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 일기-몰라도 돼

by 서한겸

어젯밤 바짝 엎드려 용서를 빌었다. 나도 잘 몰랐던 내 마음이 입을 통해 술술 흘러나왔다. 정말 미안해 그러면 안 되는 거였어. 결국 너에게도 나쁘고 나에게도 나빴어. 그러려고 그랬던 건 아니야. 최선은 아니라는 걸 그때도 알았지만 다른 수가 없었어. 그냥 그럴 수밖에 없었네...


우리 엄마 아빠는 나를 낳아서... 이렇게까지 내 멘탈을 '조져' 놓을 줄 생각 못했겠지. 별 생각 없이 낳았으니까. 20살에 나오지 못하고 30살에야 떨어져 나온 내 탓도 크다. 그냥 능력이 없었다.

어린 시절은 무방비상태이기 때문에 치명적이다. 힘없는 어린 동물이 사랑과 보살핌을 받지 못한 채 살아남기만 한다면 기반이 엉망인 채로 그 위에 세월만 겨우 쌓이는 엉성한 인간이 된다. 그래도 하여튼, 이제 좀 그만하고 싶다. 초조해한다고 치유가 싹- 되는 건 아니지만 오래 했잖아.


요 며칠 함민복 시인의 시집을 두고 읽었다. 시집 한 권쯤은 늘 곁에 두고 읽어야겠다 싶다. 갑자기 정액, 정액, 어머니, 어머니, 창녀, 전혀 흐름을 따라갈 수 없기도 했다. 이 얇은 책에 정액이 몇 번 나오는 거야. 어머니도 비슷한 식으로 상투화되어 있다. 나도 남자의 몸으로 태어났으면 이해할 수 있었으려나? 의아함이 반복됐다. 하지만 무척 좋았던 구절도 있다.


'그대 그림자가 지나간 땅마저 사랑한다고'


'그 나무들 자라던 자리만

내 마음속에 단정히 서 있을뿐'


밑에 있다. 누가 날아간 하늘자리를 사랑하는 게 아니라 그림자 지나간 발밑을 사랑한다. 낮고 가난하지만 극진한 사랑. 그리고 '햇귀'라는 말도 이 시집에서 처음 봤다. 햇빛을 다르게 느끼게 된다.


아침에 일어나 기분이 좋지 않아서 아예 다시 잤다. 푹 잠들지 못하고 시달렸지만 괜히 유튜브 보는 것보다 낫다. 유튜브, 쇼츠, 재미있어 보이지. 재미있지 자극적이고. 하지만 그것들, 전혀, 하나도 몰라도 돼. 필요한 뉴스만 본다면 하루 30분도 충분할 거다. 내 일을 열심히 하는 게 낫다.


하지만 글을 조금 쓰다가 또 숨이 안 쉬어져서 기절 직전. 진짜로 숨을 참을 때처럼 된다. 심폐기능 문제는 전혀 아닌데, 가슴속이 충분히 넓어지지 못해 공기가 충분히 들어가지 못하는 느낌이다. 상담사가 소매틱 전공이라는데도 내 증상을 이해 못해서 조금 좌절했었다. 심호흡할 문제가 아닌데 자꾸 심호흡하라고 해서...


저녁에 명상 하다가 졸았다. 왜 이렇게 잠이 많이 오는지. 10시에 자려고 생각은 했지만 거의 8시부터 졸리다. 나쁜 건 아니겠지. 많이 자자.

매거진의 이전글명상 일기-용서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