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행간읽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행간읽기 Jul 13. 2016

[프로기] 뭣이 중헌디, 보육대란

[행간읽기] 2016. 7. 13. by 프로기




"뭣이 중헌디, 보육대란" by 프로기


1. 이슈 들어가기

프로기: 갈등은 길어지고, 내용도 복잡해져 가고 있는 ‘맞춤형 보육’ 논란에 대해서 다뤄보고자 합니다. 사담이지만, 어머니께서 어린이집 교사를 하고 계시고, 또 뉴질랜드 보육 서비스를 지켜볼 기회도 있었던 터라 관심이 많습니다. 
맞춤형 보육은 선별적 복지와 보편적 복지 중에서 무엇이 더 적합하냐로 시작된 논쟁입니다. 현재 만0~2세에게 보육서비스를 지원하는 걸 보편적 복지에서 선별적 복지로 바꾸려는 과정인데요. 7월부터 시행되는 이 정책은 예산, 정책 시행, 수혜자 기준 등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또 저는 개인적으로 최근에 급식 논란과도 연관지을 수 있단 생각이 듭니다. 쉽게 말해서 애보기나 밥하기. 전통적으로 가정에서 여성이 맡았던 역할들이잖아요. 이 역할을 사회에서 전문 인력으로 길러내고 배치해 놓고는, 직업으로서는 홀대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뒤에서 차차 얘기해보겠습니다. 


2. 이슈 디테일


A. 시작과 과정

사회적 돌봄이 보편적 복지로 시작된 이유

사회적 돌봄으로서 보육에 대한 한국사회의 관심은 2000년대 초반부터이다. 2003년 노무현 정권 등장 이후 급격히 확대된 보육예산이 그 근거이다.

왜 그랬는가? 저출산과 여성 경력단절 때문이다. 여성 교육 수준 향상, 가치관의 변화, 남성 홑벌이로써 보장하기 어려운 안정적 가계 상황 등은 젊은 여성세대 중심 취업률 증가 현상을 가져왔다. 이는 당연히 사회적 돌봄, 즉 보육서비스 관련 욕구 확대로 이어졌다. 그러나 절대적으로 부족한 보육시설과 안심하고 맡기기 어려운 보육서비스 환경은 여성의 취업·돌봄노동 이중 부담으로 이어졌다. 여성에게는 출산을 기피하든지 출산 후 경력단절을 해야 하든지의 강요된 선택 상황이 남았을 뿐이다. 사회적 돌봄 확대를 통해 출산율도 높이고 경력단절로 인한 인적자원 낭비도 막아보자는 보육정책 기조가 그래서 등장한 것이다.


보편적 복지를 잘못 정착시켰는데….

지난 10여년에 걸쳐 어린이집을 중심으로 보육서비스는 양적으로 크게 확대되었다. 전체 대상 아동의 80%에게 보육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정도이다. 사실상 부모가 원하기만 하면 자녀를 맡길 수 있는 어린이집이 100% 있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부모 중 상당수는 안심하고 맡길 어린이집이 없다고 한다. 그리고 많은 여성이 차라리 경력단절을 하고 전업주부의 길을 택한다. 양적 확대를 질적 수준이 따라가지 못한 결과이다. 왜 이런 결과가 생겼는가?

보육시설의 양적 확대를 쉽게 하는 방법으로서 민간영리 어린이집 확대라는 정책 기조를 유지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2012년부터 부모의 소득수준이나 개별적 욕구와 관계없이 12시간 기준 2세 이하 아동을 대상으로 무상보육을 실시하였다. 내 자녀를 돌보는 비용이 ‘안 쓰면 어차피 사라질 돈’이 되었다. 그리고 이 돈을 보고 민간 사업자들이 몰려들었다. 부모든 어린이집 운영자든 개인을 탓하고자 하는 말이 아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누구나 그렇게밖에 할 수 없는 구조를 국가가 앞장서 만든 것이다. 보육서비스 비용은 우리의 세금으로 국가가 조달하고 있지만 전달체계는 민간 사업자에게 저당 잡힌 상황이 되었다.

[경향신문, 7월 1일] 맞춤형 보육 논쟁의 민낯

프로기: 사회적 돌봄은 필요한 서비스였고, 중요한 문제였습니다. 하지만 합리적이고 치밀한 정책은 아니었다 생각합니다. 국가 예산만을 들여서 지원해주는 게 복지 정책이 아닐텐데 말입니다.


B. 지금도 

프로기: 시작도 그러한데, 최근에 이를 바로 잡겠다는 ‘맞춤형 보육’도 졸속입니다. 맞춤형 보육은 0~2세 영아를 둔 맞벌이·다자녀 부부의 경우 하루 12시간 동안 종일반을 이용하게 하고 홑벌이 부부는 하루 6시간 45분까지만 맞춤반을 이용하도록 제한하는 제도로 입니다. 그런데 시행을 하루 앞두고도, 제도를 개정하는 등 혼란을 계속해서 겪었습니다. 이해관계자들을 조율하지 못하고 결국 여론대로 제도를 손질했는데요. 


다자녀 가구 기준을 종전 ‘3자녀 이상’에서 ‘0~36개월 자녀를 둔 2자녀 가구’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중략) 복지부는 ‘보육료가 삭감되면 경영에 타격을 입는다’는 어린이집 단체들의 주장을 수용해 맞춤반(6시간) 기본보육료를 종일반 대비 20% 삭감하겠다는 기존 방침을 철회했다. 기본보육료 삭감 계획을 철회함에 따라 약 200억원의 재정이 추가 소요되고, 어린이집 보육료 수입은 지난해보다 평균 5.6%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복지부는 기본보육료 인상분을 보육교사 처우 개선에 쓰도록 어린이집 단체에 당부했다. 

[경향신문, 6월 30일] ‘맞춤형 보육’ 시행 하루전 기준 달라져 혼선


[맞춤형 보육 마이크로사이트] 맞춤형보육에 대한 오해와 진실 


편법 장려: 이용시간 탄력적 이용 + 바우처 이용 

(정부)정부는 보육 시간이 줄어들어 불만인 '맞춤반' 학부모에 "필요한 경우 긴급 보육 바우처를 사용하면 된다"고 하고, 일부 어린이집은 수익 등을 위해 바우처 사용을 유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시행 직후 '맞춤반' 엄마들 사이에 "애들이 낮잠을 자거나 간식을 먹는 오후 3시에 귀가를 하라고 하면 어떡하느냐"는 불만이 나오자 복지부가 "'긴급 보육 바우처'를 쓰면 된다"고 진화에 나섰다.

(학부모)일부 엄마 사이에선 "바우처를 무조건 써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맞춤반'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전업)엄마들 사이에서 예전엔 '어린이집 안 보내면 바보'라는 얘기가 유행이었는데 이제는 '바우처 안 쓰면 바보'라는 우스갯소리가 돈다"며 "매일 30분~1시간씩 쓰면 종전처럼 3시 30분~4시 사이에 '종일반' 애들과 함께 하원할 수 있다고 하는데 그전과 별로 달라진 게 없다"고 했다.

(어린이집)복지부는 '맞춤형 보육'을 시행하면서 '종일반'의 보육료를 전년보다 6% 인상했지만 '맞춤반'은 되레 전년보다 5~9%씩 삭감했다. 그러나 바우처를 모두 쓸 경우 전년보다 2~3% 정도 정부로부터 보육료를 더 받을 수 있다.

[조선일보, 7월 6일] '긴급 바우처'로 보육시간 땜질하라는 정부

프로기: 즉 맞춤형 보육이라는 새로운 제도를 신설해놓고, 실질적으로는 바뀐 게 없는 셈입니다.


자기기술서: 4대 보험 미가입 취업자 + 무급가족종사자 

온라인을 중심으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취업 준비를 하고 있다는 한 주부는 인터넷 육아카페에서 “정부가 구구절절 사유서(자기 기술서)를 쓰라고 하는데 왜 이런 취급을 당해야 하나 싶다”며 “맞춤형보육은 전업주부를 구걸하게 만드는 제도”라고 비판했다. 정부가 허위 서류 제출 시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고 강조하는 것 역시 부모들에게 지나치게 겁을 주는 것이라는 비판이 적지 않다.

또 어린이집을 하루 종일 이용하기 위해서는 이혼 유무, 장애나 질병 등 가정의 사정을 모두 서류로 제출해야 하는 규정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예컨대 장애로 인정을 받으려면 아동의 부모나 형제가 신체적ㆍ정신적 장애가 있음을 증명하는 장애인등록증을 내야하고, 다른 가족 간병을 할 경우 의사진단서를 내야 한다. 또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는 영세사업장 취업자, 아르바이트생, 취업준비, 법적 부부지만 사실상 이혼상태 등 서류로 증명할 수 없을 경우에는 자기기술서를 쓰고 지자체 승인을 얻어야 한다

[한국일보, 5월 26일] 종일반 가려면 가족사 밝혀라?… 뿔난 엄마들

프로기: 자기기술서는 이러한 개인 인권 침해 문제는 물론, 현재는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평가하도록 되어 있어 뚜렷한 지침도 없는 상태입니다. 또한 문맹률이 낮아졌다고는 하지만 대한민국의 모든 사람이 글을 잘 쓸 수는 없을텐데요. 증빙서류도 아닌 자기기술서에 따라서 적합/부적합 판정이 내려질 경우에, 글쓰는 능력, 즉 교육 수준에 따른 차별도 심화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우려도 됩니다. 


C. 직업으로서 돌봄 노동

스웨덴 연수 시절 교민들에게 곧잘 받는 질문이 있었다. 저출산을 극복한 스웨덴 보육 정책을 배운다며 정치인·국회의원들이 한 달이 멀다 하고 몰려오는데 왜 한국의 저출산 문제는 나아질 기미가 보이질 않는지 의아해했다. 스웨덴에서 고작 1년 살다 온 이유로 이런저런 보육 토론회에 불려다니다 보니 스웨덴 교민들 심정을 이해하겠다. 객석을 차지한 민간 어린이집 원장들은 선진국 어린이집들이 어떤 커리큘럼으로 아이들을 돌보는지에 대해선 관심 없다. 오로지 복지부 공무원 입만 쳐다본다. 돈 때문이다. 어린이집 예산을 한 푼이라도 더 따내기 위한 원장들 하소연으로 토론 시간 태반이 흘러간다.

보육 천국이라는 스웨덴에서도 어린이집 교사는 3D 직업에 속한다. 부모의 육아휴직이 끝나는 시점에 들어오는 생후 17개월 아이들부터 취학 직전 꼬마들까지 돌보는 일은 웬만한 육체노동보다 고되다. 월급이 많은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이들이 정부 정책에 불만을 품고 어린이집 문을 닫거나 거리에 나와 시위했다는 뉴스를 본 적이 없다. (중략) 어린이집 두 곳 중 한 곳은 국공립이어야 보육의 질이 담보된다.

[조선일보, 7월 6일] 정부가 또 졌다


김 정책위의장은 아울러 정부를 향해서는 “정부에서는 현재 12시간 중심으로 돼있는 어린이집 선생님들의 근무시간을 8시간으로 바꾸는 것을 꼭 중장기적으로 검토해줄 것을 당부한다”고 강조했다. 

[조선비즈, 7월 1일] 김광림 "어린이집 교사 근무시간 12시간→8시간 검토해라”


 학교 관계자들은 조리원들이 학생 개인의 식사량에 맞춰 배식하는 것은 애초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제한된 시간에 수명의 조리원이 수백 명의 학생들에게 음식을 나눠줘야 하기 때문이다.

조리원들이 소속된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등은 조리원과 학생, 학부모 간 갈등의 상당 부분은 열악한 근무여건과 고된 업무가 원인이라며 조리원들의 처우와 근무환경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각 학교에 영양교사 또는 영양사 1명, 조리사 1명, 조리원 4∼8명이 배치돼 있다. 비정규직인 조리원들은 월 급여가 130여만 원에 불과하고 방학 중에는 일이 없어 임금도 받지 못한다. 조리원들은 학교 직원 위계 구조상 최하위에 있어 인격적 대우를 못 받는 경우가 많고 학생이나 다른 직원들로부터 무시당하기도 한다고 어려움을 토로한다.

[연합뉴스, 7월 10일] “밥 더 주세요" 학교 급식현장 곳곳서 '학생-조리원' 마찰


프로기: 어린이집 보육 교사의 처우 개선은 새누리당에서 아젠다로 삼은 모양입니다. 대학 정상화처럼 어린이집도 질 낮은 민간은 폐업하도록 해야한다는 결론은 아쉽지만요. 중요한 의제를 삼았다고 생각합니다.
학교 급식소의 ‘급식 조리원’의 수나 어린이집의 ‘보육 교사’ 수는 절대적으로 적습니다.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장정 남자가 자기 자식 1명을 돌보는 데도 헥헥 거리는데, 보육 교사는 현재 만0세 아동은 1:3, 만3세 아동은 1:5, 만4세 아동은 1:7까지 담당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처우는 130~140만 원 정도라고 합니다. 급식 조리원의 처우도 기사에 소개된 바를 보면 ‘너무 힘들겠다’는 말이 절로 나옵니다. 
아이 돌보기나 밥 하기는 으레 가정에서 어머니들에 해주시던 일이죠. 산업화가 되면서 직종으로 생겨습니다. 그런데 직업으로 만들어 놓고도 ‘가사 노동’과 비슷한 노동이라는 생각이 저변에 깔려 있는 것 같습니다. 직업으로서 처우와 대우를 마땅히 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0~3세가 인간의 심리 발달에 중요하다, 자라나는 성장기에 식영양이 중요하다, 이런 건 모두가 알고 있는 상식 아닌가요. 그만큼 한 사람의 생애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직업들인데 ‘어머니가 해주시던 일을 아줌마가 해준다’는 정도로 밖에 생각하지 못하는 인식이 안타깝습니다. 

3. 필진 코멘트

프로기: 최근에 어린이집 아동 폭행 사건들이나 부실 급식, 조리원 막말 등의 논란이 있었습니다. 아무리 일이 고되도 해선 안 되는 것이 있기 때문에 옹호할 생각은 없습니다. 하지만 그런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 어떤 배경이 있는지 정부에서 충분히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같이 손가락질 할 자격이 없죠. 
보육 정책은, 나아가 복지 정책은 돈으로 하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책상 앞에 앉아서 시간을 늘이고 줄이고, 돈을 늘이고 줄이는 데 그쳐 있었던 이번 맞춤형 보육 정책이 너무너무 아쉽습니다. 맞춤형 보육 서비스가 실제 어린이집 교사가 제공할 수 있는 것인지, 그 아이들이 더 좋은 돌봄을 받을 수 있는 것인지 현장에서 최소한 열 번 스무 번은 물어봤어야 하는 것 아닐까요. 


by 프로기

frooooogy@gmail.com

행간읽기, 하나만 읽으면 안 됩니다


행간읽기는 '이슈별 프레임 비교'와 '전문 분야 해설', 두 방향으로 행간을 읽는 비영리매체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검고] 득보다 실이 훨씬 큰 사드 한반도 배치 결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