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장애 치료기 251217-19

by 서한겸

17일

아침 체중 57.1

오른발(발꿈치~아랫쪽 종아리)과 오른팔(약지와 소지 쪽~팔 아랫부분)

저림, 무력감, 피가 안 통하는 차가운 느낌이 계속 든다. 일주일 정도 됐다.

허리, 목, 머리 등 mri를 찍어봐야 하는데 부위당 45만원이라고 했다.

비싸다... 그래도 해봐야겠지?

의사도 적극 권하는 모양도 아니고 해서 망설이며 귀가했다 ㅠㅠ

하지만 집에 오니 더 심해져서 집근처 신경과에 갔다.

의뢰서를 받고 큰 병원 여러군데에 전화해 가장 빠른 날로 신경과 예약을 했다.

웹툰 '별 거 아니겠지'를 보고 있어서 그런가 발 저림이 1주일 이상 지속되는 게 무섭다.

의뢰서 내용은 무섭다. '뇌혈관 질환, 두개 내 공간 점유병소에 대한 정밀 검사 등 위해 의뢰'


18일

아침 체중 57.1

조심하는데 전혀 안 줄어드네.

너무 마음이 안 좋다. 이상한 생각에 빠져 있고. 진짜 나쁜, 고질적인, 반복적인 강박적 사고에 빠져 있다.


19일

아침 체중 56.6

3차 병원 신경과 진료. 진료만으로 45,100원. 비싸다.

의사가 내 몸 양쪽을 동시에 만지면서 느껴지는 정도를 물었는데

확실히 오른쪽이 더 둔감했다. 얼굴까지도.

뇌경색 증상이지만 젊어서 가능성은 낮다, 그래도 MRA를 찍어봐야겠다,

하지만 MRA 촬영이 언제 될지는 모른다, 오늘 당장 찍고싶다면 응급실로 가야 하는데

응급해 보이는 정도는 아니어서 응급실에서 받아줄지 모르겠다, 하고 진료실을 나왔다.

간호사를 통해 잡힌 MRA 촬영 일자는 일주일 후였다.

뇌경색 의심이라며, 그리고 증상은 점점 안 좋아지는데 일주일 후?

간호사에게 문의하니 외부 영상의학과에서 찍어와도 된다고 해서 급히 알아봤다.

MRI/MRA 해상도가 3.0T(테슬라) 이상이어야 한다고 했다.


병원 한 곳을 찾아, 마침 오후에 촬영 가능하다 해서 급히 이동했다.

54만원 예상하시라고 안내받았다. 일단 버스를 타고 가면서 고민했다. 54만원...

영상의학과 의사를 만나 의뢰서를 보여주고 3차 병원에서 받은 MRI 촬영 예약지에 어느 부위를, 어떤 방식으로 찍어야 하는지 적혀 있어 그걸 보여줬다.


치아교정 보철은 뗄 수 없어 어쩔 수 없다 하고, 나머지 금속은 모두 빼놓고 촬영을 시작했다.

헤드폰을 써도 시끄러웠는데, 규칙적인 소음이 나쁘진 않았다.

'조금만 움직여도 영상 흔들립니다. 움직이지 마세요' 라고 안내받았고

54만원짜리인데 잘못 찍을까봐 마음은 긴장됐지만 몸은 편히 하려고 애썼다.

평소 1에서 10까지 세는 명상을 시도하면 10까지 센 적이 없이 다른 생각으로 빠지곤 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MRI 기계 안에서 30분동안, 거의 딴생각 없이 679까지 셌다.

대단한 일이다. 평소에 낮에 자려고 해도 못자다가 TMS 할 때 잠든 것도 신기했는데

아마 핸드폰도 못하고 강제로 진정하는 상황(움직이면 안 되고 뭘 해도 안 됨)이 편안한 걸까?

'정답이 있는 공부가 차라리 낫다, 좋다'고 느끼던 마음과 비슷하다.

MRI가, 무척 마음에 들었다.

비록 절대 움직이면 안 된다고 해서 숨쉬기도 조심스럽게 하다보니 가슴이 답답해지는 미니공황이 오긴 했지만 잘 넘겼다.

'MRI ASMR'을 들어보려고 한다. 마음에 들었다. 솔직히 놀라운 경험이었다.


결과는 아무 이상 없음.

나: 뇌하수체 호르몬이 정상에서 최저수준이라고 했는데요.

의사: (영상의 한 부분을 가리키며) 이게 뇌하수체인데요, 아무 이상 없습니다. 이건 겉모습이 멀쩡한지 보는 거고, 그렇다고 꼭 기능이 좋다는 보장은 없거든요. 사람도 겉은 멀쩡한데 성격은 이상하거나 그런 경우 많잖아요. 그래도 겉모습이라도 멀쩡하면 다행이기도 하구요.

뇌 속을 찍어놓고 겉모습인가... 싶었지만 납득이 가기도 했다.


CD와 판독지, 실비보험 청구용 서류를 받았다. 웬일인지 비용은 18만원이었다.

물론 큰 돈이지만 54만원을 각오했기에 갑자기 엄청 싸게 느껴졌다.


영상의학과 의사는 3차 병원 신경과에 다시 가보라고 했다.

뇌 문제가 아니라면 경추, 흉추, 요추도 찍어 봐야 하고, 그것도 아니라면 혈전 등 다양한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하지만 아직 젊으니 그런 문제는 아닐 거고, 너무 피곤하면 그럴 수 있다고도 했다.


저녁에 친구를 만나 보리밥 정식과 도토리묵 무침을 먹고 1시간 정도 걷고 귀가했다.

다이나믹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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