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크랩

by 서한겸

엄마의 중학교 졸업식 기념으로 남편과 함께 엄마 아빠 댁에 갔다. 우리의 이사로 정신이 없어 설날에도 못 뵈었고 곧 엄마 생신도 있어서 몇 가지 기념할 일이 겹쳤다.


코로나 19의 유행으로 인해 두 가지 큰 영향이 있었다. 하나는 엄마의 졸업식에 가족 친지가 일절 참석하지 못하게 된 것, 두 번째는 중국에서의 킹크랩 수입량이 줄어 킹크랩 가격이 크게 낮아진 것이다.


졸업식 전날 엄마가 킹크랩을 사 왔다. 전부터 킹크랩이 먹고 싶다고, 우리가 오면 사주겠다고 했다. 저번 주에 갔을 때 30만 원이라던 4-5 킬로그램짜리를 20만 원에 사서 쪄왔다. 조개와 새우 홍어 등도 서비스로 얻어 오셨다. 빨간 테이프로 봉해진 흰 스티로폼 상자를 열자 뜨거운 김이 올랐다. 네 시간은 따뜻할 거라고 했다고 한다.


킹크랩을 먹기는 쉽지 않았다. 누구 한 명이 담당해 분해해야지, 다들 각자 잘라먹다가는 모두가 정신없게 먹게 된다. 평소 같으면 엄마가 나섰겠지만 엄마도 킹크랩은 생소하기도 하고, 엄마 졸업과 생일을 축하하는 자리이니 먹방을 검색해 보면서 내가 게를 분해했다. 다리 마디를 자르고 살을 꺼내기 좋게 자르는 등이었다.

킹크랩은 적당히 뜨겁고 또 여기저기 뾰족해 꼭 잡기가 어려웠다. 그래도 어떻게든 분해해 살만 쏙 빼먹을 수 있도록 잘라 열심히 배분했다. 덕분에 엄마 아빠 남편은 편하게 먹었다. 나도 꽤 큰 살점을 거듭 받아먹었지만 게를 자르느라 정신이 없어 먹었는지 말았는지 잘 모를 정도였다. 오랜만에 먹는 킹크랩인데 아쉬웠지만 그래도 엄마가 아니라 내가 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다음날 남편은 '우리 둘이 아예 다 해체한 다음 넷이 차분히 먹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고 반성을 내놓았다. 그랬으면 다들 조금 식은 걸 먹지 않았을까?


코로나 덕분에 킹크랩은 싸게 먹었지만 메인이벤트가 안 좋게 됐다. 졸업식에 참석해 큰 꽃다발도 주고 맛있는 것도 사 드리려고 했다. 60년이나 미뤄진 졸업식이다. 60배를 축하해도 모자랄 것 같았다. 그러나 코로나 위험으로 외부 손님은 일절 금지되었고 강당에 모이지도 않고 각 교실에서 교내 방송으로 졸업식을 진행한다고 했다. 어쩔 수 없는 결정인 줄 이해는 하지만 너무나 서운하고 아쉬웠다.


게다가 졸업식 당일 나는 병이 나서 엄마 학교 앞에서 기다리다가 밥을 사주려던 계획도 지키지 못하고 집에 누워 있었다. 엄마는 친구분들과 간단하게 식사를 하고 집으로 돌아오셨고 지난밤에 먹고 남은 홍어, 게 내장 볶음밥, 새우, 조개, 홍어 등으로 점심을 먹었다. 여전히 맛있었고 걸게 먹었다.


고등학교는 내년부터 무료가 된다고 한다. 2020년에는 150만 원 정도 돈이 들 거라고 했다고 엄마는 내년에 입학할까 고민하고 있었다. 공부도 무척 어렵고 여러모로 망설여진다고 했다. 3년도 허송할 수 있는 인생에서 1년 정도 쉬거나 또는 여기저기 여행을 다니고 나서 학교를 가도 좋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30대만 되어도 한 해가 다르다고 엄살들을 떠는데 엄마는 70대고 큰 수술도 몇 차례나 받은 몸이다.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드는 것이 시계침 소리가 들리는 듯 초조하다.

엄마가 고등학교 진학을 1년 미루고 그 1년을 잘 보낸다 해도 그다음 2년간 건강히 학교를 잘 다닐 수 있을까? 이제 한 해도 마음이 놓이지 않는 상태가 된 것이다. 그리고 1년간 쉰다면 또 내가 많이 신경을 쓰고 어디든 함께 여행하거나 놀거리를 알아봐 드려야 할 것이다. 그런데 엄마는 내가 아이를 낳기를 바란다. 나는 또 내 나름대로 아이를 낳기 전에(아이를 낳고 나면 하기 더 어려울 것 같은) 하고 싶은 일이 있어서 그 일만으로도 바쁘다. 지력 체력 마음 돈 시간 모든 것이 제한된 가운데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후회가 적고 기쁨은 클 것인지 매일같이 고민한다.


엄마가 중학교에 다니는 동안 가까이서 지켜보지 못하는 것도 아쉬운데. 어째야 가장 좋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의 마음과 상관없이 2월 내로 결정은 지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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