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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라

by 한혜령

[미6:5] 내 백성아 너는 모압 왕 발락이 꾀한 것과 브올의 아들 발람이 그에게 대답한 것을 기억하며 싯딤에서부터 길갈까지의 일을 기억하라 그리하면 나 여호와가 공의롭게 행한 일을 알리라 하실 것이니라

[미6:8] 사람아 주께서 선한 것이 무엇임을 네게 보이셨나니 여호와께서 네게 구하시는 것은 오직 정의를 행하며 인자를 사랑하며 겸손하게 네 하나님과 함께 행하는 것이 아니냐


미세먼지 때문에 뇌에 먼지가 낀 건지 골치 아픈 세상 때문에 골이 흔들려서인지 의료기술의 발달로 몸은 고쳐도 정신을 고칠 순 없어서인지 주변에서 알츠하이머다 치매다 경도 인지장애다 이런 뇌와 관련된 질병을 가진 사람들을 심심치 않게 본다. 사람의 노화에는 기억력의 노화도 포함이 되나 보다. 주님이 우리를 창조하셨으니 사람의 기억력도 이렇게 만들어 놓으시고는 계속 말씀하신다. "나를 기억하라!!" 얼마나 많은 경험과 생각을 할 수 있는 이 흥미진진한 땅에 우리를 보내놓으시고는 이 많고 많은 기억들을 흐려지게 만들어 놓으신다. 그리고 의식적으로 주님을 기억하라고 말씀하신다. 왜 그러실까.

사랑하는 사람을 매 순간 떠올리는 것처럼 우리의 신랑 되신 주님을 우린 의식적으로 기억하고 찾아야 한다. 달콤한 이 세상과 바람피우지 말고 주님을 의식적으로 찾고 찾아서 흐려지는 첫사랑의 기억을 계속 잡아야 한다. 물이 고여있으면 썩고 집을 일 년만 비워놓아도 을씨년스럽게 되고 도로 건물 모든 게 관리가 안되면 질서가 없어진다. 사람도 매한가지다. 의식적으로 관리하지 않으면 보이는 대로 살게 되어 질서가 없어진다. 무엇이 먼전지 무엇이 중요한지 삶의 우선순위와 의미를 놓치기 쉽다. 주님도 이걸 아시기에 계속 말씀하신다. 물질도, 너희에게 가장 소중한 맏아들도 필요 없어. 예전을 기억해 다오. 첫사랑을 기억하고 내가 너희를 애굽에서 끌어내줬던 그 은혜를 기억하렴. 사람아. 내가 너와 함께 한 것은 기억해 다오. 그리고 소중한 추억이 되도록 매일매일 기억해 다오.

성경을 찾아보니까 기억하라는 단어는 나와도 추억하라는 단어는 나오지 않는다. 사전적 의미로는 기억이나 추억이나 비슷한 의미지만 실제 쓰는 뉘앙스는 약간 다른 느낌이다. 기억은 의식적으로 할 수 있지만 추억은 의식적으로 할 수 없다. 추억은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시간이 지난 후의 감정이 필요하다.

난 특히나 기억력이 좋지 않다. 어릴 때의 기억도 잘 없다. 그래도 가족과 함께 했던 추억이 있다. 웃고 울었던 행복했던 추억이 있다. 어릴 때 같이 놀던 친구들의 이름도 몇 명 빼고는 기억에 없다. 하지만 그 골목길, 같이 했던 야구, 달밤 달리기, 구슬치기, 딱지치기는 기억이 난다. 땄는지 잃었는지 누구랑 달렸는지 세세한 기억은 없어도 어릴 적 코 흘리개 친구들과 밤까지 뛰어놀던 행복했던 추억들이 있다. 학창 시절에 뭘 배웠는지 기억이 없다. 그래도 쉬는 시간이면 뒤에서 친구들과 얘기하고 매점 가서 빵 사 먹고 체육 시간에 뛰놀던 행복했던 추억이 있다. 주님과 함께하는 지금 이 시간들의 내용은 나중에 생각이 나지 않을지 모른다. 주님이 나의 기도의 무엇을 들어주시고 거절하시고 왜 힘들었고 왜 기뻤는지의 기억은 흐려질지 모른다. 그래도 힘들 때나 기쁠 때나 주님이 나와 함께 하셨어 고백하는 인생이 되길 소망한다. 생의 끝에 주님이 나와 함께 하셨다는 그 추억이 있기를 소망한다.

90세 노인이 딸의 이름은 잊아버려도 삶의 마지막에 유일하게 기억하는 것이 '지저스'라고 얘기하는 클립을 하나 본 적이 있다. 그분이 유일하게 기억하는 것. '지저스'. 나도 다 잊어버려도 '주님'이라는 단어는 잊지 않기를 소망한다. 오늘 하루도 주님을 기억한다. 주님과 함께한다. 성경을 읽고 주님과 대화한다. 이 날들이 쌓여서 주님과의 좋은 추억이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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