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적 사실과 사실적 환상의 출렁임

이수아 개인전 [반짝반짝]

by 서한겸

[환상적 사실과 사실적 환상의 출렁임]

-이수아 개인전 '반짝반짝'

서한겸



가볍고 얇은 분홍 공간. 해 달 하트 꽃 눈물 도넛 젤리 종이비행기 거울 촛불 구름 새 인형 창문 각별히 깨끗한 색의 하늘. 스케치 같은 외곽선과 색종이를 잘라 붙인 듯 밝고 맑은 색의 경쾌한 형태가 리듬감을 띄며 모이고 퍼진다. 크고 작은 원은 때로 겹쳐지기도 연결되기도 한다. 물감의 물질성이 중력을 따라 흐르거나 시간을 따라 번진 흔적으로 드러난다. 튀어나오고 침투하는 원들은 흩어지거나 해체되는 듯싶다가 한데 모여 더 큰 형태를 이룬다.

웃음, 얼굴, 사랑하는, 모습과 이미지가 모여 새로운 이미지를 만든다. 다양한 색 형태 구조의 모습들은 가장자리를 의식하고 있고 그 밖의 세계를 암시한다. 열려 있음과 경계 응축된 힘과 퍼져나가는 변화가 백사장의 파도처럼 출렁인다. 바닷물에 덮였다 드러나는 모래와 자갈처럼 이미지들은 유동적이다.


joyful은 ‘기뻐하는, 기쁨을 주는’이라는, 기쁨을 느끼는 주체가 다른 두 의미를 동시에 가지고 있다. joyful figure는 기쁨을 주는 또는 기쁨을 느끼는 모습이다. 이러한 이미지와 화면을 만드는 것이 작가에게 기쁨을 주는가. 보는 이에게 기쁨을 주는가. 그 모습들이 스스로 기쁨을 느끼고 있는가. 어떤 모습 기억 즐거움을 뜻하고 있는가? 기쁨만 있는 세계가 있다면, 어둡고 즐겁지 않고 못생기고 지루한 것들은 어디에 있나?


이런 의문을 가질 즈음 '이 두 세계가, 같은 사람의 내면에 같은 시기에 공존한다고?' 하는 놀라움과 의아함을 들게 할 만한 전혀 다른 시야와 화면이 등장한다. 실제로 있을법한 가게와 간판 건물들 사이로 하늘과 연결된 창문, 전구가 있어야 할 자리에 꽃이 핀 가로등 서로 다른 원근법의, 그러나 같은 거리에 있는 꽃들이 등장한다. 오토바이는 매우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있으나 거기에 담긴 꽃들은 땅에 핀 꽃과, 창문 너머의 꽃다발과 연결되어 있다.

자전거와 거기에 탄 인물 또한 사실적인데, 오토바이와 자전거가 전달하고 있는 꽃이 뜻하는 것은 아마 기쁨일 것이다. 어느 장소에 피어난 기쁨은 그것을 발견하고 기꺼워한 사람의 마음에 남고, 그를 통해 전달 전파된다. 기쁨을 주는 모습이 기쁨을 느끼고, 기쁨을 느끼는 모습이 기쁨을 준다. 사계절 유명 패션 가게 앞에 자리 잡은 꽃도 언제든지 얼마든지 옮겨갈 수 있다는 듯 화분에 담겨 있다.


이수아의 그림들에서 내가 떠올린 이미지는 외부 세계와 자유롭게 뒤섞인다. 내면과 외면, 가상과 현실이 서로 넘나들며 환상적 사실 또는 사실적인 환상을 보여준다. 상형문자와도 같은 기하학적 형태들과 함께 꼼꼼히 빈틈없이 이어 붙여진 어떤 화면은 한 세계를 묶어 담아 어딘가로 옮기려는 듯 보인다. 선선한 봄밤에 만개한 벚꽃이 가장 큰 기쁨과 찬탄을 주는 순간은 그들이 한 번에 한 데 피어 큰 바람에 따라 흩날릴 때, 밖으로 날아갈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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