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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한겸 Jun 26. 2024

까마귀

꿈에서


나는 내 장례를 준비해야 하는 처지였다.

언젠가 죽고 나서의 일에 대해 유언을 남기는 게 아니라

나는 어떤 방식으로든 죽도록 예정되어 있었고 그 뒤의 절차를 미리 준비해 둬야 하는 상황이었다. 꿈에서는 누구나 그렇게 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하기야 원래 나는 죽도록 예정되어 있긴 하지만.


나는 까마귀 한 마리를 묻은 땅 위에 내 분골을 뿌리기로 정해놓고 있었다.

장의사에게 물었다.


까마귀는 어떻게...?


장의사는 까마귀 처리 자격증을 보여주었다. 그는 여러 자격증을 가지고 있었다.


사람들은 내게 물었다.


까마귀의 종류에 대해서도 생각해 봤소?


나는 그냥 검정색 까마귀라는 생각밖에 없었다. 


까마귀의 장례도 따로 치러 주는 것이오? 까마귀는 관에 담기는 것이오? 아니면 화장시키는 것이오?


흙에는 잔디가 깔렸으면 좋겠소?


질문들은 특별한 게 아니었다. 나는 카페라떼를 좋아하는데 너는 왜 아메리카노가 좋냐는 식의 질문이었다.

한 명은 특별히 수줍어하며 물었다.


까마귀 고기는 어떻게 되나요? 아, 그거 먹으면 안 되는 건가. 까마귀 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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