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또 하나의 가족

늘 뽀식이를 안고 오는 할머니가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다. 그 할머니가 뽀식이 없이 혼자 왔다. 왜 혼자냐고 물어보자, 뽀식이가 아주 멀리 갔다고 한다. 어제만 해도 멀쩡했던 뽀식이가 갑자기?라고 하자, 뽀식이는 오랫동안 심장병을 앓아왔고, 한 달에 한두 번은 심장발작으로 병원에 입원하곤 했는데 비용이 한 달에 200만 원이 넘는다고 했다. 할머니는 수년간 그 비용을 감당하면서 뽀식이를 길러왔던 것이다


뽀식이는 할머니와 단 둘이 살고 있는 반려견이다. 나이는 18살, 반려견의 나이는 사람으로 치면 몇 살일까? 보통은 곱하기 7을 하라는데, 궁금해서 찾아보니 나이마다 곱해주는 승수가 다르다. 반려견나이 18살의 경우는 사람 나이 88살이다.

전날 저녁 뽀식이가 심장발작을 일으켜 병원을 찾았는데, 의사가 이제는 뽀식이를 위해서라도 보내주자고 했단다. 결국 안락사를 시켰다고 말하며 할머니는 손등으로 눈물을 훔쳤다. 뽀식이는 죽어가며 마지막 순간까지도 할머니의 손을 놓지 않았다고 했다.


할머니의 손은 붕대로 감겨있다. 뽀식이에게 물린 상처를 치료한 붕대이다. 그렇게 잘해주는데도 뽀식이는 자주 할머니를 문다. 할머니가 처방전을 들고 약국에 자주 오는 이유이다. 뽀식이는 상처가 많은 아이라 할머니는 이해한다고 말하며, 자식들보다 백번 낫다고도 말한다.


약국환자들 중 주변 강아지뿐 아니라, 자신이 키우는 강아지에게 물려서 오는 환자들이 생각보다 많다. 드레싱밴드를 하고 오는 환자들을 보면서 처음에는 화상이나 다른 감염을 생각하며 염증약을 건네곤 했는데, 강아지에 물렸다는 경우가 많아서 놀랬다.

특히 할머니들이 많이 물려서 온다. 할머니들은 보통 섬세하고 애정 어리게 보살펴 줄텐데, 반려견 입장에서는 자신에게 보다 다정한 사람을 자신이 투정할 수 있는 약자로 간주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이를테면 엄마는 아이가 마음껏 투정해도 받아줄 수 있는 만만한 상대인 것처럼.


많은 소형견주들은 작고 귀여우니까 괜찮겠지 하면서 짖거나 무는 행동을 교정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허용적인 태도 때문에 강아지는 짖거나 무는 행동이 용인된다고 학습되어 문제 행동이 강화될 수 있다고 한다.


길을 걷다 보면 강아지를 산책시키는 사람이 다가온다. 나는 긴장하며, 슬며시 피해서 간다. 같이 걷던 가족들은 엄마의 천적이 온다며 깔깔거린다. 저렇게 조그맣고 귀여운 강아지가 뭐가 무섭냐는 것이다. 아무리 작은 강아지라도 강아지라는 것 자체에는 야생 본능이 있기에 나는 다가오는 애완견을 무서워하며 피하여 걷는다. 작고 귀여운 강아지라고 얕보면 안 된다.

내가 어린 시절, 개를 풀어놓고 키우는 집들이 꽤 있었다. 그로 인해 물릴뻔한 적도 몇 번 있었고, 달려드는 개를 피해 달아났던 기억도 있다. 이런 것들이 지금도 트라우마로 남아있을 수도 있겠다.


개에게는 조상인 늑대나 야생동물로부터 물려받은 행동특성이 있다.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짖거나 무는 경계본능, 움직이는 사물을 쫓거나 물려는 사냥본능, 먹이를 숨기거나 보금자리를 만들려는 땅파기 본능 등이 사람에게 길들여져 오랫동안 살아온 지금까지도 남아있다.


서로 지나가던 강아지가 마주치면 보통은 작은 강아지가 먼저 덩치 큰 강아지에게 짖으며 우르릉거린다. 물론 강아지의 성격, 사회화정도, 훈련상태 등 여러 요인에 따라 달라지지만, 자신보다 큰 강아지를 만나면 자신을 보호해야 한다는 방어본능으로 경고하거나 허세를 부리기 위해 작은 강아지가 먼저 짖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는 국민 3-4 가구 중 1 가구 정도 된다고 한다.

이는 고령화나 독신에 따른 1인 가구의 증가로 혼자 사는 외로움을 달래고 정서적인 안정감을 얻을 수 있다는 점,

핵가족화 및 저출산으로 자녀나 형제의 역할을 대신하는 문화가 확산되었다는 점,

인간의 즐거움을 위한 애완동물에서 인생의 동반자로서의 반려동물로 인식이 변하면서 가족 구성원으로 대하는 문화가 정착되었다는 점,

소득 수준의 향상으로 반려동물에게 아낌없는 투자가 가능해졌다는 점,

등으로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반려동물을 데려오는 사람들을 보면 자신의 의료비보다 반려동물에게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한다. 보통 자녀양육비 못지않다. 대하는 태도도 완전 자녀 대하듯 정성스럽다. 물론 일부에서는 동물 유기나 학대로 종종 뉴스거리가 되기도 하지만, 보통은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대하는 것 같다.


뽀식이를 화장시킨 후 근처에 매장하고 온 할머니의 안색이 엄청 창백하다. 기운이 다 빠져나간 것 같다며 휘청인다. 지금도 옆에서 짖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며,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고 장탄식을 늘어놓았다.

조심스럽게 자녀에 대해 묻자 아들은 경찰청에 다니고 며느리는 공무원이라 한다. 딸은 사업을 한다고 했던가. 다들 자리 잡고 잘 사는데, 멀리 살아서 만날 기회가 적은 듯했다. 할머니는 자주 만날 일 없는 자식보다 뽀식이를 더 의지하며 살았던 것이다.

쓸쓸하게 나가는 할머니를 보자니 마음이 짠했다. 할머니 뒷꼭지에 대고 짐짓 소리쳐본다.

집에만 계시지 말고, 자꾸 밖으로 나와 사람들을 만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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