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아말감 제거

세월의 흔적을 교체하며

by 현주

세월 따라 변색된 아말감

젊은 시절, 사랑니가 나면서 옆의 어금니에 충치가 생겼다.

그때 당시는 충치 치료 후 아말감을 하는 것이 당연했던 시기였다. 나도 별생각 없이 아말감을 했다.

어느덧 아말감을 한 지 30년도 넘는 세월이 흘렀다. 아말감은 변색되어 검게 보였고, 그걸 보노라면 내 몸이 지속적으로 수은에 노출되어 있는 것 같아 왠지 꺼림칙했다.


망설임을 실행으로

그러던 어느 날, 언니가 아말감을 제거하고 인레이치료를 받았다고 했다.

그동안 망설였던 아말감제거를 나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언니가 소개해준 치과에서 스케일링을 받으며 검진해 보니, 두 개인 줄 알았던 아말감이 위쪽 어금니에도 숨어 있어 총 4개나 되었다.

아말감을 제거한 후 본을 뜨고 붙이는데 시간이 꽤 걸렸다. 목요일밖에 시간이 나지 않아 3주에 걸쳐서 치료했기에 치과 다니는 내내 신경이 쓰였다. 설상가상 구내염이 생겨, 치료가 더욱 고달팠다.


인레이 재료로는 고민 끝에 '지르코니아 세라믹'을 선택했다.

인공 다이아몬드라 불릴 만큼 단단한 지르코니아와 자연 치아를 닮은 세라믹이 배합되었기에 어금니에는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레진 인레이는 보다 저렴하며 치아 색상과 비슷해 심미적이지만, 어금니로 쓰기엔 내구성이 약하다고 해서 제외했다.


아말감을 바라보는 두 시선

과거에 치과 치료에 흔히 쓰였던 아말감(Amalgam)은 한 가지 물질이 아니라, 수은 50%와 다른 금속 가루를 혼합하여 만든 화합물이다.

수은 함유량 때문에 유해성 논란이 있기도 하지만, 이미 굳어진 아말감에서 방출되는 수은의 양은 극히 미미하여 일반적으로 인체에 무해한 수준이라고 한다.

일상적인 식사 과정에서 나오는 수은의 양은 우리가 평소 대기, 물, 특히 생선을 통해 섭취하는 수은의 양보다 훨씬 적거나 비슷한 수준으로 알려져 있기에 안전하다는 것이다.


치과계에서도 오래된 아말감의 교체 여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엑스레이상 충치가 보이거나 경계 부위가 들떠 실금이 간 경우에는 교체를 권하지만,

정밀 검진 결과 깨끗하고 불편함이 없다면 지켜봐도 무방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원칙이다


그동안 치과에서 스케일링을 하면서 아말감제거에 대해 문의하면, 별 문제없으면 특별히 제거하지 않아도 된다고 해서 별생각 없이 지내왔었다.

그러다가 조한경의 ‘환자혁명’을 읽으며 아무래도 아말감을 제거하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금속인 아말감은 온도 변화에 따라 시간이 흐를수록 수축과 팽창이 반복되면서 결국 치아가 깨지거나 뿌리까지 손상되어 발치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또한 미량이라도 흡수된 수은이 혈관을 타고 뇌나 신경계에 쌓일 경우 만성 피로, 두통, 어지럼증은 물론 신경 퇴행성 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의 이론을 차치(且置)하고라도, 변색된 아말감을 교체해야 하는 실질적인 이유는 치아의 수명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아말감은 평균 수명이 10~15년 정도인데, 나는 아말감을 30년 넘게 하고 있었다. 그동안 잘 버텨준 셈이다.

또한 시간이 지나 아말감 표면이 거칠어지거나 부식되면 수은방출 가능성이 조금 더 높아진다고 하니 이제는 미루지 말고 제거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사람도, 차도, 가로수도

이즈음 남편도 분주했다. 나를 치과에 데려다준 뒤 곧장 자동차 정비소로 향하곤 했다.

타이어가 '마모 한계선'까지 닳아 4개를 모두 교체했고, 교체 주기가 된 미션 오일도 새로 채웠다.

점검 도중 황당한 사실도 알게 되었다. 브레이크 라이닝이 앞쪽 오른쪽만 유독 심하게 마모되어 있었는데, 알고 보니 예전 정비소에서 거꾸로 끼워놓았던 것이다. 제대로 밀착되지 않아 비정상적으로 닳아버린 부품을 보며 남편은 그제야 지난 정비 때의 찜찜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다른 쪽은 금방 교체했는데 앞면 오른쪽만 유독 시간이 오래 걸렸던 것이다.


내가 치과를 다니는 3주 동안, 남편도 자동차의 부속품을 교체하면서 거의 한 달을 정비소에 다녔다.

나도 자동차도 뭔가를 교체하고 고치느라 몸살을 앓았다. 이래저래 지출이 많은 달이었다

그래도 꼭 해야 할 것들을 했다고 생각하면 뭔가 개운하다.


지난겨울, 거리를 지나노라면 가로수를 교체하거나 가지치기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었다.

사람이든 사물이든, 생물이든 무생물이든 세월 앞에 장사는 없는 듯하다. 시간의 흐름은 보이지 않지만, 시간은 끊임없이 흘러 모든 것들을 늙게 하고 산화시킨다.

세상의 모든 것은 세월의 흐름에 맞춰 교체하고 고쳐 써야 하는 것이 삶의 순리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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