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새는 왜 나를 과거로 데려가는가

후각의 특이성

우리는 외부세계와 접촉하며 살아가기 위해 오감이 발달되어 있다.

이 중에서 후각은 아주 특이한 감각이다. 특정 냄새는 우리를 과거의 기억과 감정으로 되돌린다. 타임머신을 탄 듯 순식간에.


내가 아주 어린 시절에 이웃에 살던 할머니가 있었다.

중국인 할머니였는데, 가끔 할머니가 만들어 오던 그 만두를 아주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아직도 남아 있다. 묘한 냄새와 맛이 어우러진 만두. 지금도 아주 가끔 그런 냄새가 나는 만두를 만나게 되면 여지없이 그 할머니가 떠 오른다.

그 키가 자그마한 할머니는 늘 만두처럼 묘하고 따뜻한 냄새를 품고 있었는데, 그 냄새는 나에게 영원히 잊히지 않는 어떤 비극과 함께 기억되고 말았다..

할머니는 할아버지가 바람피우자, 온몸에 석유를 뿌리고 분신자살 했다.


고미숙 '기생충과 가족'이라는 북튜브를 읽게 되면서, 냄새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되었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은 원제목이 ‘데칼코마니’ 였다고 한다.

대저택과 반지하집의 닮은 모양꼴의 핵가족.

현대사회의 정보는 너무나도 공평하고, 욕망도 동일해서 부자와 가난한 사람의 차이가 사라진 데칼코마니.

그렇다면 부자와 가난한 자의 구분은 무엇인가. 영화에서는 냄새가 바로 그 기준이다. 영화의 곳곳에서 냄새에 대한 이야기가 유난히 자주 나오는 이유이다.


우리 모두에게는 각자의 역린(逆鱗)이 있다. 절대 넘지 말아야 선.

박사장은 김기사에게 선을 넘지 말라고 말한다. 대저택에 살고 있던 박사장은 냄새가, 반지하에서 사는 김기사에게는 벌레취급과 냄새가 넘지 말아야 할 선의 기준이다.


그런데 대체 왜 냄새일까?

사람에게는 외부세계를 인식하는 다섯 가지 방법이 있다.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이들 오감 중 유일하게 후각은 감각 정보가 시상을 거치지 않고 대뇌변연계로 직접 전달된다. 그런데 대뇌변연계에는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감정을 담당하는 편도체가 있다.


이 때문에 냄새는 강한 감정 및 기억과 연결되는 특이성을 갖게 된다.

이런 특이성 때문에 특정 냄새는 과거의 기억, 특히 당시의 감정적 맥락을 매우 생생하게 되살려내는 강력한 힘을 갖는데, 이를 프루스트 효과라고 한다.


나는 길을 걷다가 술빵의 달콤하고 시큼한 막걸리 냄새를 맡다 보면 어린 시절의 한 장면으로 돌아가곤 한다.

어릴 적 엄마가 간식으로 자주 만들어 주던 술빵을 가운데에 두고 둘러앉아 따뜻한 술빵을 손으로 뜯어먹던 마냥 충만했던 그 시절로.


한때는 커피 향에 미칠 것 같았다.

나이가 들면서 카페인에 예민해지자 불면의 밤이 이어지면서 커피를 끊어야 했는데, 커피 향은 번번이 나의 의지를 무색케 했다.

진한 커피 향을 맡으면 나름 치열했던 젊음이 떠오른다. 재수시절, 점심식후의 자판기 커피 한잔.

그것이 힘든 일상을 버티게 해 주었고, 바쁜 일상의 한줄기 쉼표가 되어 주었다.

커피 향을 마주하게 되면, 느긋한 충만감과 왠지 모를 설렘.


다행히 디카페인 커피가 나오면서 커피 향을 누리면서 커피를 마실 수 있게 되었다. 카페인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신맛이 약해질 수 있다는데 나는 신미보다 구수한 맛을 좋아하기에 오히려 좋았다.

디카페인 커피는 향과 맛에서 커피와 다를 바 없어서, 커피를 끊어야 했던 나에게는 진심 다행이었다.


냄새에 대해 재미있는 것은 자신의 역겨운 냄새는 너그럽게 넘기면서도 남의 안 좋은 냄새에는 민감하게 불쾌해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사람이 자신의 냄새를 타인의 냄새만큼 강하게 느끼지 못하는 현상은 후각 둔감화익숙함 때문이다.


냄새는 종종 문화적 차별과 편견을 드러내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해 왔으며,. 다른 문화권이나 집단에 대한 편견이나 혐오로 이어질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다른 나라의 음식이나 인종에 따른 체취를 비하하여 다른 문화에 대해 혐오를 드러내는 것이다.

다양한 문화와 집단의 고유한 냄새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태도가 문화적 차별을 극복하기 위해 중요하다고 본다.


우리 사회에서도 냄새에 대한 혐오는 널리 퍼져있다.

냄새는 곧바로 감정적 판단으로 이어져,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나 경멸을 정당화하는 데 악용되기도 한다.

육체노동자들의 땀냄새, 지하의 퀴퀴한 곰팡이 냄새, 홀아비 냄새, 노인냄새 등이 그것이다.


원시 생명체에게 냄새는 생존에 직결되는 가장 중요한 정보였기에, 오감 중 가장 먼저 생겨난 감각이 후각이다. 후각은 다른 감각과 달리 가장 원초적 감각이며 무의식 차원에서 작동하는 감각이다.


후각의 이러한 특이점을 이용하여 생겨난 것이 향기 산업이다.

후각경제라고도 불리며, 향수, 디퓨저, 캔들 등 향을 담은 제품과 이를 활용한 마케팅, 헬스케어 등을 아우르는 산업이다.

이 산업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중 실내 체류 시간 증가와 함께 급격히 성장했다.


이 중에서 아로마 치료는 에센셜 오일이라는 식물 추출물을 이용하여 신체적, 정신적, 감정적 건강을 증진시키는 자연 요법이다. 종종 대체의학의 한 분야로 활용되는데, 후각경로와 피부경로를 통해 신체에 작용한다.

향기는 실제로 피부사이를 뚫고 몸을 관통함으로써 치료효과를 낸다.


하루 종일 소아과 옆에서 가루약을 조제하고, 퇴근해서 돌아온 나를 껴안으며 어린 딸이 했던 말. 엄마한테서 약 냄새가 나. 그래도 엄마 냄새가 나는 좋아.

딸을 꼭 끌어안으며 생각한다. 약 냄새로 나를 기억하면 어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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