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알라딘을 본 후로 줄곧 이런 생각을 했다.
나는 세 가지 소원으로 무엇을 부탁할까.
제일 먼저 올림픽 수영선수의 체력을 달라고 할 거다.
육상선수도 좋지만 왠지 육상선수는 연골이 많이 닳아 있을 것 같아서...
그런데 내가 갑자기 올림픽 수영선수만큼의 근육과 활력과 폐활량을 가지게 되면
그때도 나는 나일까? 모든 기분과 감각이 완전히 달라질 것 같다.
그래도 나는 앉아서 글을 쓰고 천천히 산책하기를 즐길까?
완전히 다른 일을 하고 싶어 하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면 어떤 일? 나는 무엇을 하고 싶지?
생각해 봐도 나는 책 읽고 생각하고 글 쓰고 그림 그리는 게 좋긴 하다.
하지만 올림픽 수영선수만큼의 체력이 있다면 다른 일들도 좋아하게 될 것 같은데...
그래도 아무리 고민해 봐도 첫 번째 소원은 이걸로 빌어야 할 것 같다.
두 번째 소원은 내 가족들이 딱 100살까지 건강하게 살다가,
사흘 앓고 죽게 해 달라는 것이다.
이건 별 설명이 필요 없다.
세 번째로 작업실이 있는 집이 갖고 싶다.
도심지에서 멀지 않은 근교에, 잔디밭과 나무가 있는 2층 집.
그림 작업실과 글 작업실이 있고 근처에 얕은 산과 개천이 있었으면 좋겠다.
한 시간에 2 대쯤 다니는 마을버스 정류장에서 걸어서 10분쯤 걸리는 곳에.
그런데 지니는 갑자기 누구의 땅에다가 그 집을 지어줘야 할까? 등기나 취득세나 그런 건 어떻게 하고?
그냥 돈으로 달라고 하는 게 나을 것 같다.
이런 집은 얼마 정도 할까? 하긴 이런 집만 있고 현금은 지금만큼밖에 없다면 그것도 큰 문제다.
저런 집에서 살려면 유지비도 상당히 들 테니까. 맛있는 것도 먹고 살고 싶고.
30억? 300억? 3000억? 얼마가 있으면 될까?
그리고 이 돈이 나에게 현금으로 주어지는 걸까, 내 통장잔고로 주어지는 걸까?
갑자기 이렇게 큰돈이 생기면 나는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현금이라 해도, 5만 원 권이라 해도 부피가 상당해서 보관하기 힘들 거고
결국 은행에 넣긴 해야 할 텐데 세금조사를 받게 될 것 같다.
지니가 주었다고 솔직하게 말해도 믿어주려나...
그래서 생각한 게 황금알을 낳는 거위다.
황금알을 낳는 닭 버전도 있어서, 거위냐 닭이냐부터 결정해야 한다.
닭은 어떻게 해보겠는데 거위는 너무 커서 거위를 키우려면 집부터 사야 한다.
거위 알의 부피는 닭알의 2배라고도 하고, 6배라고도 한다.
하지만 거위는 알을 매일 낳지 않고 1년에 20-50개 낳는다고 한다.
거위의 평균 수명은 20-50년, 닭의 평균 수명은 10년이다.
복잡하다. 일단 알만 보자. 닭알의 평균 부피는 50ml. 거위알이 4배라고 치면 200ml.
이때 아주 중요한 문제가 있다. 이 황금알은 껍데기만 황금이고 속은 알인가,
속까지 다 황금인가?
껍데기만 황금이면 좀 지저분하기도 하고 짜치기 때문에 속까지 황금인 걸로 자의로 정했다.
50ml의 금은 965g, 200ml의 금은 3.86kg
지금 금 1g 가격이 12만 원으로 치면
황금닭알 하나는 1억 1580만 원, 황금거위알 하나는 4억 6320만 원이다.
닭이 10년 동안 매일 황금알을 낳으면 그 가격의 총합이 4226억 7천만 원,
거위가 30년 동안 1년에 30개의 황금알을 낳으면 그 가격의 총합이 4168억 8천만 원이다.
모두 평균치로 계산했을 시에는 닭과 거위의 경우가 비슷하다.
기회만 주어진다면 닭이든 거위든, 받고 볼 일이다.
털도 빠지고 먹이도 주고 관리해줘야 할 것을 생각하면 10년 동안 닭을 키우는 게 낫겠다.
그런데 매일 4억 원어치의 황금알을 가지고 나타나면 금은방 주인들이 바로 신고하지 않을까?
그럼 어쩔 수 없이 세금을 내야 할 테고, 세금은 내면 되지만 매스컴에 알려질 테고
도둑이 들 수도 있고 내 신상이 알려질 수도 있다. 이건 좀 곤란하다.
거위든 닭이든, 데려가서 연구하겠다고 할 수도 있다. 번식에 성공한다면 국가적인 자산이 될 수도 있고
진짜 번식에 성공해서 너무 상용화 되어 버리면 전 세계적인 금 가치하락으로 이어질 수도 있어서
관계자들이 닭이든 거위든 죽여버리고 나도 해치려고 할 수도 있다.
다 비밀로 하고 황금알을 집 안에 쌓아 두고 대대손손 물려준다 해도, 너무 큰 재화를 집에 갖고 있으면
사람이 예민해지고 이상해질 것 같다.
게다가, 나는 4000억이나 필요한가? 당장 4억만 있어도 인생이 달라질텐데.
4억원어치만 알을 얻은 후에 거위든 닭이든 잡아서 먹어?
참 어려운 문제다.
여기까지 쓰고 나서야 내 직업에 관한 소원은 없다는 걸 깨달았다.
명작을 쓰게 해 줘! 그림을 엄청 잘 그리게 해 줘! 이런 건 빌지 않다니?
하지만 생각해 보면 좋은 작품을 만드는 건 어려운 노력이 필요한 과정인 동시에
나의 유일한 재미거리이기도 하다.
그걸 남의 힘으로 이루면 의미도 없거니와 불행해져버릴 것 같다.
아니, 그냥 그건 내가 이룬 게 아닌 거겠지.
명작은 내가 만들테니, 그게 잘 알려지게 해 줘! 그리고 내가 유명해지고 잘난척할 수 있게!
난 이걸 원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일단 내가 잘 한 다음, 운이 따르는 것.
그리고 세 번째 소원은... 연금 복권에 당첨되게 해달라고 해야겠다.
로또보다는 일시에 날려버릴 위험이 적고
세금 처리나 소득 증명도 확실하고 털도 안 날리고 덜 힘든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