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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간읽기 Sep 05. 2016

[프로기] 소통, 그 진부한 말

[행간읽기] 2016. 9. 5. by 프로기

"소통, 그 진부한 말" by 프로기

1. 이슈 들어가기

프로기: 세월호는 처음부터 끝까지 그래도 잘했다 싶은 게 단 하나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오늘은 구성을 좀 바꿔서 필진 코멘트를 먼저 소개합니다. 그리고 또 하나, 처음으로 기사 하나를 전문으로 인용하고자 합니다.

2. 필진 코멘트

프로기: 오늘의 제목은 ‘소통, 그 진부한 말’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을 두고 ‘불통’이라는 키워드가 자주 언급되었었습니다. 다른 사람들과 소통이 잘 안 되는 문제를 드러내는 사건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수첩 인사, 친박계, 근혜어, 무표정 등등 별명도 참 많았는데요. 가끔은 그중에 조롱처럼 보이는 말도 많았습니다. 그런 말들을 들으면서 저는 박근혜 대통령이 모든 일을 못 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강한 리더십’이라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좋게 생각해보기도 하고요.

그런데 이 기사를 보고 ‘불통’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새삼 생각이 들었습니다. 독재자의 독선이 얼마나 위험한지 생각이 들었고요. 다른 사람 얘기를 듣지 않는 건 옳지 못하다는 당위적인 이야기가 아닙니다. 독재자가 독재하니까 나쁘다는 동어반복의 이야기도 아닙니다.

아-주 강력한 권력을 쥔 사람이 소통하지 않는 순간, 모든 사람은 아이히만이 됩니다. 권력을 쥔 사람을 건드리지 않으려 하지요. 왜냐하면 어차피 자신의 이유나 의견 따위를 전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유를 설명할 수 없기 때문에, 결과로만 보여줘야 하게 되는데요. 그 결과는 가타부타 설명할 필요 없이 한눈에도 권력자 맘에 들어야겠지요. 그렇다 보면 관리들은 그저 권력자가 원하는 방향을 알아서 맞춰 나가게 됩니다.

세월호 사건의 모든 부분마다 이런 모습이 보입니다. 처음 해경 사건부터, 민간잠수사, KBS 보도 개입, 그리고 이번에 거짓 보고까지. 이 모든 잔인한 과정을 박근혜 대통령이 시켰을 리가 없죠. 그저 그녀는 이유나 의견 따위에 귀 기울이지 않았을 뿐입니다. 듣지 않으려는 그녀를 위해, 보여주기 위한 노력을 아주 평범한 시민들이 이어갔을 뿐입니다.

필리핀에서는 두테르테 대통령이 귀를 닫았습니다. 범죄자를 처형하고 싶다고만 말했죠. 아무런 대화가 통하지 않는 대통령의 비위를 건드려선 안 되겠죠. 필리핀에선 두 달 만에 2,000여 명이 처형을 당했습니다. 우리나라 과거 독재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들 아래서 일했던 고문관, 경찰관, 형사 등이 못된 인간이었을까요. 그렇지 않을 것입니다. 독재자가 듣지 않는다면. 그 밑에 평범한 사람들은 ‘딱’ 보기에도 맘에 들만 한 결과들을 알아서 만들게 됩니다. 살아남아야 하니까요.

소통, 그 진부한 말을 다시 아----주 깊이 생각해보아야 할 때입니다.

3. 이슈 디테일

노컷뉴스

프로기: 노컷뉴스도 아주아주 추천할만한 언론입니다. 오늘 인용할 전문 기사가 바로 노컷뉴스의 기사입니다.

먼저, CBS가 지금은 기독교방송만 하는 곳으로 이미지가 만들어져있지만, 원래는 매서운 언론사였다고 합니다. 언론의 본래 기능인 ‘권력의 감시견’ 역할을 톡톡히 했었다고 합니다. 그러다 전두환 정권 때, ‘언론 통폐합’ 사건으로 인해서 CBS는 방송 제한을 받게 됩니다. 이 때부터 보도를 하지 못하고 오로지 종교 방송만 하게 되었다지요.

노컷뉴스는 바로 그 CBS에서 옛날에 전두환도 꺼려했던 ‘권력의 감시견’ 역할을 다시 톡톡히 하고 있는 곳입니다. 인터넷 뉴스이기 때문에 다른 인터넷 뉴스들과 섞여서 스팸같은 존재로 보시는 분들도 많더라고요. 노컷뉴스 아주 좋습니다! 그 중에서도 김현정의 뉴스쇼는 어떤 사안에 대해서 정확한 내용을, 균형잡힌 시각을 접할 수 있는 코너입니다.

기사 전문

세월호참사 직후 수색과정에서 선내에 공기를 주입하고 수중로봇을 투입했다던 정부의 발표는 모두 거짓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사실은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가 TRS(주파수공용통신) 교신기록을 조사한 결과 드러났으며, 3차 청문회 마지막 날인 2일 공개됐다.

◇ 선장 있던 조타실 근처에 공기주입…고작 19㎜ 호스로

"공기 호스를 식당칸까지 가려면 시간이 많이 걸려서 안 되니까 현재 35m 지점에 설치된 그 부근에 바로 공기주입구를 설치하는 걸로 여기서 지시가 내려갔음. 확인 바람."

세월호 참사 '골든타임' 종료를 앞둔 2014년 4월 18일 10시 16분, 해경 이춘재 경비국장은 특수구조단장에게 교신을 통해 이러한 지시를 내렸다.

선내에 실종자나 에어포켓(잔류 공기)이 남아 있을 가능성이 그나마 높다고 판단된 '식당'이 아니라, 그저 호스가 연결된 현장 바지선과 가까운 곳에 공기를 주입하라는 것.

이어 해경 3009함은 이 국장에게 "구명동 바로 옆에 구멍이 있어서 그 구멍으로 호스 끝단을 넣었다고 합니다. 구명동(구명벌) 위치들은…그 쪽이 내비게이션 브릿지 데크임"이라고 보고했다.

'내비게이션 브릿지 데크'는 세월호 5층 조타실 근처에 있었다. 하지만 조타실은 참사 직후 이준석 선장이 해경에 구조됐던 곳이기 때문에 실종자가 남아 있을 가능성이 거의 없던 곳이었다.

심지어 이 호스는 지름 19㎜짜리였으며 소형 공업용 압축기에 연결돼 실제 구조에는 실효성이 없던 것으로 드러났다. 해경은 당시 오히려 "공기주입 작업중에는 선체가 불안정해질 수 있다"고 교신하기도 했다.

엉뚱한 곳에 공기가 주입되는 장면은 구조당국이 설치한 ENG 카메라를 통해 유가족이 있는 진도체육관과 청와대로 생중계됐다.

이에 대해 특조위 권영빈 진상규명소위원장은 "사실상 구조당국이 유가족과 국민을 완전히 속이고 청와대에 공기주입에 성공했다고 보고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종운 안전사회소위원장은 "공기주입은 구조 실패를 모면하기 위한 '대국민 쇼'였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청와대 보고용 작업'이었던 것 같다"고 허탈해했다.

◇ 로봇물고기 선내 진입? "어디로 유실됐는지 못 찾고 있다"

범정부사고대책본부는 2014년 4월 21일 오후 3시 20분쯤 수색을 위해 '로봇물고기'로 알려진 수중탐사로봇(ROV)을 투입했고, 선내 진입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사고 해역의 조류가 거세 잠수부가 진입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유가족들은 이 로봇에 그나마 기대를 걸었으나, 이러한 발표 역시 사실과는 달랐던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특조위가 입수한 TRS 교신에서 해경 관계자는 "되지도 않는 ROV…ROV 줄하고 엉킬까 봐 지금 언딘 샐비지가 다이빙을 못 하고 있다. 철수하다가 줄이 엉켜가지고 지금 어디로 유실됐는지 찾지를 못하고 있음"이라고 말했다.

이후 오후 6시쯤 구조본부는 3009함에 "ROV가 수색 중단하고 출수한 사유가 뭔지 파악 바람"이라고 교신했고, 3009함은 "수중탐색했으나 선체 내부 탐색은 실시하지 못함. 선내 진입 못 하고 출수"라고 답했다.

해경구조본부는 당시 로봇이 선내에 진입하지 못하고 유실됐다는 점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이와 반대되는 내용을 발표해 구조작업의 성과를 포장한 것.

권 소위원장은 "인터넷을 검색하면 당시 로봇이 선체 진입에 성공했다는 뉴스가 쏟아진다"며 "해경은 로봇이 선내에 못 들어갔다는 걸 알고도 거짓말했고 언론은 이를 검증 없이 보도했다"고 밝혔다.

◇ "고작 1% 분석…전체 TRS 조사가 '비밀의 문' 될 것"

"해군 SSU 입수 시 식당까지 가이드라인 설치 과제는 확인 결과 설치하지 않았음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오늘 아침에 설치한 것은 하나도 없다고 확인하였습니다."

2014년 8월 31일 해경 잠수기록에는 '객실 쪽, 통로 확보 위해 가이드라인 설치'라고 쓰여있었으나, 특조위가 당시 해경의 TRS 교신기록을 분석한 결과 이 역시 사실과 달랐다.

또한 같은 날 민간잠수사 2명이 구조를 위해 잠수했다는 사실이 TRS 교신기록에서는 확인됐으나 해경 잠수기록지에는 나타나지 않았다.

특조위 측은 이에 따라 구조당국이 잠수기록지를 조작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권 소위원장은 "기록에 누락된 것도 있고 안 한 걸 한 것으로 표기한 것도 있었다"며 "해경은 구조상황을 부풀려야 하는 입장에서 허위로 기록한 게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조위는 또 검찰이 이러한 TRS 교신기록을 입수하고도 수사에 참고하지 않았다며 '부실수사' 의혹을 제기했다. 해경이 보낸 교신기록의 위·변조 여부를 확인하지 않았고, 수사보고서에 나타난 내용과 자신들이 입수한 기록이 상이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이어 이번에 입수·분석한 교신기록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며 전체 기록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 소위원장은 "해경 본청에 밀봉된 TRS 파일은 100만개 이상인데 특조위가 받아낸 건 1%도 안 되는 7천여개에 불과하다"며 "전체 하드디스크를 분석하는 것이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는 '비밀의 문'을 여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컷뉴스, 9월 3일] 세월호 공기주입·수중로봇·잠수기록 다 거짓말 "靑 보고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