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일
아침 체중 58.2
55로 가야지.. 근데 오늘도 떡볶이 먹고싶다.
왜? 약을 먹어도 식욕이...
SSRI계열 약이 식욕을 억제한다는데 (프로작, 푸록틴)
아빌리파이는 식욕을 증가시킨다고 해서...
여하튼 이정도인 것에 감사하기로 하자.
어느새 11월입니다. 와...
도서관에서 만화 토지 2권 읽고 마라탕 먹음
5권 빌려서 바나나, 닭강정, 양배추 사서 무겁게 들고 귀가. 걸어서 오가니 10,000보 넘게 걸음
저녁 간단히 먹음
11월 2일
아침 체중 58.3
마라탕 먹은 것 치고 선방인가?
아침에 아파트 카페에서 아는 사람 만나 이야기하다가 친구는 가고 나는 남아서 만화 토지 읽었다.
소금빵 먹음
그러다 아파트에서 같이 요가 하던 아는 사람 만나서 몇 시간이나 이야기했다.
종교와 신앙에 대한 이야기까지 하게 되었고, 내가 기독교 모태신앙이었던 일, 어떻게 해서 떠나왔는지(이에 대해서는 나는 거짓말을 했다. 별 해악 없는 거짓말이라 생각하지만 마음에 걸린다. 어쩌면 나는 확실하지 않은 일에 대해 내 마음대로 단정지은 채 누군가를 오랫동안 죄인 취급하고 있는 게 아닌가. 그냥 내가 싫어한 사람을 죄인으로 만들어 놓고 있는 게 아닌가) 등에 대해 이야기했다.
나는 하나님이 내 기도를 들어주지 않아 결정적으로 교회를 그만 다녔다. 필요 없다고 생각했다.
고등학생 때까지 교회에 다녔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우리 집은 망했다. 아빠에게 수년간 공들였던 전과 십수범의 공무원 퇴직금 전문 사기꾼에게(ㅂㄱㅇ씨.. 강남에 살며 아들 둘을 유학보냈다고…) 퇴직금을 날리고 카드깡을 당해 빚을 지게 되었다. 집은 당연히 불화했고 싸움이 끊이지 않았고 경제적으로도 무척 어려워졌다.
나는 기도했다. 이 상황이 잘 지나가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주님'께...
그러나 상황은... 생각해 보면 그 뒤로 거의 10여년 동안 '매우 나쁜' 중에서 조금씩 나아졌다.
이 10여년 동안 나는 심한 우울증을 앓으며 반 마비 상태에서 대학과 대학원을 졸업했고
그 긴박함 속에서도 경제적으로 심히 무능했다. 어찌보면 나를 지킨 수단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돈을 잘 버는 사람이었다면, 능력을 발휘했다면 내가 우리 집을 먹여 살려야 하는 상황이었다.
나는 타고난 무능이든 재능이든을 따라... 철학과 미술을 공부하면서 돈벌이와 정반대 길로 갔다.
아르바이트로 내 용돈이나 겨우 쓸 정도 벌었고
10여년 동안 엄마 아빠는 무척이나 고된 일을 하며 사기 당해 생긴 빚을 갚고 조금씩 상황이 나아진 것이다.
그리고 나는 어느 순간 (아마 불교의 윤회 개념에 착안해서인 것 같기는 하지만) 어린 시절부터 시달려 온 자살에 대한 미련을 단념하고 오래된 악연(내 자존감을 앗아가는 가스라이터)에서 벗어났으며 조금 나아졌다.
조금 나아졌대봤자 '자살은 하지 말자' 정도였고 우울증은 내 삶 전체에 모세혈관처럼 뻗어 영향력을 끼치고 있었으며 그 뒤로도 사실 지금까지도 그렇다.
나는 오직 '나아지는 중이다'라고 진심으로 말하며 여기에서 위안을 얻을 뿐이다.
그러면 집이 망하고 '이 상황이 잘 지나가게 해달라'고 기도하던 것이 2002년, 내가 '드디어 조금 나아졌다'고 느낀 것이 한 2014년이니 (그 뒤는 흉터나 상흔을 요양하며 조금씩 회복하고 활동하기 시작하는 시기)
12년 동안 그 상황은 '잘 지나가게' 된 것일까?
12년 동안 하나님께서 기도를 들어주신 건가, 이 말이다.
신자는 그리 믿을 것이다.
그토록 깊은 상처를 남기고 우리 가족 전체의 삶과 성격과 몸상태와 진로를 바꾸고 고생을 시키고 아픈 시간이 지났어도, '그 상태로 죽지만 않았으면' '결국 나아지기는 했으면' 잘 지나간 것인가?
이 생각을 좀 해봐야겠다. 경제적인 피해는 너무 심하고 근본적인 타격이었다. 친구가 무엇을 하자는데 '거기에 드는 식비, 교통비, 비용, 돈'만 먼저 생각하게 되는 삶을 10년 이상이나 살면 피폐해진다. (아빠의 사기 피해...와 더불어 가족보다도 사기꾼을 믿으며 적극적으로 사기당하기에 동참한 아빠에 대한 나쁜 감정들, 고생하는 엄마 아빠를 외면하며 인문 예술 따위를 공부한 나 자신에 대한 경멸감 자괴감 자책감 등등...)
그래도 결국, 잘 지나간 것인가?
지나간 십수년 간 나와 가족, 아니 특히 나...는 어떻게 되었는가...?
아주 중요한 문제이나 그동안 재해석하거나 새로 의미를 부여하지 않은 채, 주목조차 하지 않은 채였던 것 같다.
그리고 분명한 논리적 과정 없이 그러나 강렬하게 내려진 결론은 결국 <새로 태어난 아이>를 어서 쓰자는 것이다.
어서 쓰자.
(한편 나에게는 나를 위해 나의 길 잃은 영혼을 위해 기도해주는 기독교인 친구, 지인들이 꽤 있다. 내가 기독교의 용어를 꽤 알고 있기 때문에 대화가 잘 통하고 또 나도 '하나님이 내 기도만 들어주셨으면/들어주시면 믿을 작정'인 것인지, 기독교에 미련이 남아 있기 때문에 대화가 길어진다. 그들은 나에게 성경책을 선물해 주기도 하고... 교회에 나가라고 이야기해 주기도 한다. 오늘은 또 오랜만에 그런 기독교인을 만났다. 이럴 때마다 물론 여러 생각이 든다. '하나님께서 나를 위해 사람을 보내 손을 내미신' 걸까? 아니면 '저 사람들은 기도가 들어지고, 만족할 만한 상황이 주어져서, 그것을 하나님의 응답으로 믿을 수 있었고, 나에게는 그런 것이 주어지지 않아서 믿을 수 없었던 것'일까? 그러니까 형편 좋은 사람만 신을 자신의 편으로 믿으며 남을 수 있는 것인가 말이다.
내가 겪은 어려움은 사회적인 것(가족 제도), 인간의 잘잘못, 어리석음, 사기 등 범죄, 경제적 어려움 때문인데. 여러 복합적인 문제들 때문인데. 신(하나님)과 관련이 있단 말인가. 거기에 기대 해석해 버리기에는 다 풀리지도 않고, 무책임하고 게으르다는 생각이 든다. 이 또한 '내 뜻대로 알 수 있고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교만한 불신자의 생각일까?)
소세지, 불닭볶음면, 감2개 저녁으로 먹었다. 웃기다. (좋은 친구가 가까이 살며 챙겨주니 감사하다. 감과 사과 합쳐 한 상자를 집까지 가져다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