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년간 상담을 받아서 얼마나 다행인가. 대학 보건소와 상담 시스템, 그리고 예술인 복지재단의 상담지원 덕분이다. 감사하다. 상담을 받지 않았다면 얼마나 힘들었을지. 꼬이고 괴로운 채로 아마 버티지 못하고 곪거나 터졌을 거다. 그냥 상상도 하고 싶지 않다.
오늘은 숨이 잘 쉬어졌다.
며칠 전 책을 꽂을 수 있는 벤치형 원목 소파를 당근으로 구입했다. 어찌나 마음에 드는지 지난 10년 간의 소비 중 가장 흡족하다. 가만히 있어도, 집 밖에 있을 때도 마음에 만족감이 차오르고 기쁠 정도다. 결혼할 때 작은 작은 냉장고를 사고 중고 세탁기를 사고 모든 가구를 이케아에서 사고 소파를 안 샀다. 양가 부모님 포함 이 사실을 아는 지인들이 많이들 뭐라고 했다. 미련하다, 궁상맞다, 신혼일 때 안 사면 나중에도 못 산다, 등등. 이 소파를 들이고서 깨달았다. 그냥 그건 그들의 의견일 뿐이다. '진짜 내가 이상한가?'라고, 내가 항상 그렇게 느끼고 위축되었듯이, 그럴 필요 없다는 거다.
누구에게 피해를 끼친 것도 아니고 이 집에 사는 사람들이 합의한 문제고 나에게 그게 맞다면 그런 반대 의견을 들어도 0 이하의 영향과 타격을 받고 흘려보내야 한다. 훈련을 통해서라도 그렇게 해야 한다. 그들이 무례하든 무심하든 몰상식하든... 이런 판단조차 필요 없다.
오늘 10분 명상은 겨우 했다. 스쳐가는 생각들이 너무 많았다. 그래도 뭔가 마음이 즐거웠다. 소파 때문일 수도 있고 며칠 전 상담에서 내 어려움을 조금 이해하고 이해받아서일 수도 있다.
그리고 내가 어떤 사람에 대해 생각할 때 나도 모르게 '이 사람은 한 달에 얼마를 벌까?'를 궁금해하고, '나처럼 0원은 아니겠지', 그리고 그 결과로 '내가 제일 무능하다'라고 느낀다는 걸 깨달았다. 여러 가지로 부끄러운 고백이다.
벌이는 그 사람의 사회적 (교환)가치니까. 중요하긴 하다. 그래도 이렇게까지 매일 괴로워하면서, 또 아르바이트 하나 하지 못하는 상태로, 또 받아들이지도 못하고 계속 괴로워하는 건 어리석고 비효율적이잖아.
그냥 좀 편히 있어 보자고... 그리고 할 걸(글쓰기) 하라고. 이렇게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