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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gryJohn May 25. 2019

네 번째 생각:  "서양"이라는 단어의 헷갈림과 모순

내 생각을 토해내기 전 질문 하나를 던지고 싶다. "서양"사람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한국사람들은 보편적으로 어떤 것들을 떠올리나요? 미국 사람, 백인 인종, 얼굴이 조그마하고 덩치가 큰, 코가 큰 하얀 사람. 이 밖에 여러 답변들이 있겠지만 일반적인 한국 사람들은 대략 이 정도쯤 생각을 하는 것 같다. 서양 사람 하면 동양을 기준으로 봤을 때 지리적으로 서쪽에 위치해 있는 인종들. 엄밀히 말하면 "서양"사람이라는 단어의 기준이 되는 건 유럽이다. 인종, 문화, 역사 등 지금 서양이라는 아이디어의 근원지는 유럽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어도 한국에서는 "서양"사람 하면 거의 대부분 하얀 피부의 초록 혹은 파란색 눈동자를 가진 미국 백인을 떠올린다. 흑인, 동양인 미국 사람을 떠올리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적어도 현시대에서는 서양 사람과 백인 미국 사람을 동의어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단어적으로 인식적으로.


물론 우리 위에 세대부터 전해내려져 오는 고질병(?)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실제로 한국 역사를 통틀어서 미국이라는 나라만큼 한국에 경제적, 정치적, 문화적, 그리고 종교적으로 아주 상당한 영향을 끼친 "서양" 나라는 없다. 1800년도 중반에서부터 1900년도 초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들어선 다음에도 쭈욱 지속적으로 미국은 선교사들을 통해 종교적, 문화적 그리고 1900년 중반부터 현재까지 군사적 기술적인 힘을 앞세워 경제적, 정치적으로 한국이라는 나라를 "식민지화" 하고 있다. 며칠 전 한국 성수동에 상륙한 미국의 대표 커피 브랜드 중 하나인 Blue Bottle Coffee를 맛보기 위해 몇 시간씩 길에서 기다림을 마다 하지 않는 수많은 인파를 인터넷 기사를 통해 접했다. 또한 2016년는 강남에 상륙한 미국 대표 햄버거 브랜드 중 하나인 Shake Shack 햄버거를 맛보기 위해 몇 시간을 마다하지 않고 줄을 선 수많은 인파에 대한 기사도 인터넷으로 접했다. 한국사람들 미국 참 좋아한다. Shake Shack 햄버거 맛있는 거 인정한다. 감자튀김은 더 맛있다. 


한 번은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대부분 유럽 사람들이 미국 사람들을 싫어한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내가 한국에 사는 유럽 사람이라면 조금 억울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얼굴이 하얀 백인이면 대부분의 한국사람이라면 미국 사람인 줄 오해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몇 년 전 한국에서 일할 때 한 번은 동료 "서양"친구들과 길을 가고 있었다. 참고로 내 동료 친구들은 영국 사람, 러시아 사람이었다. 한 아저씨가 다가오시더니 내 친구들에게 다짜고짜 유창한(?) 영어를 퍼부으셨다. "Hellowwoo, hawhoo are youuu? Ahmerican?" 꽤 자주 있는 일이다. 꼬마 아이들도 몇 번 비슷한 질문을 한걸 보면 "서양 사람" 이란 단어의 오해가 세대에서부터 오는 것만은 아닌 게 확실하다. 유전자 깊이 박힌 거 같다. "서양 사람=백인 미국 사람". 내가 영국 혹은 러시아 친구였었더라면 굉장히 불쾌할 수도 있을 거 같다. 내가 유럽이나 미국에서 길을 걷고 있는데 누가 나에게 "완녕! 오늘 기부운 어뙈? 쭝꾹 사람?"이라고 하는 거랑 별 반 다를 게 없는 거 같다. 


지리적으로 보면 미국도 동양을 기준으로 서양에 있으므로 서양이 맞지만 원래 "서양"이라는 단어는 유럽 중세시대에 기준으로 만들어졌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다. 내가 보았을 때 미국은 미국이다. 유럽과 달라도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겉모습만 다를 뿐 아니라 (애들 아재들 할아버지들 할거 없이 대부분 미국 남자들은 여름에 반바지와 함께 너무 운동화 같은 운동화에 하얀 긴 양발을 종아리 중간 정도까지 올려 신는다. 유럽 여행하면 뜨문뜨문 보일 것이다.) 생각하는 거 말하는 태도 등 달라도 너무 다르다. 오히려 유럽 사람들이 동양사람들과 비슷하다. 태도, 생각, 라이프스타일을 보았을 때 (대부분 유럽은 술 문화에 대해 너그럽고, 은근 끼리끼리 하는 문화고, 타인들과 어울려 함께 하는 걸 꽤나 좋아하고, 잘 따지지 않는다.) 내가 본 유럽은 은근 공동체 문화다. 한국이랑 꽤 비슷하다. 한국사람들이 생각하는 개인주의 문화, 미국 문화에 더 적합하다. 서양 문화는 한 나라를 떠나서 훨씬 더 포괄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한 나라를 겨냥해서 쓰일 때 그것의 본질적인 의미가 훼손될 수 있다.


모든 동양인이 중국사람이 아닌 것처럼 모든 서양인 혹은 백인이 미국 사람은 아니다. 또한 한국사람들이 보편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개인주의, 서양문화, 특히 필요 이상 남에게 배려하는 척하는 문화 (문을 잡아준다거나 늘 "Hi! How are you?"를 물어보는 문화)는 절대적 미국 문화다. 유럽에서는 낯선 사람보고 미소를 띠거나 "Hi! How are you?"라고 물어보거나 문을 잡아주지 않는다. 대부분 똥 씹은 표정으로 나를 주시할 뿐이다. 유럽 사람들의 생활 방식, 한국이랑 별반 다를 게 없다. 남들에게 필요 이상 과한 친절을 베풀려고 하고 하는 문화 "서양"문화가 아닌 미국 문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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