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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간읽기 Aug 05. 2016

[프로기] 시위의 진화

[행간읽기] 2016. 8. 5. by 프로기




"시위의 진화" by 프로기


1. 이슈 들어가기

프로기: “내가 시위를 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요즘 자주 들렸던 말입니다. 나도 시위를 하게 되지 않을까, 시위를 왜 나쁘게 생각하게 될까, 시위하는 사람들 마음은 어떨까, 시위에 한 번은 나가볼까 등. 시위에 대한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성주 시위와 이화여대 시위가 뭔가 다른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모든 시위가 좋지는 않은 게, 시위꾼들도 물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우리가 시위에 ‘편견’이 있지 않은지 살펴봤습니다. 


A. 성주 시위의 시도

출처: 조선일보

투쟁위 관계자는 “성주문학회의 제안으로 만들어진 나비리본은 평화가 성주에서 한반도와 세계로 나비효과처럼 전파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고 있다”며 “성주 주민 1,318명이 참여하는 모바일메신저 단체대화방 ‘1318방’에서 파란색으로 결정됐다”고 말했다. 빨강이나 검정 색깔은 자칫 투쟁과 자극적인 인상을 줄 수 있어 파란색으로 채택했다는 게 투쟁위측 설명이다.

투쟁위는 이날 시위에서 외부단체의 자극 및 선동이 있더라도 무대응으로 일관키로 했다. 또 성주 주민이라도 음주나 대열 이탈 등 무질서한 행동을 보일 경우는 즉각 제재키로 했다. 투쟁위는 이날 성주를 출발하기 앞서 평화시위 행동지침을 설명키로 했다. 또 질서 유지를 위해 성주지역 태권도장 관장과 해병전우회원 200명을 행사장 주변에 배치한다.

이날 시위에서는 김항곤 성주군수와 배재만 군의회의장이 삭발한다. 또 2,000여 명이 동시에 10여 분 동안 마이크를 내려놓고 마음으로 호소하는 침묵시위도 벌인다. 투쟁위 내부에서는 “사드가 성주 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반도의 이슈인데, 나라의 미래를 걱정하는 속칭 외부 사람들과 단체들이 다양하게 참여하는 것이 무슨 문제냐”는 소수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집회의 순수성을 훼손하는 빌미를 주지 않기 위해 외부세력은 배제키로 했다.

[한국일보, 2016년 7월 20일] 파란 리본 달고… 사드 반대 성주 군민 서울서 평화시위

프로기: 성주군은 리본 색깔부터 신중히 고르고, 꾼들의 시위처럼 보이지 않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당일에는 자신의 거주지를 적은 명찰을 모두 걸고, 거주지가 없는 사람은 대열에 합류할 수도 없었다고 합니다. 


B. 이화여대 시위의 시도

출처: 조선일보

서울대학교 총학생회에서 전국 각 대학 학생회장들과 연락해 경찰투입을 규탄하고 이화여대 학생들을 지지한다는 기자회견을 진행하려 했지만, 이화여대 학생들의 반발로 무산됐다. 각 대학에서 중대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 연대의 개념으로 늘 해왔던 지지성명과 기자회견조차 못하게 된 것이다.

심지어 학내에선 '운동권'으로 알려진 학생들의 농성장 출입을 제한한다거나, 대외적으로 '의도가 있는 정치세력들의 개입을 차단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하기까지 했다. 게다가 학내 최고 학생 자치기구인 총학생회가 주도하는 시위도 아니었다. 학내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통해 자발적으로 모인 학생들이 시위의 주체였고, 언론 대응도 그들이 직접 했다. 그간 대학가에서 볼 수 없었던 특이한 상황의 연속이었다. (중략)

이 배경에는 운동권에 대한 불신과 권력기관의 낙인찍기에 대한 공포감, 그리고 청년세대의 박탈감이 큰 요소로 작동했다. 이화여대 총장이 8월 1일, 학생들의 점거사건과 관련한 기자간담회에서 "정치권이 개입하고, 사회단체들이 개입하지 않았냐?"며 '순수하지 못하다'고 말하는 것에서 볼 수 있듯이, 기득권들은 대체로 시민들이 저항의 목소리를 내면 낙인찍기를 통해 그들의 권리와 요구를 짓밟아 왔다. 당연히 이화여대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뭉쳤던 학생들에게도 '낙인찍기'의 공포가 작용했을 것이다.

'운동권'에 대한 불신도 한몫 작용했을 것이다. 정치적, 사회적 사안에서 목소리를 내지만 정작 가까운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가지지 못했던 학내 운동권들이 개입하는 게 달갑지 않았을 것이다. 

많은 대학에서 '운동권' 소리를 듣는 학생들과 그렇지 않은 학생들의 간극은 크다. 평소에 만날 시간도 없고, 강의실보다는 학교 안과 밖에서 운동을 하고 있는 학생들이 달갑게 보이지 않을 것이다. 나의 삶과 가깝지 않은 사람이 시끄럽게 떠들고 있으니 그것이 옳은 말일지라도 거리를 두고 싶을 수밖에 없을 거다. 더군다나 많은 대학의 '운동권'이 점점 위축되면서 외연이 좁아졌다. 이러니 학생들과의 접점은 멀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게 누적된 불신이 결국 이번 사건에서 단적으로 드러났다고 할 수 있겠다.

학생이 제 목소리를 내며 싸웠다는 쾌감 속에서, 이번 이화여대 학생들의 투쟁은 많은 고민거리들을 안겨준다. '동지는 간데없고, 승리의 깃발은 나부낀다.' 딱 그런 상황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오마이뉴스, 2016년 8월 4일] ’운동권’ 배제한 이대생들, 그들의 특이한 승리 '낙인찍기'에 대한 두려움, 운동권에 대한 불신이 가져온 새로운 형태의 투쟁

프로기: 이화여대는 시위에서 노래도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를 합창하거나, g.o.d.의 <촛불하나>를 부르는 등 그간의 80년대 특유의 학생운동 느낌을 탈피했습니다. 메시지를 진정성있게 전달하기 위해서 많은 고민을 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C. 학생운동에서 변해가는 시위문화 

1993년 전대협 시대를 대신해 새로운 학생운동의 기치를 내건 한총련이 출범했어. 당시 출범식이 경북대에서 열렸는데 수만 명에 달하는 전국 대학생들이 대구로 몰려갔었지. 역시나 출정식이 끝난 후 진을 치고 있던 전투경찰과 학생들이 학교 정문에서 대치했어. 벌써 23년 전의 일이야. 

그때가 맞고 지금이 틀리다는 이야기가 아니야. 이제 우리의 시위 문화가, 스스로의 목소리를 내는 방법이, 거리에 나선 이유가 달라졌다는 이야기야.

학생들은 평화시위를 원했어. 그 옛날처럼 캐비닛과 의자, 책상으로 총장실을 가로막지도 않았어. 계단과 복도에 책을 펴고 앉았지. 공부하며 점거농성을 시작한 거야. 기특하게도 “어떤 외부 세력이나 정치 이슈와도 거리를 두겠다”고 공언까지 했어. 그것이 이들의 의지였지만, 결국 1600여 명의 경찰 병력에 의해 강제로 해산되고 말았지.

우리의 시위 문화는 이제 많이 달라졌어. 화염병 대신 촛불과 피켓이 시위에 등장했어. 중고생은 물론 유모차를 끌고 나온 아이 엄마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시대야. 그런데 반대편에 서 있는 경찰은 수십 년 전 그때와 그리 달라진 게 없어 보여. 심지어 최근에는 불법 시위자를 체포하기 위한 체포 전담조가 가동됐잖아. 이걸 두고 “백골단의 부활”이라며 우려하는 주장도 많아. 

시위대가 달라졌으니 이제 공권력도 달라져야 해. 또 그걸 바라는 목소리가 SNS에 가득해. 곧 신임 경찰청장이 취임할 예정이니 조금이라도 변하길 기대해 볼게. 

[이투데이, 2016년 8월 4일] 변해가는 시위문화, 변하지 못한 경찰

프로기: 학생운동의 가치는 너무너무 인정합니다. 그 운동이 없었더라면, 지금처럼 자유로운 말과 글을 얻을 수 없었겠죠. 민주주의도 없거나 더디게 왔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이 칼럼에서 지적하듯이, 시위대가 달라지고 있고, 사회가 달라지고 있습니다. 새로운 대화 방법을 사람들이 자연스레 찾아나가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가 가진 시위에 대한 시선은 기본적으로 친절하지 않은데요. 


D. 시위에 대한 시선

시위의 사전적 의미는 '사람들이 공동의 목적을 가지고 공공연하게 위력 또는 기세를 보여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주는 행위'이다. 물론 '사람들'이라고 하지만, '1인 시위'의 경우처럼 한 개인이 주체로 나서는 경우도 있다. '시위'는 대의민주주의가 대세가 된 현대 정치에서, '대의'로 표현되지 않은 국민들의 목소리를 현장에서 표출하는 '직접민주주의'의 방식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4.19 혁명을 비롯하여 5.18 민주화운동, 87년 6월 항쟁까지 현대사의 전환점이 된 사건들은 대중의 '시위'가 도화선이 되었다. 가깝게는 광우병 촛불 시위를 통해, 다수의 학자들이 '네티즌 직접민주주의 시대의 개막'을 예언하기도 했다.

우리나라만이 아니다. '월가를 점령하라'는 구호 아래 장기간 펼쳐진 미국 월가의 시위 역시 곪아터진 금융 자본주의의 현실을 고발했다. 이렇듯, 세계사에서 혹은 우리의 역사에서 '시위'는 역사적 변화를 가져온 중요한 매개체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문화 혹은 현실 속 '시위'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부정적'이다. 아니 여전히 '부정적'인 정도가 아니라, 정치와 사회가 보수적 혹은 개인주의화 되어갈수록, 공공의 목적을 위해 분출하는 '시위'에 대해 '불편한 심리적 기제'를 조장한다. 드라마도 다르지 않다.

7월 30일부터 방영을 시작한 <끝에서 두 번째 사랑>. 이 드라마의 남자 주인공 고상식은 '오늘도 무사히'를 외치는 안전무사고 주의의 5급 공무원이다. 1화에서 화염병을 든 시위자를 발견한 고상식, 당연히 말로 그와 대화를 나누려 한다. 하지만 그런 고상식에게 시위자는 다짜고짜 주먹을 날리고, 고상식은 그런 폭력에도 주저치 않고 온 몸으로 화염병을 든 그를 저지하려 애쓴다. 그러다 화염병이 떨어져 불이 붙고 그 과정에서 고상식은 어떻게든 그 피해를 막아보려다 다치게 된다. 이 장면이 1회의 마지막 장면이다.

드라마는 마치 1인 시위자에 대한 편견을 피해가기라도 하는 듯, 시위의 내용을 '농작물 피해주는 캣할머니'로 희화화시켰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문제가 되는 '동물 보호에 대한 혐오'를 앞세운 것이다. 문제는 그 시위자가 뒤집어 쓴 피켓의 내용이 아니다. 과연, 드라마를 본 시청자들에게 그 문구가 먼저 들어왔을까? 오히려 그보다는 그가 1인 시위자라는 점, 화염병을 들었다는 점, 거기에 '대화'는 통하지 않고 자기 목적을 위해 '폭력'도 불사한다는 점이 우선 시선을 끌지 않았을까?

이렇듯 드라마 속 '시위'는 대부분, 그 집단행동이 긍정적이거나 드라마의 전개 상 개연성을 가지고 등장하는 경우보다는 오히려 그 반대의 경우인 비일비재하다. 드라마 속 '시위대'는 그런 시의적절한 사회적 요구를 반영한 의식적 목소리라기보다는, '대중의 감정적이고 즉자적인 반응'처럼 다루어지고 있다. 그저 <원티드> 속 '시위대'는 배려심 없는 대중의 즉자적 반응이거나 조작된 반응으로 다루어지며, 대중에 대한 '냉소'를 깊게 한다.

그런가 하면 <38 사기동대>에서의 시위는 무기력하다. 극중 최철우 회장은 '마석동'을 재개발 하려고 하고, 이에 마석동 주민들은 철거 반대 시위를 한다. 그 중에는 백성일(마동석 분)과 양정도(서인국 분)가 즐겨 찾는 국밥집 주인 할아버지도 있다. 그들과 대화를 하기 위해 마석동을 찾은 천성일 시장(안내상 분). 하지만 최철우 회장의 계략에 따라 시위에 참가한 사람들은 천성일 시장에게 달걀을 투척하고, 그 과정에서 국밥집 할아버지는 '폭력 시위' 주동자로 경찰에 잡혀가는 신세가 되고 만다.

[미디어스, 2016년 8월 1일] 도구로 소비되거나 즉자적이거나 무기력? 드라마 속 '시위 문화' 유감

프로기: 드라마는 현실의 모습을 반영하거나 혹은 강화합니다. 가장 최근에 방영된 드라마에서도 시위에 대한 우리의 편향적인 태도, 치우친 시선 등이 여실히 드러납니다. 


E. 꾼들의 판 

정 원내대표는 이날 당 혁신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일부 시위대가) 총리에게 계란과 물병을 던지고 총리의 웃옷까지 벗기는 행태를 벌였다”며 “4대 강, 제주도 해군기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국책사업 현장마다 직업적으로 다니면서 폭력을 일삼는 이들의 행태를 더 이상 묵과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상적인 주민들의 의견 도출과 외부 세력의 폭력은 절대 구별돼야 한다. 폭력행위를 주도한 세력에 대해 수사기관의 엄정한 수사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2016년 7월 19일] “직업적 전문 시위꾼 폭력행위 엄단해야” 정진석, 수사 촉구


경북 성주 주민들의 사드 배치 반대 시위에 좌파·반미 운동단체 등 외부 세력이 개입을 시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주민들로 구성된 '성주 사드 배치 저지 투쟁위원회' 이재복 공동위원장은 지난 15일 있었던 국무총리 감금 사태에 대해 사과하고 "시위꾼들이 붙어 순수한 농민의 군중심리를 이용한 점이 있다"며 "외부인인 시위꾼이 마이크를 잡고 선동했지만 막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고 했다.

지금까지 드러난 내용에 따르면 성주군청 앞에서 총리와 국방장관이 계란과 물병을 맞고 버스에서 6시간 넘게 감금당할 때 군중 속에 민중연합당 조직원 등이 끼어 있었다고 한다. 민중연합당에는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해산된 통합진보당 인사들이 상당수 참여하고 있다. 미국과 관련된 안보 이슈만 불거지면 등장하던 반미 시위꾼들이 사드 문제에도 끼어들 것이란 점은 충분히 예상됐다. 그게 여지없이 사실로 확인되고 있다. 이들은 '미군 타도' 등과 같은 구호도 외쳤다.

[조선일보, 2016년 07월 18일] 예상대로 성주에 외부 시위꾼 끼어들었다

프로기: 물론 여전히 ‘꾼’들이 있습니다. ‘꾼’이 아니더라도 이기적이거나 폭력적인 시위를 하는 분들도 계시죠. 그렇다고 모든 시위를 부정적인 것 일색으로 볼 수는 없습니다. 시위는 건강한 사회에서 자연스러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외국 사례에서 해결책을 조금이나마 찾아봤습니다. 


F. 학교에서 가르치는 교섭 교육 

전문가들은 청소년의 낮은 권리 의식을 노동 교육 부재와 연관시킨다. 교과서에 노동 분야 분량은 전체의 1%도 안 된다. 기업과 사용자의 중요성을 부각할 뿐 노동과 노동자는 그 가치와 권리가 상대적으로 적게 설명되고 있다. 

출처: 오마이뉴스

[프랑스] 노동자와 사회 구성원 연대 강조 

'1946년 헌법 전문', '1948년 세계 인권 선언', '노동법전 2002년판’ 프랑스 중학교 4학년 <시민윤리> 교과서 한 페이지에 세 자료의 사진이 나란히 실려 있다. '노동법'을 설명하기 위해 인용된 문헌들이다. 자료들과 함께 "(1946년 헌법 전문을 통해) 노동자들은 어떻게 그들의 이익을 지킬 수 있는가", "세계인권선언으로 확인된 노동자들의 권리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노동권'을 지탱하는 헌법, 인권선언을 함께 배움으로써 그 근원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프랑스의 교과서가 노조의 단체 행동을 무작정 옹호하는 것일까? 프랑스 <사회경제학> 교과서에 보면 '사회적 항의행동에 참여한 프랑스인'이란 제목의 표가 있다. 여기서 프랑스인들은 '불법 시위에 참여한 경험이 있다'는 질문보다 '집단 청원서에 서명한 경험이 있다'는 질문에 더 많이 답했다. '불법 시위'보다 '집단 청원'이라는 방식을 더 많은 사람들이 택한다는 걸 보여준다. 또 "사회운동에서 폭력이 사용되는 것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습니까"라는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이에 교과서 해설서는 "사회운동에서 폭력이 사용된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그것이 극한 상황임을 대변한다"며 "시위자들이 실직의 위협을 느낄수록 그들의 사용수단은 더욱더 폭력적이 된다고 여러 정치 논문이 밝히고 있다"고 설명한다. 폭력 시위의 원인을 가르쳐 기업가에 비해 약자인 노동자의 위치를 설명하고자 하는 의도다. 우리나라 교과서는 주로 폭력 시위의 문제만을 일방적으로 설명하고 그 원인을 탐구하지 않는다.


[독일] 학교에서 단체 교섭, 임금 협상 놀이

독일 교과서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모의 노사관계 놀이'다. 이 놀이는 말 그대로 학생들이 노조 간부나 사용자가 돼 임금 협상, 단체 교섭 등을 진행하는 것이다. <사회> 교과서에는 '노사 관계 관련 법률', '노사관계의 행위자', '사업장의 경영 상태', '사회경제 및 노동세계의 변화' 등 객관적 자료를 제공하며 이 놀이를 제안하고 있다. 

박 박사가 번역한 놀이에서는 '라인유리 주식회사'라는 회사의 구체적 상황이 제시된다. 사측은 4년 전부터 이윤이 감소를 이유로 사원 50명 정리해고 방침을 정했다. 노조는 열악한 작업여건 때문에 생산성이 떨어지고 조합원들의 건강이 나빠져 결근율이 높아지는 것을 이윤 감소의 원인이라고 반박한다. 양측은 50명의 구조조정을 놓고 협상을 벌여야 하는 상황이다. 

덧붙여 매출과 이윤 등이 담긴 자료와 사업장과 관련된 각종 법규, '산업 안전은 경제적으로 유리하다'는 통계자료, 다른 직종과의 임금비교표 등이 자료로 제공된다. 그러면서 어느 쪽 편도 들지 않는 중립된 서술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놀이 외에도 항의 문건 작성법, 언론과 인터뷰하는 요령, 연설문을 작성하는 방법까지 가르치고 있다. 


[미국] "노동자는 미국 경제의 주체"...교원단체가 노동 교육 보완

<경제학> 교과서에 '미국의 노동력'이란 단원이 있다. 여기서 노동자는 미국 경제 시장의 주체로 언급되며, 노동조합의 역사, 현실, 쟁점 등을 자세히 소개한다. 특히 단체교섭이 하나의 장으로 자세히 다뤄지고 있다. 

<사회학>에서는 앞선 경제나 윤리 과목과 달리 '직업'이라는 개념으로 노동을 설명한다. 고령사회와 노년기 노동문제, 실업문제, 사회계층이 발생하는 문제 등을 직업의 관점으로 언급한다. 미국 교육에서는 노동관련 비중이 앞선 유럽의 두 국가와 비교해 많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송태수 고용노동연수원 교수는 "노사 갈등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발생하는 자연스러운 갈등 중의 하나"라며 "프랑스, 독일의 교과서는 노동 문제를 토론하고 노사 협상하는 과정을 통해 합리적 타협점을 찾는 민주 시민 교육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교과서는 노동 문제를 이념적인 시각에서 회피해야 할 갈등으로 바라보고 있다”고도 했다. 

[오마이뉴스, 2013년 12월 15일] 학교에서 '노조 문건' 만드는 법도 가르치네? 

프로기: 기사에선 노동자에 관한 교육만을 다뤘지만, 시사하는 바가 저한테는 컸습니다. 시위가 지극히 정당한 행위고, 어떤 개인이든지 기업이나 국가를 상대로 교섭 행위를 벌이는 것이 옳은 방법입니다. 학교에서부터 교육하지 않는데, 이 뿌리 깊은 편견이 바뀔 수 있을까요.


3. 필진 코멘트

프로기: 시위에 나간다는 말부터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나는 것 같은 우리 사회. 시위의 당사자가 된 평범한 사람들도 어느새 ‘꾼’이나 ‘방해물’로 취급받는 우리 사회. 바뀔 때가 되었나 봅니다. 여기저기서 평범한 사람들이 먼저 조금씩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는 걸 보면 말입니다.

우리나라의 비극적인 역사 때문에 다루기가 조심스럽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렵다고 해서 피하기보다는 제대로 해야 옳은 게 아닐까요. 더 많은 사람들이, 가능하면 교육과 정책을 바꿀 수 있는 분들이 이 문제를 진지하게 생각해보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by 프로기

frooooog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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