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체중 57.2
어느덧 결혼한지 10년이 됐다. 오래됐다.
살림이 전보다는 많이 늘었다.
설거지 청소 등등을 빠르게, 효율적으로 하게 되었다.
이렇게 빠르게 움직이고 결정하는 나라니 결혼 전의 나로서는 상상할 수 없던 일이다.
요리는 여전히 그냥 익혀 먹는 수준이지만 그래도 냉장고 안팎의 식재료 관리도 잘 하고.
우리집은 냉장고를 일부러 작은 걸 사서 양가 어머님들이 지금까지도, 10년 내내 잔소리를 하시지만
주기적으로 텅텅 빌 정도로 잘 파먹는다. 아무리 싸도 있는 거 다 먹고 사고 자주 장 보고.
이전과 같은 에세이는 이제 쓸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즉각적이고 날것이고 미친듯이 빠르게 전개되고 사방으로 연결되고 날카롭고 거의 늘 아팠으며 나 자신에게 잔인할 정도로 솔직했다. 괴로울수록 재밌고 의미있는 글이 나왔고 글이 잘될수록 더 깊이 고통스러웠다.
아마 계속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걸 그만두는 대신 약을 먹고 살아남은 거다.
과민함과 과잉 연상을 그래도 아꼈고 즐겼고 자랑스럽게도 생각했다. 내가 잘하는 것이었으니까. 하지만 지탱할 수 없었고 (실제로 숨이 안 쉬어졌고) 나는 그걸 잃어야 했다. 슬프다. 이젠 받아들이고 애도해야겠다. 내가 좋아했던 감각만 되찾고싶지만, 고통과 쾌감이 같은 길로 흘렀기 때문에 불가능하다. 고통이 쾌감이고 쾌감이 고통이었다. 나에게는 너무 오랫동안 그랬다. 다시 그렇게 할 수도 살 수도 없다. 그래서도 안 된다.
작년부터 소설 쓰기 수업도 듣긴 했지만 이제와서야... 내 글쓰기가 변해야 함을 받아들인다.
그래도 그 병적이고 미친듯한 시기에 책을 세 권 남길 수 있었음에 깊이 감사하고 안도한다. 전혀 주목받지 못하고 묻힌 책들이지만 못난 자식도 부모에게는 천금과도 바꾸지 않을 소중한 존재인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