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치(拔齒)

2024 작가의 눈 제31호 (2024. 10. 28 杏仁 )

by 행인

기둥 하나 뽑혀 나갑니다


60년 세월 버텨 온 한 지붕 네 기둥 중에


마당 앞 왼쪽 기둥이


가뭇없이 사라졌습니다



시달림이 지나쳤나 봅니다


때없이 스쳐간 발길들이야 견뎠다지만


비에 젖고 바람맞은


세월은 못 견디나 봅니다



지붕을 떠나보낸 파르테논 신전은


기둥이 많아 아직 기둥만으로도 섰다는데


사분지일을 상실한 나의 집은


티격나 무너질까 두렵습니다



기둥 잃은 나의 집, 무너질까요?


벽 배뚤리고 지붕도 샐그러질까요?


이빨 없으면 잇몸, 그 말을 믿고


작은 대문 슬며시 열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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