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 일기-나의 고통이 하찮을지라도

상담 3/8

by 서한겸

상담 3번째. 힘들다는 얘기를 많이 했다.

나:오랜만에 전시 서문 의뢰가 들어왔다. 반가움보다 두려움이 컸다. 글 쓰기가 너무 힘들기 때문이다. 최근 삼 일간 글을 진짜 조금씩 썼는데 숨이 너무 안 쉬어졌다. 어젯밤 자다가 숨을 내쉰 다음 들이쉬지 않아서 숨이 막혀서 깼다. 숨이 저절로 쉬어지지가 않아서 자꾸 숨이 막히고 현기증이 났다. 하루 종일 이런다. 이게 무슨 병일까. 뭔가에 집중할 때 숨을 안 쉰다는 걸 처음 자각한 게 15년쯤 전이니 점점 심해졌나 보다. 가슴 통증은 요새 없어졌다. 그건 다행이다. 어린이 문해력 교실도 해보고 싶은데 도저히 잘할 수가 없을 것 같다.

상담사:그래도 해봐라. 안 한다고 호흡이 나아지는 것도 아니니. 지금 안 된다는 생각이 너무 크다.


상담 마치고 기진맥진. 운동한 듯 힘들었다.

도서관에 갔다. 경제 서적을 몇 권 빌렸다가 읽지도 못하고 반납했다. 부끄럽지만 이해를 잘 못 하겠다. 모르겠다. 읽고 싶었던 소설들 들춰 보다가 다 너무 버거워서 시집 쪽으로 갔다. 네 권을 골라도 소설책 1권보다 가볍다. 와 싸다 싸! 하는 마음으로 네 권을 빌렸다. 내 소설을 쓰면서 읽기에는 소설보다는 시집이 나을 수 있다. 그리고 나에게는 시의 감수성도 필요하다.


어지러워서 집에 겨우 돌아왔다. 글이 술술 풀려야 하는데 다리가 술술 풀리네. 헛웃음이 나온다. 빈혈 때문인가 해서 철분제를 두 배로 늘리기로 했다. 영 힘들어서 술을 마실까 하다가 초콜릿 과자를 마구 먹었다. 6~8개 먹은 듯. 술보다는 낫겠지 하며. 생전 처음으로 쌍꺼풀 수술을 할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냥 무엇으로라도 도피하고 싶은 마음.

'mri asmr'을 검색해 들었다. 머리가 안정된다. 작년에 우연찮게 뇌의 겉과 속이랄까,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검사받았다. mri, mra, 뇌파검사. 그리고 뇌파검사에서 ADHD가 진단되었다. 하드웨어적 문제가 아닌 데에 감사하자. 수술보다는 약으로 치료할 수 있는 편이 더 수월하잖아. 감사하자. 감사하다.


나의 괴로움이 대단하지는 않지만 내가 괴로움을 인정하자. 괴로움마저 남들보다 못하다고 비교하고 자책해 왔다. 왜 이런 하찮은 괴로움을 오래 앓고 있느냐고. 하지만 내가 아프면 어쩔 수 없는 거지. 그냥 좀 받아들이자. 내 괴로움을 나마저 몰라주고 판단하고 구박하면 어떻게 하냐고. 아픈 건 사실이잖아. 인정을 하라고. 인정을 하자. 받아들이자. 스스로를 좀 불쌍히 긍휼히 여겨주자. 진심으로 말이다. 진심으로 스스로를, 아픈 것도 좋은 것도 다 받아들이자. 그래야 나아지든 말든 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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