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아르코 발간지원에 떨어졌다. 책 한 권을 발간할 수 있는 기회였지만, 내 역량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했다. 마음을 다 잡으려고 했으나, 같잖은 자만심에 많이 우울해졌다. 그러다 지원자들을 대상으로 했는지, 문자가 왔다. 24년에 발표지원이 신설되었으니 지원해 보라는 글자 하나하나를 가슴 깊이 진하게 새겨 넣었다. 발표지원은 세 개의 작품만을 보내어 심사를 하고, 브런치 스토리와 문장웹진을 통해 발표의 기회를 주는 엄청난 기회였다.
지면발표가 한정적인 나는 진작에 브런치 스토리를 하고 있었다. 1년 3개월 정도 된 것 같다. 원래 쓰고 있던 스타일을 벗어나 무언가 편안한 글쓰기를 해보겠다며 시작한 온라인 지면이었다. 일주일에 한 편, 매일 쓰는 작가님들도 허다한데 그렇게 쓰는 힘이 부족했다. 열심히 늘려보려 했지만, 일주일에 한 작품 쓰기도 쉽지 않았다. 그래도 브런치 스토리는 필력을 늘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되었다.
지난 6월 발표가 나고, 뛸 듯이 기뻤지만 작품이 바로 발표되는 것이 아니라 엄청 답답했다. 문장웹진에 지면발표는 합격된 작가님들의 순서를 정해야 했고, 작품의 내용을 생각하여 가장 뒤쪽으로 바꾸었다. 겨울에 가까워야 좋을 글이 선정되었다는 생각에 뒤로 미룬 것인데, 주변에서는 왜 맨 처음으로 하지 그랬냐며 타박아닌 타박을 했다. 11월 1일에 문장웹진 발표라 했다.
갑자기 담당자님께서 메일을 보내왔다. 브런치 스토리의 일정상 일주일 전, 11월이 되기 전에 브런치북을 완성해야 한다고. 나의 예상과는 완전히 빗나갔다. 세 작품이 당선이라 브런치북을 만들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브런치북은 10 작품 이상이 되어야 만들 수 있었다. 그리고, 일주일을 남겨놓고 브런치북을 만들라니, 마음이 급해졌다. 원래 나의 예상은 11월 발표 전에 두 세 작품을 먼저 발표하다가 아르코 세 작품을 넣고, 마무리를 11월 말 경에 하려했다. 여유로운 일정이었다.
어쩔 수 없었다. 그럼에도 물론 나는 10개 이상의 수필을 만들어놓았다. 수정의 수정을 거듭하다가 하루 한 번 수필을 올리기 시작했다. 아침에 아이들을 모두 보내놓고 컴퓨터 앞에 앉았다. 처음 한두 편은 홈페이지에서 바로 작성을 하고 준비해서 바로 발행했다. 오후에는 일을 하는 통에 오전에 모두 끝내야 하므로 집안일은 뒷방으로 밀려났다. 군대 간 아들이 있어도, 고3아이가 있어도 내 머릿속에는 수필만 빙빙 돌았다. 일주일을 그렇게 보냈다.
오늘, 29일이 되어서야 브런치북을 만들었다. 하트를 눌러주는 구독자님들과 그 외 분들에게 감사한 일주일이었다. 글이 올라올 때마다 뜨는 '라이킷했습니다.'라는 말이 나의 자존감을 올려주었다. 지원서를 쓰고, 이력서를 쓰면서도 피곤한 줄 몰랐다. 관심받는 걸 그리 좋아하지 않는 나였지만, 지금은 더욱 관심받고 싶다. 숨찬 일주일이 지나가고 있다.
지난 10월 29일에 작성한 글입니다. 숨찬 일주일이 지나고 맥이 풀렸습니다. 글을 써야 하는 다급함은 뒤로 흘려보내고, 지금 하는 일이 바빠져 무언가 집중해 쓰기 쉽지 않습니다. 뭘 해도 다 핑계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