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를 기다리며

2026.2.11 행인

by 행인

언 땅이 녹을 때 피어오르는 오래된 기별 같은 것 가만히 너를 기다리는 일, 무엇이 두려웠던가 덧문조차 걸어 잠근 채 마음 끝자락 붙들고 숨죽였더라

이제야 알 것 같은, 먼지 쌓인 적막의 깊이 편지를 기다리는 일, 덜렁대는 단추를 다시 꿰듯 부서진 안부의 조각들을 하나둘 모으는 일

내 안의 가장 낮은 곳에 낡은 이불을 펴고 침묵하다 늙어가는 일, 지는 노을 아래 종착역 정거장 한구석을 홀로 서성이는 일

끝내 어둠은 빛을 가리고, 연락하겠다던 말 아득하여 나를 견딜 수 없는 밤, 내 이름 첫 글자를 떼어 편지를 기다리는 길목 어귀에 밀어 넣는다. 가만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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