534년 결별하고 잉글랜드 성공회를 창설했다. 영국은 서방에선 유일하게 자국만의 교회를 가진 나라가 됐다. 영국 군주는 잉글랜드 성공회의 수장이다. 헨리 8세는 원래 종교개혁에 반대했지만 개인 문제로 막강한 영향력의 교황청에 등을 돌린 것이다. 가톨릭 교회와 수도원의 재산은 몰수하고 따르지 않는 사람은 처형했다. 영국을 대표하는 인문주의자로 『유토피아』의 지은이인 대법관 토머스 모어도 도끼로 목이 잘렸다. 그는 사후 가톨릭의 성인이 됐다.

헨리 8세가 내쫓은 스페인 출신의 왕비 ‘아라곤의 캐서린’은 유럽 주류에 속했다. 캐서린은 스페인에서 이슬람 세력을 몰아내고 나라를 통일한 아라곤 왕국의 페르난도 2세와 카스티야 왕국의 이사벨 1세의 딸이다. 당시 유럽의 패권군주였던 카를 5세의 이모이기도 했다. 카를 5세는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왕가의 상속자로 신성로마제국의 황제이자 스페인의 국왕, 네덜란드의 군주를 겸했다. 카를 5세는 신대륙 영토 개척과 전 세계에 대한 가톨릭 확산, 오스만 튀르크의 이슬람 세력에 맞선 유럽 기독교 세계 보호, 그리고 종교개혁에 맞선 가톨릭 수호에 앞장선 인물이었다. 영국은 유럽에서 벌어지는 이런 활동에 거의 개입하지 않았으며 종교와 외교에서 독자노선을 걸었다.

(중략)

영국은 언제 변할지 모를 정도로 변덕스러운 외교 환경 속에서 유럽의 특정 국가를 영구적이거나 반영구적인 동맹으로 삼는 것은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동맹을 맺지 않는 다른 나라의 공격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영국은 18세기 이후 부르봉 왕가부터 나폴레옹에 이르는 프랑스와의 경쟁과 대결이 많은 어려움을 가져왔다는 사실도 상기했을 것이다. 결국 19세기 후반과 20세기 초 영국 외교정책의 핵심은 다른 강대국이나 동맹과의 전쟁을 피하고 식민지와의 해상 연결을 유지하는 것이었다. 소극적인 외교정책으로 국익을 극대화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유럽 대륙보다 식민지와의 교역에서 더 많은 이익을 내는 영국 특유의 경제 시스템도 작용했을 것이다.

(중략)

영국은 1973년 EU의 전신인 유럽경제공동체(EEC)에 가입하면서 고립주의에서 탈피했지만 독일과 프랑스와는 달리 적극적으로 유럽 통합에는 나서지 않았다. ‘영광스러운 고립’의 전통은 21세기 영국에서 다시 등장했다. 이번에 사임을 선언한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2011년 재정위기에 빠진 유로존을 지원하기 위한 협상에 참여하기를 거부했다. 유럽 국가들의 부채와 재정위기를 다루는 회의였다. 캐머런의 참여 거부는 영국의 고립주의 부활을 의미한다. 유럽 문제에서 한 발짝 뒤로 물러나 관조하겠다는 뜻이다.

중앙선데이 6월 26일자 "브리튼 섬, 유럽 대륙과 ‘거리두기’ 본능 되살아나"


3. 필진 코멘트

베이징팬다: 저는 아침에 어학원에 갔다가 학원 로비에 틀어진 미국 방송을 실시간으로 보며 결과를 들었는데요. 여러 칼럼 중 가장 공감이 가는 대목이 있어 이 칼럼으로 마무리합니다.

우리는 여기에 대고 이래라 저래라 할 입장이 아니긴 하죠.

국민의 선택이었으니까요.

영국이 독립해서 더 잘살길 바래 봅니다.

결국 민주주의 선발국 영국, 산업화 선발국 영국, 세계 최대의 제국경영을 했던 나라 대영제국, 대륙 여러 나라들의 지지고 볶는 다툼에 끼이고 싶지 않는 나라 영국, 유럽이면서도 유럽과는 다르다는 차별성과 우월감을 가진 나라 영국의 자존심과 박탈감, 그리고 경제적인 손익 계산이 이번 영국 국민투표의 결과를 만들어 낸 셈이다.

이걸 영국 국민이 아닌 다른 나라 사람들이 각자 기준에서 좋다, 나쁘다 하는 건 적실성도 현실성도 없을 수 있다. 각 국민은 모두 자신들이 생각하는 기준에 따라 선택할 뿐이니까. 미국의 트럼프가 대변하고 있는 못사는 백인 층의 "미국 우선주의'나 영국 다수국민의 EU 탈퇴 이면에 깔려있는 "섞여 살아보니까 우리가 손해더라"라는 민심이나 다 비슷한 현상일 것이다. 그러니 외국인이 뭐라고 왈가왈부 할 것인가? "어, 너희들 그러기로 했어?"라는 말밖에는.

다만 한 가지 수긍되는 것은, 그 동안 브럿셀에 터 잡은 EU 관료주의의 문제점이 너무 일찍 역기능을 발생시킨 점이 분명히 감지된다는 점이다. 영국이 어떤 나라인가? 의회민주주의의 종주국이다. 이런 나라 사람들로선 국민의 투표로 선출되지도 않았고 그 누구에게도 책임지지 않는 EU 관료집단이 떡하니 버티고 앉아 매년 꼬박꼬박 영국의 막대한 분담금을 받아 예산으로 집행하는 것을 용납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네가 뭔데, 영국 납세자들과 의회 위에 존(John) 왕처럼 군림하느냐?"는 불만이 그 동안 아마 컸을 것이다.

이 불만은 다른 EU 국가들과 국민이라고 느끼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거기다 해외 이민자들과 이교도 난민들이 물밀듯 들어와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난제들을 일으키는 데 이르러선 비단 극우 국수주의자들이나 외국인 배척론자들이 아니더라도 토박이 국민들로선 때로는 짜증나는 일이었을 것이다. 이상주의, 인도주의, 다문화주의, 종교적 관용, 공동체주의 등등의 아름다운 철학으로 간신히 그런 현상을 극복하고 치유해오긴 했지만, 그래도 인간사회인 만큼 "우리가 왜 우리 돈 퍼부어가며 이런 손해를 자초하고 살아야 하느냐?"는 불만이 없었을 리 없다. 영국의 EU 탈퇴는 결국 지난 40년간 지속되었던 세계화(globalization)에 대한 반작용이었다. 세계는 다시 반(反)세계화와 보호무역주의, 그리고 국수주의로 역류할 것이란 전망이다.

6월 25일 뉴데일리 류근일 칼럼


by 베이징팬다

layla.goes.fa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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