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남편이 고흐 전시를 보고 왔다.
서울에서 마치고 대전으로 내려간 전시다.
보고싶어 하면서도 미루기에 등을 떠밀어 보냈다.
보고 와서 좋다고 몇 번이나 얘기해서
나도 뒤늦게 잔소리를 했다. 그렇게 좋아하면서 안 보려고 했냐고. 그랬더니 남편이 전략을 바꾼 듯
한숨을 쉬며 너무 바쁘다고 하소연하기 시작했다.
나도 더는 뭐라고 안 했다.
하지만 남편이 나를 공격하기 시작. 누구보다도 고흐를 좋아하면서 왜 보러 가지 않냐고.
고흐는 좋아한다. 가장 좋아한다.
하지만 정서적 자극 받기 힘들어서 안 보고 있었다.
그런데 이제 곧 끝난다 하니 결국 비를 뚫고
대전에 와서 전시를 봤다.
요즘 가만히 있어도 손발이 아프다. 팔도 고관절도. 걸음 디딜 때마다 아야 소리가 나게 아프다. 통풍? 건초염? 류마티스 관절염? 아직 모르겠다. 이번에도 신경성이겠거니, 병명 못 찾겠지 싶어 병원에 안 가고 있다.
갑자기 어지럽기, 흔들리는 느낌 느끼면서 전시를 봤다.
대표작은 안 왔지만 자화상도 있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 중 하나인 '석양의 버드나무'가 있었다.
고흐 특유의 노란색이 잘 보이고 완성도가 뛰어난 작은 작품이다.
그림 그리고싶어 죽겠다. 붓질. 이걸 고흐가 긋고 바른 거지. 이 화면 앞에서 시간을 보냈을 고흐. 그림은 시간이자 공간이다. 역시 그림은 정말 좋다.
더 이상 변명하지 말고 그림을 그려야 하지 않을까. 물감과 캔버스 값이 없는 것도 아닌데.
나이는 들고 있고. 고흐가 죽었을 때보다 이미 3년이나 더 살고 있고. 마흔이고. 영 늦어버린 거일지도 모르지만. 해봐야 하지 않을까. 이대로 그림을 그만두는 걸까?
그림과 재료를 몰아넣어둔 방에 한 번 들어가봐야겠다. 이것을 몇 년 째 미루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