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검 또는 궁상

by 서한겸

에어컨에 대해 나는 계속 고민하고 있었는데 남편은 작년에 그렇게 고생하고서도 그러냐고 무조건 사는 것으로 정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어제 결국 주문하고 왔다. 배송 설치까지 최대 4주나 걸릴 수 있다고 한다.


지난주에 전자랜드, 하이마트, 홈플러스, LG 베스트샵, 코스트코를 둘러봤다. 삼성보다 LG가 전반적으로 더 가격이 낮았고 우리는 풍향 조절이나 디자인 같은 건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아서 LG 중 가장 싼 모델로 가격을 비교했다. 놀랍게도 250만 원에서 180만 원까지 있었다. 같은 모델이 말이다.


현대카드나 삼성카드를 만들고 월 30만 원씩 3개월을 쓰면 얼마까지 깎아주겠다는 식이 대부분이었다. 남편도 나도 신용카드를 사용하지 않는다. 신용카드가 아예 없고 할부 구입도 하지 않는다. 체크카드와 현금만 사용한다.

신용카드를 만들면 왜 깎아주는 걸까 검색해 봤다. 일단 카드를 만들면 소비를 더 많이 하는 경향이 있어서, 카드를 만들도록 하기만 해도 카드사에 이득이라고 했다. 정말 그럴까?

결국 코스트코에서 179만 9천 원을 현금으로 내고 주문했다. 여기서도 현대카드를 만들어서 결제하면 3퍼센트를 할인한다고 쓰여 있었는데 남편이 절대 싫다고 해서 하지 않았다. 나도 역시 신용카드는 마음이 편하지 않다.


남편과 나 모두 에어컨 없이 자랐다. 양가 어머니 두 분 다 갱년기 그 열기를 에어컨도 없이 견디셨다. 차도 없이 자랐다. 더 말할 게 있을까. 천 원 만 원은 물론 단단한 선물 상자나 우유갑도 아까워하며 다시 쓰고 자랐다. 두 분 어머님들이 다 그러신다. 그러면서 나랑 남편이 아끼고 돈을 안 쓰려고 하면 굉장히 싫어하고 가슴 아파하신다.

우리는 결혼할 때 냉장고도 웬만한 원룸에 있는 사이즈로 샀고 세탁기도 중고로 샀다. 식재료를 자주 사다 먹기로 결정했고 또 이사 갈 일이 많아서 그랬다. TV도 소파도 안 샀다. 부동산에서 우리 보고 미니멀리스트 부부라고 했다. 딱히 그런 건 아니다. 남편은 회사에서 차도 없고 에어컨도 없는 '환경을 생각하는 사람'으로 알려진 모양이다. 그렇게까지 특이할 일인가. 뭐 딱히 어떤 주의가 있어서 그런 건 아닌데.


양가 어머님도 재작년인가 폭염을 겪은 이후로 에어컨을 마련하셨다. 그러고는 '우리도 샀는데 너희는 참 어지간하다' 이런 식으로 자주 걱정을 하신다. 보고 자란 게 있는데? 평생 그렇게 살았는데? 부모님들 본인은 어쩔 수 없이 그러셨다 해도 자식들은 안 그러길 바라시겠지. 우리는 나름으로 생각해서 사고 안 사고 하는 건데. 결국 에어컨을 샀다고 말씀드리니 아주 좋아하신다.


집에 에어컨이 들어올 생각을 하니 부담스럽다. 흠. 이사할 때 이전 설치비용도 많이 든다고 하는데. 친구들을 보니 에어컨, 차는 없는 집이 없다. 특히 에어컨은 없는 애가 한 명도 없었다. 환경을 생각한대도 이제 에어컨이 없으면 건강을 해칠 정도라고 얼른 사라고들 했다.


차도 사게 될까? 사는 데 필요한 게 점점 더 많아지는 느낌이다. 공기청정기도 그렇고. 건조기랑 식기세척기도 있어야 한다고 그러고.


정말 많은 사람들이 에어컨은 기본이고 차를 유지하면서 산다. 차를 사면 살 수도 있겠지만 너무 부담스러운데. 그럴 여유가 되는 걸까? 뭐랄까. 신기하고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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