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을 품다
빨랫줄에 흰옷이 바람에 날린다. 단출한 집 앞, 기다란 막대기로 중심 잡은 빨랫줄에 나란히 옷들이 걸려 있다. 따스한 햇살에 날아온 바람은 바싹 마르는 빨래 사이로 들어가 내 마음을 더 따뜻하게 해주리라. 내가 살고 싶은 집에 대한 로망 중 하나다.
아파트에 사는 나는 땅 위에 만든 빨랫줄이 그립다. 어린 시절 시골에서 살아서였을까. 흙에 대한 그리움을 마음 한편에 키우고 있었나 보다. 시골살이에서 벗어나 도시에서 살겠다는 부푼 꿈을 안고 사회로 나갔다. 그러나 정작 사회생활은 제대로 해보지도 않고 결혼하고 아이를 키우다 보니 어린 시절이 자주 생각났다. 도시, 특히 아파트에서는 아이들 빨래 말리는 게 일이다. 아이 셋을 키우면서 여름에 집 좁은 곳에서 빨래 말리기란 정말 고통이었다.
몇 해 전 산 건조기는 혁명이었다. 햇빛을 건조기 안에 넣어둔 것 마냥 보송보송한 빨래가 좋았다. 테라스 건조대에 빨래를 걸 일이 별로 없게 되었다. 눅눅한 여름철, 습기가 없어야 빨래에 냄새가 나지 않았다. 시골에는 장마철이어도 바람과 햇빛에 바로 받아 아파트 실내에서 널 때처럼 눅눅한 빨래를 만나지는 않는다. 층간소음도 그렇지만, 여름철 해가 높아져 햇빛이 들어오지 않을 때는 곤혹이다.
나는 게으르다. 흰 종류의 빨래를 할 때는 지워지지 않기도 하고, 올바른 방법으로 세탁하지 않을 때도 많다. 그래서 흰색 옷은 사지 않으려 하고, 세탁법이 쉬운 옷을 구매하려 한다. 예쁘지 않은 옷이 옷장을 차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게으른 걸 들키고 싶지 않아 초반에는 락스를 담갔지만, 옷감이 상하는 듯했다. 지금은 과탄산소다를 뜨끈한 물에 넣어 조물락거리다 꺼내 빨아 널면 하얗게 된다. 하얀 빨래를 보면 마음도 하얗게 되는 듯하다.
바빠야 하고 돈을 마구 벌어야 하는 시기가 지나면 꼭 땅을 밟고 살리라. 꿈에 그리듯 빨랫줄에 햇살 머금은 하얀 빨래를 줄줄이 걸어 말리리라. 땅의 크기는 상관없다. 그림 같은 집이 아니어도 좋다. 가슴 속에 꿈을 품고 사는 지금이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