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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인 May 09. 2021

비단강 내려다보는 함라 비단길

杏仁의 길 담화_금강 옆 함라산길

 금강변의 웅포면과 함라면을 양편으로 가르듯이 병풍처럼 빙 둘러선 함라산 일대에는 49.9km에 이르는 둘레길이 나 있다. 함라 삼부잣집에서 함라산을 빙 둘러서 숭림사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함라산둘레길이 23.9km, 숭림사에서 성당포구와 곰개나루를 지나 입점리 고분전시관에 이르는 강변포구 길이 26km다.

 함라산둘레길은 1코스와 2코스로 구분을 해서 함라면 소재지의 양반길에서 입점리 고분전시관과 숭림사까지 각각 걸을 수 있도록 해 놓았다. 

 양반길은 익산 함라면 소재지의 삼 부잣집에서 시작된다. 고택의 붉고 높다란 토담길에서 옛 정취를 느낄 수 있는 함라 옛담장길(문화재청 등록문화재 제263호)이 마을의 운치를 더한다. 눈에 띄는 고택은 조선 후기 양반가옥인 면모를 알 수 있는 김안균, 조해영, 이배원 가옥, 삼 부잣집이다. 

 옛날 함라는 만석꾼 3명이 살던 99칸 삼 부잣집으로 유명했다. 구한말, 전라도에서 한양을 가는 길은 이 삼부자의 땅을 밟지 않고는 가지 못했다 할 만큼 어마어마한 부를 쌓았다. '인심은 함라'라는 말도 있듯이, 이들 삼 부잣집은 부만 쌓은 것이 아니라 어려운 사람들에게 널리 베푸는 일도 앞을 다투었다고 한다.       

함라는 삼부잣집으로 유명했다. 함라면 소재지 마을 안 골목으로 들어서면 김안균 가옥 앞을 지나게 된다.

 담장이 아름다운 마을 골목을 빠져나와 산길로 접어들면 곱디고운 흙길이 이어진다. 타박타박 발바닥에 전해져 오는 양탄자 같은 느낌, 대만족이다. 함라산은 자연생태계가 잘 보전되어 있으며 특히 소나무, 곰솔, 굴참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어서 자연생태교육이나 삼림욕하기에 알맞다.

 산길을 걸어 오르면 옛 보부상들이 고개를 넘다 똥을 누고 지나갔다는 똥바위가 나온다. 똥바위에 올라서면 드넓은 평야와 금강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풍경을 목도한다. 서해에서 훈풍이 불어오는 산 아래로 웅포골프장 잔디밭이 한 마리 곰처럼 드러누웠고 그 너머에 금강이 눈부시게 반짝이며 넘실거린다. 봉화산 정상 정자에서 바라보는 금강은 더욱 눈이 부시고, 서해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거침없이 밀려들어온다. 

 봉화산에서 입점리 고분군 쪽으로 내려오면 야생녹차밭이 나온다. 최북단 야생차 군락지가 야생차의 북방한계지를 알려준다. 야생차밭이 있는 곳은 옛날에 임해사라고 하는 절이 있던 터인데, 조선 초기에 소실되었다고 한다. 산림문화체험관은 최북단 야생차 군락지에서 채취한 야생차 잎으로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이다. 이곳에서는 다도, 한지 만들기, 전통공예 등을 체험할 수 있다. 체험관 앞 나무데크로 조성된 전망대 아래 소나무 사이로 촘촘히 심어진 차밭이 있다.

 입점리 고분군은 웅포면에 소재해 있다. 입점리의 들녘과 산이 만나는 곳에 백제의 귀족들이 묻혔던 고분군이 있다. 오랜 세월 산기슭 흙더미에 묻혀 있던 유물이 1986년 칡을 캐던 이 마을 학생의 손에 만져지면서, 고분군이 처음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고분군에서 금동제 관모와 신발, 옥, 중국 청자, 은제품, 백제토기 등 화려한 유물이 발굴됐고, 고분군 아래에 익산지역에 흩어져 있는 고분을 모아 입점리 고분전시관을 세웠다. 실물은 전주 국립박물관에 있고 이곳 박물관에는 모형이 전시돼 있어 좀 아쉽다. 전시관에서는 고분의 구조와 양식, 고분 분포도 등을 다양한 지도나 모형, 동영상으로 공부할 수 있다.      

함라산 자락의 최북단 야생차 군락지. 함라산 줄기를 따라 걷다보면 만나게 된다.

 야생차 군락지에서 숭림사 방향으로는, 금강이 내려다보이는 북쪽 산자락을 따라 임도가 나 있다. 임도를 따라 구불구불 길모퉁이를 돌 때마다 숲 속 교실, 사색의 정원, 명상의 숲, 테라피원 등이 연이어 등장한다. 숲 체험장 곳곳에 전망데크며 휴식시설들이 제법 훌륭하게 갖춰져 있다. 

 소나무가 병풍처럼 빽빽이 늘어선 산 아래 칠백 년 고찰 숭림사는, 오래전부터 인 듯 고즈넉한 모양으로 기다리고 있다. 멀리 강물 위 서쪽 하늘에서 금빛 노을이 산사를 물들인다. 마을길을 돌아 숲길과 밭두렁, 논두렁을 지나는 여정의 마지막, 금강 물줄기 위로 지는 낙조가 서러울 만치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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