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 발원지 뜬봉샘을 중심으로 장수군 지역에 네 개의 마실길 노선 네 개가 있다. 장수읍 노하숲에서 용계마을을 지나 뜬봉샘까지 9km는 <뜬봉샘 가는 길>, 노하숲에서 용림제(덕산제) 가는 12.5km는 <마루한길>, 노하숲에서 천천면, 계북면사무소를 거쳐 문성마을에 이르는 길은 승마 마실길로 무려 30.6km에 이른다.
뜬봉샘에서 당재와 수분령을 거쳐 방화동 계곡에 이르는 길은 백두대간 마실길 구간이다. 범연 마을과 지실가지를 지나 도깨비동굴, 장안문화예술촌, 주촌 민속마을, 논개 생가를 거쳐 가면 총 거리 44Km에 이르는 길이다.
뜬봉샘에서 방화동 계곡 쪽으로 백두대간 마실길을 걷다 보면 두 개의 유명한 고개를 만난다. 처음 만나는 곳이 수분령이다. 수분령은 장수마실길에서 수분마을을 지나 방화동으로 갈 때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고개로, 소백산맥과 노령산맥의 산줄기가 이어지는 곳이다. 지금은 아스팔트가 깔려 자동차길로만 보이지만, 알고 보면 해발 539미터의 만만치 않은 고개다. 예부터 수분령은 주변 고장이나 한양으로 갈 때 꼭 한 번은 넘어야 하는 고개였다. 길손들이 갓끈을 풀고 좀 쉬었다 가는 주막도 꽤 있었다 한다.
다음 좀 더 높은 고개는 당재다. 수분령을 벗어나 방화동으로 가다가 맞닥뜨리는 고개다. 아스팔트라서 걷기엔 그리 불편하진 않지만 가파른 길이다. 당재 정상에서 방화동으로 내려가는 길은 유려한 곡선의 아스팔트 도로다. 산과 계곡 사이를 휘감아 돌듯 이어지는 당재 마실길을 내려가면 백두대간 장수마실길 구간인 덕산계곡이 보인다.
덕산계곡 길은 전라북도가 선정한 아름다운 길들 가운데 하나다. 계곡 주위로 숲이 울창하고 바위가 많아 곳곳이 절경이다. 동굴처럼 이어지는 숲 아래 사철 맑은 물이 흐르는 풍경이 마치 신선의 마을에 들어선 것 같다.
장안산에서 발원한 계곡은 범연동에서 시작해 밀목재를 지나 장수로 흘러들어 간다.
방화동 자연휴양림 숲 속의 집 옆으로 들어가면 깊고 울창한 골짜기 길이 이어진다. 숲 속 길이 끝나면 장안산이 내놓는 아름다운 계곡, 덕산계곡 길이 나온다. 장안산의 높은 산세에 비해 길은 꽤 평탄해 부담이 없다.
계곡은 10여 군데의 소(沼), 용바위, 신선바위, 정승바위 등 20여 개의 기암괴석, 은골, 절골, 감골 등의 작은 골짜기가 이어진다. 이 중 용소(龍沼)라 부르는 소 두 곳이 200미터 사이를 두고 있다. 큰 용소, 작은 용소라 하기도 하고 윗용소,아랫용소라 하기도 한다.
윗용소는 너른 바위에 새겨진 바둑판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조선 시대 황희 정승이 양녕대군 폐세자를 반대하다 귀향한 이후, 이곳에서 바둑을 뒀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아랫용소는, 깊고 좁은 골짜기에 커다란 웅덩이가 웅장한 바위에 둘러싸여 거칠게 흐르던 물길을 순하게 한다. 단풍이 물들어갈 무렵 이 부근의 가을은, 한 번 만나고 나면 평생 잊지 못할 만큼 절경이다. 아랫용소 풍경은 영화 ‘남부군’에 등장했다. 빨치산 수백 명이 계곡물에 뛰어들어 목욕하는 장면이다.
길 왼쪽으로는 산자락을 메운 나무와 수풀, 대나무의 푸른 녹음이 이어지고, 오른쪽으로 덕산계곡이 자랑하는 맑은 물이 바위에 부딪히며 청명한 소리로 흐른다. 덕산계곡은 봄, 여름, 가을, 겨울 사철 물이 풍부하다. 지대가 높아 한겨울에도 산기슭에 쌓인 눈이 녹아 흘러내린다. 물은 속 끝까지 훤히 들여다보일 만큼 맑고 깨끗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