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상황에서든 의식적으로 피하는 말투가 있다.
'무슨 일을 이따위로 해?'
=> '무슨 일'인지 궁금한 게 아님. 이렇게 하지 말고 저렇게 하라고 요구한다. '이따위'같은 감정 상하게 하는 말은 절대 하지 않는다.
'왜 이런 걸 주문했어?'
=> 이것을 주문한 이유가 궁금한 경우가 아니라면 이런 질문은 피한다. 이미 배송되어 받았고 반품 환불 불가라면 참고 쓰거나 내가 원하는 물건을 다시 산다. 다음번에는 어떤 걸 사자고 이야기한다.
'쓰레기 이렇게 하지 말라고 말했잖아! 몇 번 말해! 대체 왜 이래!'
=> 말했는지 안 했는지, 몇 번 말했는지 궁금한 게 아님. 왜 이러는지도 알고 있음. (귀찮아서) 이렇게 하지 말라고 하거나 다른 해결책을 찾도록 한다.
물론 '무슨 이런 경우가 다 있어!' '대체 왜 이런 옷을 갖고 온 거야!' 같은, 말 그대로를 묻는 게 아닌 말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많이 참고 최소 두 번 세 번은 감정을 가다듬어야 내가 사용하고 싶은 말이 떠오른다.
이런 나에게 오늘은 남편이 불만이 있었다.
남편:진짜 궁금해서 그러는데요.
나:(미간을 굳히며 도리도리. 너무 피곤했다.)
남편:(한숨) 알았어요. (많이 참는 듯 보임)
나:뭔데 뭔데 왜요 말해봐요.
남편:욕실 신발을 도대체 어떻게 벗으면 저렇게 되는 거예요?
나:아... 안 그럴게요. 앞으로 잘 벗어놓을게요.
남편:아니 진짜 궁금해서 그래요 어떻게 벗으면 저렇게 돼요?
나:안 궁금하잖아. 앞으로 안 그러면 되잖아.
남편:...
나:그냥 벗어서 문에 걸리면 발로 차서 던져서 그래요.
남편:(어이없다는 듯이) 아니 문에 안 걸리게 벗을 생각을 해야지
나:(생각은 내 맘이지만) 앞으로 가지런히 놓을게요.
앞으로 가지런히 놓겠다고 말은 했지만 전부터 불편했으니 그냥 욕실 문에 걸리적거리지 않는, 발등이 낮은 슬리퍼를 살 것 같다.
하여튼 남편은 때로 정말로 궁금해서 저런 말을 한다. 전에는 '도대체 왜 치약을 가운데부터 눌러서 쓰냐'라고 진짜 궁금해서 그런다고 물었다. 난 별생각 없이 그냥 눌러서 그렇다고 했고 포기한 건지 납득한 건지 그 뒤로는 그냥 각자 따로 치약을 한 개씩 사용하고 있다.
그렇게 중요하지 않은 문제로 싸우기엔 문제들이 정말 많고 시간은 적고 서로 그렇게 다투고 감정 상하고 싶지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