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 일기-부끄러움

by 서한겸

아침에 20분 명상을 했다. 20분도 길지는 않다. 자꾸 슬퍼지고 눈물이 나서 문제였다.

작년 3월, 그러니까 11개월 전에 가장 친한 친구가 교수가 되어 귀국했다. 9년 간의 유학을 마친 후였다. 9년 간 나는 친구를 많이 그리워했고 친구는 많이 바빴다. 그래서 작년 3월 드디어 교수가 되어 귀국한 친구를 나는 당장 만나고 싶었다. 무척 들떴다. 하지만 친구는 이제 신입사원의 입장이었다. 너무 바쁘다고 했다.

서운했다. 한 학기를 마치고 방학이 되자 친구가 만나자고 했고 마음이 상했던 내가 이런저런 핑계를 댔다. 보고 싶기는 했지만 기분 좋게 만날 자신이 없었다.

그리고 나는 나대로 글이 너무 진행이 안 돼서 스스로 떳떳하지 못하고 아무도 만나기가 싫어졌다. 다이빙하자고 불러주는 고마운 사람들도 친구도 아무도 만나지 않고 있다. 나 혼자 있어도 부끄럽고 누굴 만나기에는 이 부끄러움을 이겨낼 수가 없는 거다.

지금은 방학이고 친구가 한 번 보자고 한다. 나도 만나고 싶은데 이 부끄러움이 너무 걸리적거린다. 이런 건 처음이라서 이해도 잘 안 되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게 무슨 마음인지도 잘 모르겠다.


오늘 그래도, 어제 결심한대로 1시간 정도 글을 썼다. 또 길어지는데. 편하게 써보려 한다.

글을 조금 썼더니 훨씬 기분이 안정되고 좋아졌다.


명상은 영 잘 되지 않지만 꾸준히 하고는 있다. 온갖 생각에 시달리지만 안 하는 것보다는 기분이 훨씬 좋다. 핸드폰 중독을 10분, 20분이라도 멈추는 시간이 깨끗하고 귀하다. 스마트폰은 편리한 건지 나쁜 건지 헷갈린다. 나에게는 나쁨에 더 가깝다. 지도 앱 없이는 살기 힘들어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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