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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한겸 Jul 24. 2023

불안장애 치료기 230724

아침 체중 56.8

어제저녁 안 먹었다가 너무 배고파서 밤 9시쯤에 참치 1캔, 다이제 2조각, 두부과자 조금, 콜라, 등등 먹고 잤는데... 어제 전반적으로 적게 먹었다.


요 며칠 왜 이렇게 못 잤는지 깨달았다. 요즘 너무 피곤해서 입도 헐고 해서 '구론산'이라는 음료를 하루에 하나씩 먹었는데 여기에 카페인이 들어있었던 것이다..................

입 허는 이유는 두 가지라고 알고 있다. 수면 부족, 식사 부족. 그래서 나는 입이 더 헐었다.

오늘도 마시고서야 혹시? 하고 성분을 읽어 보니 카페인이 들어 있어서 좌절했다. 오늘도 못 자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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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밥을 지어 스팸을 구워서 미역국, 갓김치에 같이 먹었다. 꿀맛. 짜고 단 스팸. (매우 비쌈)


쿠팡 플레이로 아씨두리안을 보고 나서 상담받으러 나가려는데 친구에게 '전시 서문 썼는데 좀 봐달라' 연락 옴. 10분 달라해서 프린트해서 읽어 보고 몇 가지 의견을 전달했다. 갑자기 배가 짜릿하면서 긴장되는 게 '글 관련 일'이 아주 재밌고 신나고 나를 흥분시키는구나, 글쓰기를 정말 좋아하는구나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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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에서 => 

나 : 오랜만에 맑은 정신, 머리, 기분. 

다이어리에는 늘 검정펜, 남색 펜, 빨간 펜, 연필 이렇게만 사용해 왔는데 요즘은 노란색 연두색도 쓰고 강박이 좀 덜해진 것 같다. 자극에 덜 예민해졌달까. 안 씻고 잘 수도 있게 된 것도 마찬가지다. 

부모 원망을 확 덜하게 되며 부모님 생각할 때마다 마음 상하던 것이 줄었다. 마음이 많이 덜 괴롭고, 편안해졌다. 자책도 덜하게 되었다. 상담의 효과인 것 같다. 특히 '왜곡된 인지'를 짚어 보는 과정이 도움이 됐다. 

상담사 : 약 때문일 수도 있지 않을까?

나 : 그럴 수도 있다. 


인지 왜곡 바로잡기 훈련 

내가 자주 하는 자동적 사고 : 나는 쓰레기다, 나는 실패자다, 나는 제대로 하는 일이 없다. 

=> '나'에게는 여러 측면이 있다. '나는 쓰레기'라는 생각은 나의 모든 면에 대한 것은 아님. 내가 이룬 가족, 사회적 지지(친구들)에는 이 정도면 만족한다. 건강에는 100점 만점에 30점 정도 만족. 장애 수준은 아니나 허약, 다르게 말하면 허약하지만 병은 아닌 정도. 다행 아닌가. 주로 경제적 능력에 있어 자책과 불만이 큼. 실패감이 큼. 


=> '쓰레기, 실패자'의 사전적 정의 : 먼지, 티끌, 못쓰게 되어 내다 버릴 물건, 도덕적, 사상적으로 타락해 부패해 쓰지 못할 사람/ 일을 잘 못해 그르친 사람.... 나는 쓸데가 없는 것 같다. 집안일을 하고 어느 정도 내 역할을 하려 노력하지만 나는 전업주부로 살고 싶은 생각이 없었고 지금도 없다. 작가로 성공하고 싶다. 내 몫의 돈을 못 버는 게 괴롭다. 

상담사 : 한 달에 얼마 정도 벌면 만족하겠나?

나 : 최소한... 150~200만 원 정도. 내 생활비 정도. 주거비 포함. 그것도 그렇고 내가 하는 일에 경제적 보상이 따르면 좋겠다. 


=> '제대로 하는 일'... 그림은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책은 내 기준에는 맞게, '제대로' 썼다고 생각한다. 그런데도 거기에도 경제적 보상이 따르지 않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무명 저자이니) 실망 좌절한 것 같다. 


그래도 이렇게 써 보니 나는 생각보다 괜찮은 면도 있다. 남편은 나를 신뢰하고 있고, 그도 신뢰할 만한 사람이며 나는 일관적 태도를 보일 수 있고 성실하다. 그림은 일부 동료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었다. (전공자들은 독특하고 힘 있는 그림으로 봐주곤 했었다. 과거형으로 말하는 게 슬프다. 그림 못 그린 지 오래됐다. 다시 그리고 싶은데 에너지가 부족하다.) 글도 좋아해 준 사람도 있었고 내 마음에 든다. 

내 전체가 잘못됐거나 실패했다기보다는 경제적인 부분, 그리고 건강 체력적인 부분에서만 모자란 걸로 '문제가 축소'된 느낌이다. 


상담사 : 오늘이 가장 얼굴이 편하다. 경주마처럼 시야가 가려져 있던 것이 넓어진 느낌이다.

나 : 사방을 가리던 벽이 없어지거나 사라지고, 단점만 보이다가 이제 장점도 보이는 기분이다. 상담이 다음 주로 끝난다는 게 아쉽다. 하지만 한 시간에 9만 원을 내고 상담을 받을 정도로 힘들지는 않은 것 같다. 

상담사 : 그러면 다행이다. 예술인복지재단에서 지원하는 집단 상담도 진행 중이니 고려해 보라. 


오늘 상담에서, 엄마도 아빠도 '감각과 자극에 예민하고 사회성은 떨어지는' 점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와 닮은 나도 자폐 성향으로 볼 수도 있다고. 감각이 과도하게 들어와서, 남들이 2~3 느낄 때 나는 10 느끼니까 그걸 처리하느라 사람의 감정이나 사회적 상황, 관계 등은 처리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래도 이 정도면 간신히 정상적 범주의 끝자락에서 어떻게든 살고 있는 게 아닌가. 다행이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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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선당 도시락&샐러드에서 연어 포케를 먹었다. 너무 맛있다. 10,400원. 매일 먹고 싶다. 채소도 푸짐하고 양념된 잡곡밥이 조금 들어 있고, 달걀과 연어가 들어 있다. 매일 먹고 싶어! 매일 한 끼를 이걸 먹으면 행복해질 것 같다. 못 쓸 돈도 아니다. 건강을 생각하면... (약값, 운동비용 등을 생각하면) 그런데 해 먹으면 훨씬 더 싸겠지...? 시간이 들겠지만! 

이렇게 맛있다니 사실 매 끼 샐러드만 먹고 싶기도 하다. 채소 듬뿍+연어... 달걀+빠질 수 없는 드레싱 소스!


식후 30분 정도 걸어 카페에 갔다. 땀이 몸을 타고 흘렀다. 습하고도 더운 날. 

무인 카페여서 마음이 편했다. 녹차라테를 먹으며 [에디의 끝]을 다시 읽기 시작했다. 내 마음을 꿰뚫는 표현이 꽤 많았다. 프랑스판 [미지의 세계]랄까. 


6시경 남편이 와서 같이 안경(주말에 맞춰 두었던)을 찾으러 갔다. 

안경점 옆에서 일반 쓰레기봉투 20매를 사서 귀가. 


당근에서 '스몰덕'이라고 오리들이 계단을 올라가는 장난감을 무료나눔받았다. 너무 좋다. 실은 어릴 때부터... 갖고 싶던 것인데 안 사고 버티다가... 그냥 살 것을! 바보!


노브랜드 닭강정, 오이, 물냉면 조금으로 저녁을 먹었다. 


산책 1시간 정도.


씻고 나서 kobunsha, asahipress, asukashinsha 세 곳에 그냥 막무가내 메일 투고. 무례하다고 여겨지면 어쩌나 싶지만 셋 다 '투고 문의 메일에 답장이 안 왔기 때문에'라고 죄송하다는 말을 붙여 그냥 원고 일부를 보냈다. (일본어 번역본)

될 대로 돼라 하는 마음. 어차피 투고는 무시당하기 쉬우니까,라고 생각하니 그냥... 저지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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