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 일기-셀프 기치료?

by 서한겸

오늘 아주 흡족한 일이 있었다. 집 근처에 생긴 김밥집에 가봤다. 집에서 만든 것 같은 비주얼과 맛이었는데 맛있었다. 떡볶이는 양이 너무 적어서 충격이었지만 김밥은 맛있었고 비빔국수는 내가 태어나서 먹어본 비빔국수 중에 가장 맛있었다. 60~70대 할머니 두 분이 운영하셨는데 아침 5시 반부터 저녁 5시 반까지 영업하신다고... 내일도 가고 싶다. 그런데 오늘 먹은 김밥, 떡볶이, 비빔국수 셋 다 시키고 싶어서 벌써 고민중이다.


'뚜렷한 병명 없이 아프기' 선배에게 기치료에 대해 물으니 역시 알고 있었다. 하지만 10번 정도로도 택도 없으니 돈 없으면 시작을 말라는 대답이었다. 네 어차피 두 번 다시 못 가는 걸로 정했어요. 그래서 그냥 기치료사가 나한테 했던 것처럼 가슴의 답답한 곳에 손을 얹고 가만히 누워 있어 봤다. 이게 효과가 좋았다. 집중해서 이완하는 느낌이랄까? 그냥 누워있는 것보다는 좋았고 숨도 잘 쉬어졌다.

그리고 의식적으로 숨을 쉬는 연습을 했다. 이게 연습하는 게 좋을지 안 좋을지는 모르겠지만...


요즘 명상을 시작하면 '괜찮아, 편안하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다행이다.

ADHD 진단을 받아서 좋다. ADHD 진단기준을 보고 '난 당연히 ADHD지' 생각했던 때는 '안 이런 사람도 있어? 다 이런 거 아니야?'정도였다. 의사에게 진단받고 나니 (그것도 뇌파로) 자책 자괴 후회하고 부끄럽게 생각한 것들이 '증상'이었음을 인정받은 기분으로, 마음이 90퍼센트는 가벼워졌다.

20대에 알아서 약을 먹었으면 내 삶은 달라졌을 거다. 제대로 돈을 버는 직업을 가질 수 있었을 수도 있고. 그때도 진단하던 의사 선생님이 경희대 병원엔가 계셨던데 참으로 아쉽다.

아직 약을 먹지 않고 있는데도 이미 진단받음만으로도 이렇게 많은 호전을 느낀다. 약을 먹으면 나는 어떻게 될까? 기대 반 두려움 반. 플루옥세틴 2년의 부작용이 컸기 때문에. 그리고 ADHD가 괴로움도 있지만, 싫지만은 않고, 좋고 즐거운 점도 있기 때문에.


친구가 AI 시대에 철학, 사회가 중요해질 것 같다고 나보고 초등학생을 위한 철학책을 내보란다. 안 그래도 '아 그냥 철학 계속할 걸 그랬나' 하는 후회도 자주 하긴 한다. (나는 학부 때 철학을 전공했다.) 하지만 안 한 게 아니라 못한 거였다. 너무 못해서 더 하지 못한 거였어. 후회도 하지 말자.

하여튼 고등학교 철학 문제집을 사서 초등학생 수준으로 쉽게 풀어내 보라고 해서 일단 이번 주 내로 고등학교 철학 문제집 사기가 목표다. 물론 내가 이러고 있는 사이에 즉시, 아니면 이미, 10~20~100권 정도의 초등 철학책이 나오겠지만. 기치료에 72,000원 낸 거 생각하면 문제집 몇 권은 당연히 사볼 수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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