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장애 치료기 250913

ADHD

by 서한겸

아침 체중 56.6

조심한다 해도 결국 많이 먹는 건가.

안 빠지네.


ADHD 진단 이후 처음에는 드디어 병명을 찾은 것 같아 기쁘고 들떴다가 이제는 억울감이 많이 든다.

그동안 당연히 ADHD이겠거니 생각하고 있었지만 뇌파사진까지 보고 심하다고 하니 회한이 몰려온다.


내가 평생 겪은 불편은 정말 심했다.

가만히 있어도 내적으론 폭풍같은 소용돌이 속에 있으며,

휴식은 불가능, 가만히 있을수록 더 괴롭고,

사회적 어색함, 부적응, 일머리 눈치 없기,

그로 인한 구박과 일 못하기와 경제적 어려움,

자신감 자존감 파탄나기…

또 실수할까봐 이상해 보일까봐 불안해지기 우울해지기…


나는 작년 웩슬러 검사 결과 지능지수 143이니 고지능 ADHD에 속한다고 생각한다.

이 덕에 티가 안 나서 진단이 더 늦어진 것 같다.

속으로는 충동성이 심했으나 억눌렀고 겉으로 보기에는 전혀 알 수 없었으니.

그동안 나를 봐온 의사와 상담사 선생님도 탓할 수는 없다.

우울증이라고 하기엔 이상한데... 특이하네요... 라는 말은 들었지만

ADHD로서의 특징도 너무나 안 드러나고 있었기 때문에

불안하고 우울도 심해서, 이 때문에 주의력이 떨어진 걸로 볼 만도 했다.

특히 나는 돌발행동을 안 하는 완전히 차분하고 얌전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겉으로 보기에.


검색해 보니 ADHD 중에 부유하고 사랑받은 경우에는

큰 어려움 없이 그냥 약간 특이한 애 취급받으며 자란 사람도 있는 것 같다.

나의 경우 부모 불화가 극심했으며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웠고

(과자 하나 사 달라 해도 돈이 없어 못 먹는다는 소리 듣는 정도

부모가 일주일에 한 번 이상 돈 때문에 크게 싸움)

가족에게 사랑과 보호 정서적 지지는커녕 맞고 구박당했으니

ADHD가 없었더라도 불안장애, 우울이 생기고도 남을 환경이었다.

태어나면서부터 짓밟혔기때문에 과잉행동을 못한 것 같다.

성인이 되면서부터는 힘들게 일하는 엄마 아빠를 보면서도

돈을 못 버는 나 자신 때문에 가장 힘들었고... 부유했다면 이 점은 덜 힘들었겠지.


하여튼 나는 '이렇게 행동하면 사람들이 싫어한다'는 걸 아는 행동은 피하려 애썼고

일반적으로 보이려고 무척 노력했다. 튀고 미움받는 게 무서웠기 때문에.

그래서 겉으로는 별로 티가 나지 않았지만

나를 오래 안 사람들은 나의 사고방식이나 가끔 튀어나오고 마는 특이한 언행,

무척 남의 눈치를 보지만 극히 눈치가 없는 것 등을 파악하고 있었다.

남과 함께 있으면서 '이상한 행동을 안 하려 노력하는' 나는

마치 새, 고양이, 토끼 등이 튀어나오려고 하는 바구니를

두 손으로 막으면서 남는 에너지로 모든 일을 처리해야 하는 처지였다.


미술을 전공하고 몇 번의 전시를 하고 책을 세 권 냈으니

나에게 미술과 글쓰기에 어느 정도 재능은 있는 거겠지..?

하지만 ADHD와 불안, 우울이 없었더라면 나는 더 안정적이고 돈 잘 버는 직업을 가지지 않았을까?

내가 글 쓰고 그림 그린 건, 불안과 우울 (그리고 ADHD) 때문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있기 때문이다.


친구에게 말하니 그래도 네가 뭐 잘 살아오지 않았냐 한다.

성공적이지 못한 작가로서 이 정도면 그냥저냥인가?

하지만 내적 고통은? 그 모든 에너지 소모는?

내 하루는 ADHD(주의력 결핍)을 겪기 55%, 꼭 필요한 일을 하기 5퍼센트,

나머지는 이런 나 자신을 자책하기 40% 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시간으로 따져 보면 정말 그렇다.


하여튼 치료는 해보겠지만 그간 놓친 모든 것과 겪은 모든 가능성에 대해 애도가 필요하다.

소아기에 고쳤다면 나의 인생은 달라질 수 있지 않았을까!

하지만 내가 자살 소리를 입에 달고 살 때에도 나를 정신과에 데려갈 여력이 없었던 가정환경이었으니 뭐...

이제는 이제만 생각해야지.


근데 이제 고쳐서 뭐 이제와서 뭐가 나아지려나?

내적 고통 우울 불안 경감? 이것도 중요하지만.

알바라도 안 잘리고 더 잘할 수 있으려나….


성인 ADHD가 널리 알려진 지도 10년은 되어가는데... 30대 초반에만 치료받았더라면...

울적하다. 허송한 시간들이 참 아쉽다.

오늘은 많이 슬프다.


그래도 10년 전 나의 모습을 돌이켜보면

하루에 1끼도 잘 안 먹고, 너무 많이 자거나 잘 안 자고,

화장실도 안 가고 일하거나 며칠 연속 누워있고

더 심했었는데 그간 우울증과 불안장애를 치료하려 노력하면서 꽤 나아졌다.

먼길 돌아왔지만 좋게 생각해야겠지. 좋게 생각하는 수밖에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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