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댁에 왔다. 1년에 기껏해야 2~3번 오기 때문에 늘 죄송한 마음이다. 흰밥에 갈비, 소고기뭇국, 굴비, 여러 나물, 여러 김치, 여러 전을 해주셨다. 맙소사… 정갈하고 맛있는 음식들. 감동스럽고 민망하다. 이렇게까지 차려주시다니 힘드시게… 우리가 도착하길 기다리며 이 많은 걸 장보고 요리하신 거다.
늘 기꺼운 마음으로 설거지를 한다. 밥을 먹고 남편과 둘이 마트에 가서 어머니 드릴 크림을 샀다. 드리니 마침 떨어지려 했는데 고맙다고 두 번이나 말씀하셨다. 남편에게 어머니께서 마음에 들어 하신 것 같으냐 물으니 그렇다고, 최대치의 리액션이었다고 했다.
사실 어르신들이 가장 좋아하신다는 설화수 크림을 알아봤었다. 50미리에 27만 원이어서 경악했다. 오늘 사드린 건 같은 용량에 5만 원이었다. 품질이 5분의 1일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브랜드 이미지나 '대접받는 느낌'이라는 게 분명히 있으니, 한 번쯤 사드려 보고 싶었다.
하지만 27만 원짜리 크림을 구매하는 건 거의 생리적으로 불가능했다. 나중에 돌아가신 후에 후회하지 않을까? 27만 원 쓸 수도 있는 돈인데 하고까지 생각해 봤지만 결국 5만 원 엔딩.
어머니는 천혜향 떡 기름 뭐 뭐 잔뜩 싸 주신다. 어머니는 안 아까우실까? 본인 소비에는 얼마나 벌벌 떠시는지 알기 때문에 늘 마음이 찡하다.
코리아나 크림이 어르신들도 좋아하시고 품질도 좋다고 해서 추석쯤 한 번 더 사드릴 생각이다. 50미리에 9만원 정도던데. 5+9=14만원을 써도 27만원에 비하면 13만원이나 싸다. 이렇게 돈 앞에서 달달 떨고 나면 내 마음도 싸지는 듯한 기분에 시달린다.
한편 며칠 전 노브랜드에서 스킨, 로션을 샀는데 써보니 꽃시장 향이라서 너무 좋았다. 아직 품질은 잘 모르겠지만 향이 정말 좋다. 식물과 꽃 향이 섞인 느낌이다. (모이스처 촉촉 토너/에멀젼인 듯) 두 개에
만 얼마였는데 단종되지 않는다면 계속 쓰고 싶다.
이상하게도 내 것은 좋은 걸 싸게 살수록 뿌듯한 거다. 남에게 선물하는 건 그렇지가 않다…
아파트 분리수거장에 엄청 깨끗하고 멀쩡한 책장이 버려져 있어서 주워 왔다. 저번에 산 책장소파랑 나란히 둬야 하는데, 좌우가 고민이다.
전시 서문 조금, 새로 태어난 아이 조금 진행했다. 윤리와 사상, 생활과 윤리, 현대사회와 윤리에 나오는 사상가들도 공부해 보려고 리스트를 정리 중이다.
조금이라도 진전이 있으면 아주 만족스럽고 기분이 한결 낫다. 조금씩이라도 하자. (아, 동시에 아무것도 안 한 듯한 날에 너무 초조해하고 기분 상해 하는 건 그만하기로 하자. 이것도 중요하다. 그리고 명상을 늘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