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한해숙
"책 읽어 주세요."
책을 읽는 건 늘 혼자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책을 읽는다는 건 나와 책만이 존재하는 고요한 시간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아이가 태어난 뒤, 책은 혼자가 아닌 둘, 가끔은 셋, 그 이상이 함께할 수도 있는 일이 되었다. 책을 읽어 달라는 아이가 예쁘고, 혼자가 아닌 둘이 같은 책을 읽는 일이 좋아서 아이가 글을 일찍 깨우치지 않았으면 하고 바라기도 했다. 반짝거리는 눈을 하고 곁에 딱 붙어 앉아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기대하는 그 모습은 마음에 콕 박혀 지금도 떠올리면 입가에 미소가 번지는 순간으로 남았다. "책 읽어 주세요."라는 말은 혼자가 아니라 '우리 같이'를 내포하고 있어선지 언제나 달콤하고 따뜻했다.
[단상 고양이_책 읽어 주세요]
이합장지에 채색
200X200mm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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