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내리는 눈은
하늘이 조심스레 떨어뜨린 구름 조각 같아,
아껴 먹던 작은 솜사탕처럼
손끝에 닿기도 전에 녹아버렸다.
작은 숨결까지 전해지는
미세한 설탕가루 같아서
세상을 단번에 환하게 비추고,
마음 어디쯤 오래 묵혀둔 자리까지
밝게 적셔주었다.
땅에 닿자
대지는 잠시 고요를 들이켜고,
하얀 숨결 아래
모든 것이 부드럽게 풀어졌다.
그 순간만큼은
당신에게로 살며시 열리는 듯했다.
하지만
소복이 쌓이던 흰빛은
곧 발자국에 일그러지고,
부드럽던 결은
이내 젖은 회색으로 번져간다.
사람들의 바쁜 발끝에
부스러지고, 밀리고, 지워져
더는 무엇인지 알 수 없게 되면,
눈은 어느새
길모퉁이의 무거운 얼룩이 되어
반짝이던 순간을 붙잡지 못한 채
천천히 자리를 잃어간다.
어쩌면 아름다움은
처음부터 스쳐 지나가는 건지도 모른다.
가장 밝게 빛나던 것이
가장 먼저 상처 입고,
끝내 기어이 사라져 버린다.
첫눈은 매번 그렇게
누군가의 마음을 닮아
환하게 왔다가
조용히 스러진다.