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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항재 Sep 17. 2022

조용하지 않을 '조용한 퇴사' 현상


파편화되어 가는 세상이다.


데이터가 모든 비즈니스의 핵심이 되어가면서 데이터를 추출하고 수집하기 위해서는 관련된 프로세스를 분석하고 각 스탭 별로 트랜젝션을 정의하고, 생성된 데이터를 저장하는 기능들이 강화된다. 그러다 보니 모든 것을 쪼개서 분석하는 것을 가능하게 하고 또 그것을 기본개념으로 설계하게 된다.

그렇게 나누어 보고 쪼개어 보는 관점이 점점 익숙해져 간다.


다양성과 개성을 추구하는 트렌드도 어떤 면에서 이러한 경향을 강화하는 것 같다.

세상은 모든 것이 효율성과 생산성 관점에서 표준화되어가는데, 뭔가 달라 보이고 차별이 되려면 전체가 아니고 어떤 특정 한 영역을 다르게 만드는 것만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스페셜티 커피가 붐을 이루고 여기저기 개성 있는 카페들이 많이 생겼다.

커피와 레시피만 본다면 차별화하기 쉽지 않지만 커피의 원두, 로스팅, 원산지, 인테리어... 카페를 이루고 있는 여러 요소들을 나누어서 포인트를 찾으면 차별화가 가능해진다. 

수많은 비슷한 것들 사이에서 어쩌면 유일한 방법일 수도 있다. 잘게 세분화하고 쪼개어 본다.


10년 전으로 돌아가 본다면, 많은 일들이 지역단위로 또는 시간 단위로 또는 업무단위로, 지금보다는 좀 더 큰 묶음으로 되어 있었고 그 가운데에 사람들과의 상호교류는 필수였다. 그러나, 지금은 코로나의 영향도 있지만, 공간과 위치는 큰 의미가 없어졌다.

원격근무, 재택근무가 보편화되었고, 출장을 대신해서 화상회의는 표준이 되었다.

이전에 쓰던 스케쥴러는 한 시간을 두 개로 나눈 30분 단위로 되어 있었는데 스마트폰의 앱으로는 5분 단위로 시간 설정을 하게 되어 있다.

점점 작아지고 세분화되어가지만 동시에 더 많은 외부의 영향을 받고 쉽게 영향을 준다.

점점 더 작아지는 나의 세계와 상호 간의 영향력은 더 커지는 이 모순적 상황이 아이러니해진다.

나의 물리적 공간은 작아지지만 내가 영향을 주는 또는 내가 영향을 받는 세상의 것들은 더 많아진다는 것이다.


회사를 퇴근하면 다음 날 출근한 후에나 연락이 가능하고 얼굴을 마주 봐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던 시절이 있었다고 이야기하면 지금의 카톡 세대에게는 별나라 이야기로 들릴 것이다.

파편화되어가는 세상에서 여전히 전체와 집단의 이익이 우선되는 규범은 여전하다.

다수의 행복을 위해서는 소수가 희생되는 것을 당연히 여긴다. 

코로나의 시대를 겪으면서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백신의 부작용도 확률상 발생할 수 있는 당연한 사건이 되고, 개인의 권리나 사생활을 주장할 수 없게 된다.

코로나는 그렇게 개인화, 파편화를 촉진하면서 동시에 전체와 집단의 이익을 우선화 하는 모순을 강화했다.


조용한 퇴사(Quiet Quitting)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몇몇 이러한 현상을 분석하고 원인과 해결에 대해 제시하는 기사나 글들을 보는데, 실은 전혀 새롭지는 않다.

이러한 현상은 이전에도 있었다. 그것을 표출하고 공유할 수 있는 장이 없었을 뿐이지.

이전과 다른 것은 이러한 정신과 속마음을 스스럼없이 대놓고 꺼내 보일 수 있고 그것에 반응하거나 지지할 수 있는 소통의 채널이 있다는 것이다.


이전 컨설팅에서 다루었고 지금도 중요한 조직관리의 지표로 활용되는 직원 성과몰입도(Engagement)라는 프레임에서 본다면 몰입된 직원들의 비율이 높지 않은 것은 예나 지금이나 비슷한데, 이 Dis-engaged 된 직원들의 행위가 정당화되고 그들의 논리가 수용되고 공감대를 얻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예측하건대, 아마 이 화두는 앞으로 좀 더 지속되고 사회 문제로까지 인식될 것이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이러한 현상이 창발(emergent) 단계에 직전까지 와있기 때문이다.


문화는 구성원들의 공통된 가정에 근거한 드러난 행동으로 발현될 수 있다.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라는 믿음이 보편화되면 나의 행동도 동일하도록 압력을 받는 것이 문화의 현상이기 때문이다. 그 관점에서 조만간 이러한 '조용한 퇴사'가 비주류가 아닌 주류의 행동양식으로 특히 MZ으로 명명되는 세대에게서 나타나게 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지 않아도 과반이 넘지 않는 '비 몰입되어 있는' 계층에게 이 조용한 퇴사 움직임은 동질감과 연대감을 일으키기 충분하기 때문이다.


아마 또다시 개인의 가치와 집단과 조직 우선의 가치가 충돌하는 현상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어느 회사나 조직이 구성원들의 '조용한 퇴사' 움직임을 환영하겠는가?


성과 몰입된 직원들의 특징 중의 하나는 조직의 성과를 위해 기꺼이 주어진 책무를 넘어서는 노력, 즉 extra efforts를 할 마음가짐을 갖고 있는 가이다. 조용한 퇴사라는 기저에는 이 태도와는 극단적 반대 선상에 있는 모습을 보인다.


경영자들은 우리 조직과 직원들에게 이러한 불온한 생각과 마음이 전파되지 않도록 어떤 백신 접종이 필요할지, 어떤 자들이 이미 조용한 퇴사 상태에 있는지를 밝혀내고 그들을 회심시킬지 등등에 대한 고민이 시작될 것 같다. 개인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퇴사를 결심하고 조직을 떠난 직원들이 아쉽고 서원해 했었던게 바로 얼마 전인데 이제는 그렇게라도 결단을 내렸던 직원들에게 고마워해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그런데, 경영자들이 이러한 직원들의 태도를 사악한 것으로만 몰아붙이기 전에 정말 조직이, 회사는 제대로 역할을 하고 있는지를 돌아봐야 한다. 


지금도 광화문에는 코로나 백신의 부작용에 귀중한 생명을 잃은 희생자들 가족들이 시위가 진행 중이다.

사회적인 합의에 의해 백신 접종을 강요했지만 누군가에는 치명적인 약물이 되었고 그 부작용은 돌이킬 수 없는 상처와 아픔을 남겼다. 전체를 위한 작은 희생이 당연하다고 주장하지만 그게 남이 아닌 나의 일이 될 때는 그 어느 누구도 그냥 넘어가지 못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내가 왜 회사를 위해 더 많은 노력과 땀을 흘려야 하는지'를 설명하지 못하고 그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조용히 회사를 떠나고자 하는 더 많은 무리들을 보게 될 것이다. 


겉과 속이 다른 정신분열적 상황은 결코 건강하지 못하다. 서로를 신뢰하지 않는 조직과 개인의 상태도 바람직하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이 '조용한 퇴사'의 움직임을 가볍게 넘겨 보아서는 안된다. 

이전의 다른 조직 이슈와는 다르게 좀 더 민감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보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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