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 일기-힘을 빼고

by 서한겸

어릴 때 프로 배탈러였다. 매일같이 고생하면서 깨달은 게, 아플 때 힘을 주고 버티면 더 아프다는 거였다. 차라리 힘을 쫙 빼는 게 덜 아프다. 힘 빼고 통증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편이 낫다.

물론 아프면 자기도 모르게 긴장해서 힘을 주게 된다. 의식적으로 힘을 빼기도 쉽지는 않다. 그래도 덜 아프려면 어쩔 수 없었다. 정신이나 마음의 아픔은 어떠려나. 너무 거기에 집중해 있으면 더 안 좋아지기는 한다.


14살에 엄마가 사준 기타를 쓰고 있다. 당시에 낙원상가에 가서 6만 원 정도에 샀다. 넥이 떨어져서 7만 원에 고친 적이 있다. 며칠 전 줄감개 손잡이가 깨졌다. 사실 항상 새 기타, 전체 원목으로 된 기타를 사고 싶긴 했지만 이번에 기타가 고장 나고 '수리 대신 새로 살 것인가' 고민하니 절대 그러고 싶지 않았다. 아직 이 기타에 대한 애정이 너무 컸다.

선생님은 '이 기타는 세컨으로 하셔도 되니까요'라고 했지만 기타를 두 대나 갖고 있고 싶지는 않고... 다행히 선생님이 수리해 주셨다. 5만 원. (내 기타 줄을 보시더니 너무 연습 안 하시는 게 아니냐고 약간 나무라셨다. 교체한 지 꽤 됐는데 왜 새것 같냐고...)

그러면 이 기타가 완전히 못 쓰게 되어야 새 걸 살 건가? 잘 모르겠다.


그동안 전시 서문을 지나치게 팍팍 졸이고 끓여서 과하게 긴장되게 쓴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편안하게 수월하게 읽히도록 쓰고 싶다. 글보다 중요한 건 작품 자체니까. 그래도 작가가 자신의 작업을 더 좋아하게 하고, 작가의 다음 작업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글을 쓰고 싶다. 작품을 깊이 보고 애정을 가지고 응원하고 싶다.

괜히 지쳐 글 진행을 잘 못해서 힘들었다. 오늘도 자글자글 내 마음은 또 끓었다. 그래도 괜찮다. 이 정도면 괜찮아. 안 괜찮아도 큰일일 것 없는데, 하여튼 괜찮다. 일단 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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