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설說 - 욕에 관한 이야기

2020년 여름호

by 한그리 유경미

달그락, 달그락. 소리를 더 시끄럽게 부엌에서 그릇을 헹구고 있다. 물도 크게 틀었다. 화내고 있다. 그러나 내 가족들은 미처 알지 못한다.

초등학교 방과 후 돌봄 교실에서 일하는 동안 다양한 아이들을 만났다. 그중 한 아이에게 눈길이 갔다. 아이는 다양한 면에서 뛰어나다. 운동신경이 좋다. 운동장에서 할 수 있는 것을 즐긴다. 친구들과 어울려 노는 것을 좋아한다. 태권도 실력도 뛰어나 시범단에 있다고 한다. 가끔 부모님이 시키는 문제집을 들고 와 풀고 있는 것을 보면 수준이 높다는 걸 알 수 있다. 3학년이라는 나이에 맞지 않는 문제인 것 같아 물었더니, “5학년 문제를 풀고 있어요.”라고 자랑스럽게 말한다. 대단하다고 말해주면서도 뭔가 즐겁진 않다.

아이는 욕을 사용한다. 돌봄에서 아이들에게 자주 했던 말 중 하나가 ‘욕을 하지 말자’였다. 말을 하는 본인이 욕을 처음으로 듣기 때문에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처음에 아이들은 내 눈치를 보면서 조심스레 사용하기도 하고 했다. 요즘 아이의 모습을 보면 하고자 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 때는 어김없이 쌍시옷의 단어들이 나오거나 지읒의 문구들이 연속발사 되기도 했다. 주의를 주어도 그때뿐이다.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을 하는 사이에 또 다른 사건으로 넘어간다. 초등학생의 70퍼센트 이상이 욕을 사용한다고는 하지만, 내 귀에 들리는 욕은 정말이지 싫다.

어느 날, 다른 친구와 보드게임을 하고 있었다. 숫자들을 더하며 진행되는 게임이었다. 다른 친구가 덧셈을 잘하지 못해 시간이 지체되고 있었다. 아이는 빨리 하라며 재촉 대신 연신 욕을 해댔다. 조금 기다려줄 수도 있는 일이었는데, 성미가 급한 아이의 쉴 새 없는 욕에 친구는 화를 냈다. 결국 둘은 게임을 끝까지 해보지도 못하고 서로 그만하겠다고 했다. 참아보지도 않은 채 욕을 하고, 게임의 룰을 지키지도 예의를 지키지도 않은 둘 다의 책임으로 돌리고 사건은 종료되었다.

아이에게 욕을 어디서 보고 배웠는지 물었다. 게임에서도 아니었고, 동영상도 아니었다. 삐죽 대다가 얼버무렸다. 아이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게임을 하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친구가 하는 게임을 보면서 부러운 듯 게임하는 친구에게 머리를 가까이 들이밀었다. 게임하던 친구는 화면이 보이지 않는다며 비키라고 화를 냈다. 아이는 부모님이 어려서부터 휴대폰 게임만 할까 봐 사주지 않았다고 했다. 직접 부모님을 본 적은 없으니 알 수는 없다. 내 경험으로 볼 때, 아이의 행동은 결국 부모로부터 나온다. 과연 욕은 어떨지 모르겠다.

지금도 여전히 아이는 욕을 한다. 휴대폰을 자주 사용하지 않도록, 돌봄에 오는 친구들과 ‘선생님을 이겨라’라고 하는 식의 다트게임을 가끔 한다. 나와 대결을 해서 내 점수보다 높으면 사탕을 하나씩 받는 정도의 게임이다. 활동적인 아이는 교실에 오자마자 대결을 하고 곧바로 사탕을 받아간다. 하루에 세 개까지만 받을 수 있도록 정해놓았는데, 매번 세 개를 모두 받아간다. 그럴 때마다 나는 아이에게

“선생님을 이겨서 잘했지만, 예의 있게 욕도 좀 줄이면 좋지 않을까요?”

라고 말한다. 그러면 쑥스럽다는 듯이 얼굴을 약간 숙이며 “네”라고 말한다. 그걸로 끝이다. 또 자신에게 화나는 일이 생기면 정제되지 않은 욕들이 내 눈치를 보면서 쏟아진다.

결국 나도 한 번은 해보기로 했다. 남자아이들이 많이 온 날, 특히 그 아이가 있을 때 아이의 욕을 되받아쳐 똑같이 말을 했다. 아이들은 동그랗게 눈을 쳐다보며 입이 벌어졌다. 얼굴이 화끈거렸지만, 아무렇지도 않은 듯 아이들을 바라보면서 욕을 들은 너희들은 기분이 어떠냐고 물었다. 말로는 “좋은데요”라고 했지만 그날은 유난히 내 눈치를 보면서 욕이 조금 줄어들었다. 단순히 내 느낌이었을지 모른다. 그럼에도 가끔 그렇게 받아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존중하는 의미로 존댓말을 써주면서 이야기했다. 아이들이 하는 말들을 귀담아 들었다. 조곤조곤 말도 잘 들어주었더니 너무 편하게 생각했었나. 예의는 어디다 뒀는지 책상 위에 눕거나 말을 듣지도 않고 본인 할 일만 집중했다. ‘선생님은 정말 아무나 하는 게 아니구나’라고 깨닫는 순간이었다. 들고 온 물 한 병을 꿀꺽꿀꺽 마시며 화로 가득 찬 마음을 흘러내려 보았다.

나는 욕을 많이 듣지 않았다. 아니, 어려서 나는 욕을 듣지 않고 자랐다고 생각했다. 나의 어머니와 아버지는 무엇이든 할 수 있도록 자유롭게 키우셨고,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주셨다. 공부를 하라고 강요를 해 보신 적도 없었고, 늦게까지 텔레비전을 봐도 뭐라 하지 않으셨다. 욕을 할 이유도 없었고, 필요도 없었다.

얼마 전 어머니를 통해 잊고 있었던 새로운 기억이 났다. 몇 해 전에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그렇게도 욕을 많이 하셨다는 거였다. 처음엔 ‘그랬나?’라고 생각할 정도로 전혀 몰랐다. 어머니의 말을 조용히 곱씹어 보면서 ‘아 그랬던 것 같기도 한데.’라고 생각이 바뀌었다. 기억의 퍼즐 조각을 맞추면 맞출수록, 욕을 피해 얼른 방으로 들어간 기억이 있던 것 같기도 했다. 그러고 보면 아버지도 운전할 때는 욕을 많이 했다는 걸 잊고 있었다. 이제야 깨달았다. 내 생각은 조작되었다. 트라우마를 벗어나기 위한 기억조작이었다.

나는 욕을 할 줄 몰랐다. 욕을 하는 게 겁났다. 아버지가 운전하시며 하는 욕을 가끔 들을 때마다 ‘나는 절대 그러지 말아야지’라고 다짐을 하곤 했었다. 그래서일까. 욕을 하는 것은 죄를 짓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다른 사람들이 하는 욕을 보면서도 불편했다. 거짓말도 싫었지만 그만큼 욕도 싫었다. 아이들을 키우면서는 종종 아이들 방에서 들려오는 욕을 듣고 놀라 욕이 어떤 의미인지 함께 찾아보기도 했었다. 아이들이 욕을 할 때 가끔 이유도 듣고 싶었다. 어떤 때는 나도 욕을 해야겠다고 결심도 해봤다.

어느 날은 혼자 방에 들어가 욕을 해봤다. 입에 착 붙지 않아 어색하기만 했다. 스트레스가 약간 풀리는 것도 같았다. 거실에서도 한 번 써봤다. 아들과 딸의 눈이 커졌다. ‘엄마가 도대체 왜 그러는 건가’라는 표정이었다. 나도, 이 엄마도 욕을 쓸 줄 안다고 알려주고 싶었다. 지금 집에서 아이들은 내가 있을 때 욕을 하지 않는다.

건강한 욕은 가끔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욕을 들은 사람들의 마음을 알아주도록, 일상의 언어는 아님을 깨닫도록 필요한 건 아닌지. 설거지를 끝내고 아무것도 모르는 가족들을 향해 말하러 나가본다. 욕 한 방 시원하게 날릴까.


욕을 많이 하고 있나요? 당신은 어떠신가요. 버스를 타고 어딘가를 나갔다가 돌아오더라도 욕은 수시로 들립니다. 특히, 수업이 끝나고 버스를 타는 학생들의 말을 들으면 한 문장을 이야기하는데 욕이 네댓 개가 들릴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면 다른 생각을 하거나 빨리 내려야겠다는 다짐을 하곤 합니다. 회피지요.

내가 욕을 하지 않는 이유는 내가 듣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어린 시절에 들었던 욕설에 대한 영향일지 모릅니다. 나에게 하지 않아도, 욕을 하는 사람이 근처에 있으면 내가 혼나서 욕을 받는 것 같습니다. 무슨 일을 저지르지 않더라도 무언가 잘못을 한 것 같지요. 물에 빠지고 나서 물을 싫어하는 것과 같은 이치가 아닐까요.

가끔 아이들에게 물어봅니다. 욕을 왜 하느냐고. 기분이 나빠서 그렇다고 대답합니다. 욕을 하고 나면 시원하느냐고 또 묻습니다. 해결은 되지 않더라도, 어느 정도의 기분은 조금 풀린다고 합니다. 그래서 저도 욕을 한 번 해 봐야 할까 고민을 해봤습니다. 그런데, 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며 자라온 40년 넘는 인생이 그리 쉽게 바뀔 리는 없지 않겠습니까. 혼자 '십팔'이라고 읊조려봅니다. 괜히 혼자 얼굴이 벌게지고, 부끄럽습니다. 정말 별것도 아닌 욕인데, 그렇게 까지 하고 싶지는 않은가 봅니다.

내 삶의 목표는 아이들이 행복한 세상이 되는 겁니다. 욕을 해서라도 행복한 세상이 된다면 욕 그까짓 거 많이 하라고 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욕을 하면 듣는 사람도 즐겁지 않고 굳이 해야 하나 싶은 생각에 '안 했으면.' 하는 바람만 듭니다. 억지로 욕을 하지 못하게 하는 것보다는 다른 활동으로 욕을 잊고 하지 않도록 하는 훈련이 필요할 것 같아 당시의 저는 보드게임을 대부분 다 할 수 있었습니다. 보드게임으로라도 잊어보자고 외치며 말이죠. 그렇게 우리 아이들과 배우고 익히기도 하면서 모두의 능력치를 올리기 시작했죠. 관심사가 바뀌면 욕을 사용하는 횟수도 줄 거라고 확신했거든요.

그러나 아쉽게도 욕을 많이 하던 그 아이는 오랜 시간 동안 있지 못하고 두 달인가 방과 후 수업이 변경되면서 오지 않았습니다. 잠깐의 내 활동으로 그렇게 변화를 바라는 건 너무 앞서간 거였을 것 같아요. 하지만, 그러면서도 나의 작은 일상이 아이들의 가슴속에 조그만 씨앗으로 남아 퍼져 있기를 바랍니다. 굳이 욕을 하지 않아도 마음을 풀어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고, 더 큰 아이로 성장해 나갈 거예요.

아이들을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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