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 일기-뛰어내리면 새 세상일 거다

by 서한겸

오늘 하려던 일:빨래, 머리 자르기, 전시 서문 진행, 새로 태어난 아이 쓰기

새로 태어난 아이는 오늘도 밀렸다. 아침에 서둘러 빨래는 했지만 11:30 미용실 예약을 앞두고 11시 20분에 집에서 나가도 충분했는데 거의 9시 반부터 아무것도 못하고 시계만 보며 시간을 보냈다. 시간약속을 앞둔 ADHD의 증상 발현. 특히, 시간 약속을 꼭 지키고 싶어할 경우, 다른 걸 시작하면 거의 반드시 늦어버리기 때문에 아예 아무것도 못해버리기. 어렵다 어려워.


미용실에서 내 차례를 기다리는 동안 종이컵에 물을 한 잔 마시고, 내가 하고 싶은 일 리스트를 종이컵에 적어 보았다.

1 명상 일기 매일 쓰기

2 새로 태어난 아이 완성하고 출간하기

3 전시 서문 월 4개 이상 쓰기

4 초등 철학, 문해력 책 쓰기/수업 하기

5 작가의 단어공부 꾸준히 인스타 등에 연재해 책 내기(당연한 것들 포함)

많다 많아. 숨부터 잘 쉬자. 어서 약을 먹으면 이 모든 일을 매일 열심히 해낼 수 있을까? 괜히 지치기, 딴짓하기, 외면하며 온 에너지 다 써버리기, 그래서 하고 싶은 것의 겨우 10분의 1도 못하고 불만족스럽게 잠들기를 그만두고...? ADHD 약이 효과가 정말 좋다던데. 약에 대한 환상일까?


서문 쓸 작품 다시 봤는데 좋았다. 다시 그림 그리고 싶다.


명상. 예전에 알았던 사람들에게 연락해서 '나 사실 ADHD래! 그래서 그랬던 거야!'라고 알리고 뒤늦게 변명하고 설명하고 싶은 생각이 자꾸 든다. 마치 내 과거의 잘못 99퍼센트는 병 때문이었다는 듯이. 당연히 그렇진 않겠지. 특히 '우울증은 이렇지 않다, 뭔가 이상하다'라고 말했던 사람들에게 연락하고 싶다. 그들이 나를 기억이나 하겠냐고. 관둬....................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더 이상 그로 인해 슬퍼하지도 말고 억울해하지도 말자.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마음을 내어서 나아가자. 겁내기도 그만두자. 내 손아귀 한아름 그득그득 쥐고 부둥켜안고 있던 겁과 변명을 내려놓는 상상을 한다. 그거 들고 있느라 얼마나 힘들고 어디 가지도 못하고 두 손이 없는 사람처럼 살았나. 두 손 두 팔 두 다리 얼굴까지 가볍게 훌훌 털고 휘휘 저으면서 걷고 움직이는 상상을 한다. 오래전부터 바라 왔고 연습했고 치료해 왔지만, 정말이지 근본적으로 나아가야 할 때다. 이제 준비가 된 것 같다. 더 이상 변명할 수도 없다는 느낌이다. 좋은 의미로 절벽 끝에 몰려 있다. 뛰어내리면 새 세상일 거다.

오직 실천만이 답이다. 행동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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