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 일기-오늘 전혀 죽고 싶지 않았다.

by 서한겸

어제 일기에 죽고 싶음에서 꽤 벗어났다고 썼다. 쓰면서 '입방정 떨어서 또 죽고 싶어 지려나' 생각했다. 어, 숨 좀 잘 쉬어지는데? 하면 다시 어려워지고 요즘 좀 안 우는데? 하면 우는 날이 꽤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 전혀 죽고 싶지 않았다. 이런 작은 일(?) 당연할 수도 있는 일에도 깊이 감사한다. 이런 일에도 감사할 수 있음, 이것도 감사한 일이다. 별로 감사하게 안 느껴질 때도 많으니.


요 며칠 '철학과 석사를 해볼까. 철학 공부 왜 그만뒀지 아쉽다'는 생각에 시달렸다. 하지만 곧 내가 학교에도 학계에도 안 맞는다는 거, 작년에 박사 지원해 보고서야 겨우 다시 깨달은 거, 다시 떠올리고 떨쳐냈다.

한 번은 철학과 전공 수업에서 교수님이 강의실에 들어오면서 '서한겸이 누구냐'라고 물었다. 글이 너무 좋다, 잘 썼다고 공개적으로 칭찬했다. 그 글 하나로 학점을 내는 방식이었기 때문에 같이 수업 들은 사람들은 다 내가 A+를 받을 거라고 생각했다. 물론 나도 기대했다. 하지만 학점은 B+였다. 나중에 기회가 생겨 교수님께 물어보니 '재미있는 글이었지만 학문적인 글은 전혀 아니었다'라고 대답했다. 나는 저 말을 꽤 자주 떠올린다. 아니 그리고 학교 자체를 못 견디잖아요... 그만 단념하라고.


읽을 책도 많고 쓰고 싶은 글도 많고. 마음은 타들어가지만 이전보다는 덜 괴롭다. 다행이다.

하고 싶은 일이 많고, 많이 좌절적이지는 않고, 그래도 조금 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 이 정도로도 다행이다.

다행이다... 당연히 '갑자기 무슨 일 생기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따라붙긴 하지만, 습관이다.

다행이다... 에서 멈추자.

매거진의 이전글명상 일기-애써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