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하다고 처음 느낀 건 더 어릴 때부터지만 정신건강의학과에 처음 간 건 고등학교 1학년 때.
내가 여러 말을 죽 늘어놓으니 (아마 대체로 불평불만이었을 것) 듣고 있던 의사가 말했다.
"지금 되게 잘난 척하고 있는 거 알죠?"
그 뒤로도 뭐라고 말했을 텐데 충격받고 상처받고 모욕적이어서 거의 들리지 않았다.
상담비도 5만 원 정도로 부담이어서, 다시 안 가겠다 하니 엄마도 더 권하지 않음.
스무 살 즈음 상담을 처음 받기 시작했고 그때의 주된 문제는 누군가 나를 칭찬할 때 모욕을 당하는 느낌이 든다는 것이었다. 칭찬이 너무 어색하고 불편하고 비꼬는 건가? 하는 생각마저 들어서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다른 우울과 불안감 사회적 어려움 등에 대해선 자각조차 안 되던 때.
우울증은 늘 있었고... 24살인가 대학원 때 더 악화되어서 하루에도 여러 번씩 울어서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였다. 툭하면 눈물이 났다. 예를 들어 누군가에게 밥을 먹었냐고 물어봤는데 '응 먹었지'라는 말을 듣는 정도로도 타격을 받고 (??? 왜??? 싶겠지만 거절당하거나 외톨이가 된 느낌을 받음......) 눈물이 차올랐다. 눈물은 가슴과 목에서 시작되었다.
학교 보건소 정신건강의학과에 가서 내 사정을 간단히 말하니 너무 문제가 복합적이고 오래되어서 25년은 약을 먹으라고 했다. 하여튼 일단 먹었다. 웰부트린. 눈물이 시작되려는 때에 딱 스탑되는 효과가 있었다. 부정적인 생각이 콸콸 흐르려 할 때 스탑.
부작용은 내장이 흥분? 된 느낌으로 밥을 잘 못 먹음. 단기간에 3킬로가 빠짐. 그리고 손이 떨림. 나는 그림 그리는 학생이었기 때문에 손떨림이 불편했다. 의사는 그 정도 부작용은 양호한 편이니 손떨림 방지 약을 추가해 주겠다고 했고 나는 그게 뭐야... 싶어서 1년 정도만에 약을 그만 먹음.
그 뒤로는 예술인 복지재단에서 지원해 주는 심리상담을 1년에 12회기 정도씩 받음. 한 곳에서 꾸준히 받지 못했기 때문에 매번 새로 시작하는 셈이었으나 도움은 되었다.
그리고 지금 나는 38살이 되었고 상담도 거의 매년 받았고 여러 상황도 달라져 내 우울은 제일 나아진 편이다. 그런데, 그럼에도 우울과 죽음에 대한 생각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풀리지 않는 분노와 채워지지 않는 박탈감이 여전. '아 이게 그냥 사라지지는 않을 모양이다. 체화된 모양이다. 몸을 바꿔야 되나 봐' 싶어졌다. 이만큼 했는데도 이렇다면 약이다 싶다. 그래서 약을 먹기로 했다. 의사에게 상처받지 않기로 결정. 나에게 가장 잘 맞는 약을 찾아 꾸준히 복용해 볼 생각.
상담선생님한테 추천받은 병원으로 갔다. 의사가 묻는 말을 중심으로 내 얘기를 쭉 하고 나서 검사도 몇 개 했다. 우울감은 4 중 3 정도, 불안은 4 중 4 정도. 불안이 더 크다고. 나도 그렇게 생각하긴 했다. 의사는 나보고 애쓰셨다고 했는데 그 말이 왠지 자존심이 좀 상하고 불쌍히 여겨지는 듯도 했지만 '힘들었겠어요' 같은 의미이리라 생각하고 신경 쓰지 않기로.
초진 의사 상담 20분 정도(나의 우울 경력+힘든 주된 내용 말하고 의사의 몇 가지 체크리스트에 대답함) + 발목과 손목에 장치를 부착하고 진행한 교감신경 부교감신경 검사?(비급여 15,000원이라고 한 듯) + 내가 체크하는 질문지 검사 = 4만 몇 천 얼마... 실비 청구해서 38,000원 정도 받았다.
오늘 받은 약(1주일치 약값 3,000원)
인데놀정 10mg
자나팜정 0.125mg
푸록틴캅셀(캡슐) 10mg
1주일 먹어 보고 다시 병원에 가기로 했다.
이와 더불어 규칙적인 생활도 최대한 실천하려 한다.
1 하루 세끼 꼭 먹고 양치도 바로 하기
2 철분제와 유산균 챙겨 먹기
3 11시 전 취침 7시 전 기상
4 아침에 운동하기 (어려우면 하루 중 운동)
5 9시부터 5시까지 집 밖에서 일하기. (집에서 일이 너무 안 됨)
이 글은 기록용이므로 크게 다듬지 않을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