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겹살이 먹고 싶은 독거인

배달 음식을 시킬 것이냐, 내가 강해 질 것이냐

by 한공기

학창 시절 급식실에서 혼밥 하는 것과 유럽에서 혼자 미슐랭 스리스타 식당에 가는 건 다르다.


내게 이 좁은 지역이 학창 시절 급식실처럼 느껴진다는 걸 먼저 말한다면 읽는 분들이 내 기분을 조금 공감해 줄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중학교 교사다. 말을 더듬고 아이들 눈을 잘 못 쳐다보는 교사. 학부모와 아이들이 무지 편하지는 않다.

얼마 전부터 삼겹살이 먹고 싶었다.

혼자 2인분, 3인분을 시켜 먹으면 괜찮지 않을까 생각하고 지도를 뒤지다가

이 좁은 지역에서 혼자 먹다가 아는 얼굴을 마주하면 내가 너무 어색할 것 같았다.


밤에 안주 없이 깡소주를 마시고 잠들려고 했던 날

취기에 배달 삼겹살을 시켜 버렸다.

맛있었다. 고민한 게 무색하게.


어제 친구가 놀자고 해서 삼겹살을 먹으러 갔다.

맛은 있었지만 혼자 배달시켜 먹었던 게 더 맛있었네 하는 기분이 들었다.


혼자 구워 먹으러 갈 수 있는 나 자신이 되고 싶음과 동시에, 삼겹살 먹고 싶을 때 배달의 편리함에 평생 묻어가도 되니 내 처지가 비관적이지는 않구나 싶었다.


배달 음식은 보통 우울할 때 충동적으로 시키게 되므로 맛이 없으면 자괴감에 사람을 죽고 싶게도 만든다. 우연히 맛있어서 다행이다.


모든 배달 음식이여, 힘내서 계속 맛있어라.

지긋지긋한 나야, 그냥 혼자 삼겹살집 좀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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