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구절절 INFP

by 서한겸

2018년에 낸 책 <오늘의 기울기>를 큰 용기를 내어 다시 읽어 보았다. 읽다 보니 책 전체 거의 모든 글이 INFP의 구구절절한 고백이다. 최근 mbti가 유행이라서 INFP에 대한 설명을 다시 읽은 지 얼마 안 돼서 더 그런 것 같긴 하다. 나는 극단적이고 전형적인 INFP다.


주관적인 상황 파악, 외부로는 거의 드러내지 못하고 내부로는 온갖 감각과 자극을 처리하고 정의감과 열정에 시달리면서도 겉으로는 약간 마비되거나 능숙한 경우 온화하게 보이는 게 최선인.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는 일상생활. 등등. 연예인 중 INFP로 추정되는 대표 격인 이소라 님이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사는 게 익숙해지지가 않는다.' 정말 이렇다. <오늘의 기울기>라는 제목도 오늘 방향 다르고 내일 방향 다르고 매일 삶이 달라서 이렇게 지었던 것 같다. 삶이 단편적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 최소 1년 정도는 한 컨셉으로 안정시켜놓고 살고 싶은데. 사실은 <순간의 기울기>라고 하는 게 더 나았을지도 모르겠다.

결국 삶에, 일상에 좀 미숙한 모습이다. 중요하지도 않은... 문제들을 혼자서 몇 년 씩이나 길게 깊이 생각하고. 타이밍이 조금이나 많이씩 늦는. 뒤늦게 깨달아서 신나거나 흥분돼도 너무 오래전 일이라 누구한테 말하기도 열적은. 삶이 뒷북. 그래서 아무도 들어주지 않아서 글로 쓸 수밖에 없고. 외로워지고. 인터넷 상에 INFP가 많은 건 그 누구보다도 자극도 많이 받고 하고 싶은 말도 가득인 동시에 일상생활에서 이해받는 느낌을 잘 못 받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아... 이런 사적이고 또 부끄러울 수도 있는 이야기들을 잘도 썼고 출판까지 했구나. 아이고.


이런 뒤늦은 깨달음, 부끄러움도 INFP의 특성 중 하나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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